
낙동강 유역 습지 곳곳에서 여름 철새들의 번식 활동이 한창인 가운데 21일 부산 낙동강하구 모래밭에서 쇠제비갈매기 어미가 알을 품고 있다. 한겨레DB
쇠제비갈매기 7년 전의 1.5%
철새 도래기 ‘쓰레기 대청소’
쉴 곳 없어지자 철새 수도 급감
개발 남발·갯벌 훼손도 원인
철새 도래기 ‘쓰레기 대청소’
쉴 곳 없어지자 철새 수도 급감
개발 남발·갯벌 훼손도 원인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를 즐겨 찾는 철새들이 몇 년 사이 많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새의 서식 시기를 고려하지 않은 쓰레기 청소와 무분별한 조개 채취 및 개발허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부산의 환경단체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24일 “해마다 4~6월 낙동강 하구인 북구 화명동 둔치~강서·사하구 사주섬 일대를 찾고 있는 쇠제비갈매기와 도요물떼새 개체수가 2007년 개체수에 견줘 각각 1.5%와 29.2%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다달이 둘째 주 토요일에 5~6개 조가 관찰구역을 나눠서 쌍안경으로 마릿수를 파악한다.
쇠제비갈매기는 2007년 5~6월 8549마리가 목격된 뒤 차츰 줄기 시작해 2012년 5~6월 4566마리, 지난해 5~6월 2067마리에 이어 올해 5~6월엔 겨우 128마리만 관찰됐다. 도요물떼새는 올해 4~5월 3339마리가 목격됐다. 2007년 같은 시기 1만1415마리에 견줘 8076마리(70.8%)가 감소한 것이다. 도요물떼새는 2011년 1만마리 이상이 관찰되기도 했으나 2012년부터 8000마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해마다 낙동강 하구에서 벌이는 쓰레기 청소와 갯벌 훼손이 쇠제비갈매기와 도요물떼새의 감소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쇠제비갈매기는 해마다 4월 초부터 낙동강 하구를 찾아와 5월 초에 산란해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을 키운 뒤 7월 초에 낙동강 하구를 떠나는데 부산 사하·강서구가 5월까지 청소를 계속해 쇠제비갈매기를 내쫓고 있다는 것이다.
도요물떼새는 해마다 4~5월에 낙동강 하구 갯벌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만조기에 사주섬 일대에서 휴식을 취한 뒤 6월에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로 이동한다.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갯벌에서 어민 등이 조개를 마구 채취하고 사주섬 일대에선 쓰레기 청소가 계속돼 도요물떼새가 머물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습지와 새들의 친구는 문화재청과 부산시 등이 철새도래지를 보존하는 제도적 장치인 낙동강 하구 문화재 보호구역 관리를 따로 하면서 주변지역 개발을 허용하는 현상변경 허가를 남발하고 갯벌의 불법 출입을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철새들이 낙동강 하구를 찾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단체의 김경철 습지보전국장은 “2009년부터 낙동강 하구 일대에서 대대적인 청소가 시작됐는데 여름 철새들이 급감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며 “쓰레기 청소는 철새들의 습성을 고려해 시기를 결정하고 문화재 보호구역 관리권자를 일원화해 체계적인 보전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지난 21일 오후 시화호 상류 지역인 경기 안산시 안산갈대습지공원의 배수로 주변에 중대백로, 쇠백로, 왜가리 등의 여름철새들이 시화호에서 습지공원 쪽으로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려 몰려들어 있다. 최종인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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