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태풍 ‘나크리’가 제주지방을 강타한 가운데 제주시 삼양3동 일주도로변의 수십 년생 가로수가 강풍에 맥없이 쓰러져 있다. 2014.8.2. (제주=연합뉴스)
제주도·전라남도에 ‘물폭탄’…서울 35.8도로 ‘찜통’
제12호 태풍 ‘나크리’의 직접영향을 받는 제주도와 전라남도에 태풍특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전남해안에 시간당 30㎜내외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2일 오전 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내린 강수량은 제주산간 윗세오름이 922.5㎜, 고흥 183.0㎜, 제주시 108.9㎜, 서귀포 144.5㎜, 완도 120.0㎜이다.
폭우와 함께 순간 최대 풍속은 제주 지귀도에서 초속 41.9m, 윗세오름 33.3m, 가파도 32.2m, 전남 완도 31.3m를 기록했다. 오후 5시 현재 제주와 전남 흑산도·홍도, 서해남부·남해서부·제주 전 해상에는 태풍경보가 내려졌다. 광주·전남과 남해동부 먼바다에는 태풍주의보가, 전북과 경남 8개 시·군에는 호우주의보가, 전북·경남 일부와 부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다.
강한 바람으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오전 9시께 신안군 가거도 1구 임모(55)씨의 집 2층 조립식 건물 33㎡ 전체가 강풍에 날아간 것을 비롯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와 신흥리 일대 127가구,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일대 653가구, 제주시 우도 일대 869가구 등 제주에서만 1천600여 가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남 소방본부에는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완도, 해남, 화순, 영암, 나주 등지에서 가로수 등 40여 건의 강풍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어려움을 겪었다.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 236편이 결항하고 전남 도서지역을 운행하는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휴가철을 맞아 준비한 지자체 해양축제도 대거 취소됐다. 1일 개막한 목포해양문화축제 주최 측은 2일과 3일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폐막일을 6일로 하루 늦췄다. 장흥 물축제도 토요일 프로그램이 취소됐다. 3일 한강에서 열릴 예정이던 ‘몽땅 배 퍼레이드’도 취소됐다.
한편 서울과 경기도, 강원영서 지역은 올들어 최고 기온을 기록한 곳이 속출했다. 서울 35.8도를 비롯 홍천 36.1 동두천 36.3 강화 35.8 철원 35.3 인천 35.3 파주 35.8도 등 중부지역은 펄펄 끓는 하루였다. 태풍의 영향으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되며 낮동안 강한 일사에 의해 낮 기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기상청은 남해안에 강풍특보가 발효돼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있어 피서객들과 지역 주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너울로 인해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는 곳이 있어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지대는 침수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태풍은 2일 밤에 제주도 서쪽해상을 지나 서해상으로 진출하겠고, 3일부터는 세력이 점차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은 이동속도가 느려지며 5일까지 전국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겠다.
김용철 기자 yckim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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