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원, 현장조사 결과 발표
“보 설치탓 수변식물대 형성 안돼
부적합 서식·산란환경 등도 영향”
“보 설치탓 수변식물대 형성 안돼
부적합 서식·산란환경 등도 영향”
지난달 21일부터 12일간 낙동강 칠곡보 직하류에서 발생한 강준치 500여마리의 떼죽음은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환경 변화가 일부 원인일 수 있다는 정부 연구기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8일 칠곡보 직하류의 강준치 폐사에 수온·수소이온농도·용존산소 등 물리적 조건과 체류 시간 증가, 부적합한 서식지·산란터, 영양 상태 불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내용의 정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과학원 류덕희 물환경연구부장은 “강준치 폐사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물리화학적 수질 인자와 어류의 생리·생태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강준치가 폐사한 지점의 수온과 수소이온농도, 과포화된 용존산소 등 물고기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물리적 여건이었던데다 부적합한 서식·산란 환경 등도 폐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준치 폐사가 진행되던 지난달 25일부터 엿새 동안 벌인 현장 조사에서 측정된 폐사 지점 하류의 수온은 27.8~30.0℃로 어류의 대사 속도를 과도하게 높일 수 있는 고온 상태를 유지했고, 수소이온농도도 7.2~9.5를 유지해 어류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8.5를 계속 넘어서 있었다.
환경과학원이 강준치 폐사에 작용한 것으로 지목한 높은 수온과 수소이온농도, 과포화된 용존산소, 부적합한 서식 환경 등은 환경단체들이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한 데 따른 부작용이라고 지적해온 것들이다. 환경단체들은 강물이 보로 가로막혀 체류 시간이 길어져 수온이 오르고 녹조가 가중된다고 지적해왔다. 환경과학원 조사 결과 실제 강준치 폐사가 이뤄진 지난달 폐사 지점 하류 강정고령보의 평균 체류 시간은 57.2일로 지난해 같은 달의 7.3일보다 8배 가까이 길었다.
환경과학원은 보 구조물을 설치하는 바람에 폐사 지점 주변에 수변 식물대가 형성되지 않아 하상이 콘크리트와 돌망태로 이뤄져 있는 것도 강준치 폐사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이 강준치 폐사에 영향을 끼쳤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환경과학원과 전문가들은 초기에 폐사한 강준치 9마리 가운데 8마리가 산란을 첫 경험한 것으로 추정되는 몸길이 20~30㎝의 암컷으로 확인된 점을 들어 산란 전후 스트레스로 약해진 개체가 이런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해 폐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호복 강원대 교수(어류생태학)는 “강준치는 유속이 완만하고 수량이 많은 강하류를 선호하는 어종이어서 보를 설치하고 준설을 하지 않았다면 폐사 지점까지 와서 서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강준치 폐사는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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