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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수돗물 불소화 다시 부글부글

등록 2005-09-20 18:03수정 2005-09-21 14:07

지난 12일 부산광역시청 1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광역시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 추진을 위한 심포지엄’모습. 김진범 부산대교수 제공.
지난 12일 부산광역시청 1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광역시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 추진을 위한 심포지엄’모습. 김진범 부산대교수 제공.
2001년 6월 경기 과천시 시민회관에서 열린 ‘수돗물 불소화 반대 전국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적은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한살림 제공.
2001년 6월 경기 과천시 시민회관에서 열린 ‘수돗물 불소화 반대 전국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적은 펼침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한살림 제공.

“전국 모든곳 시행 원칙 주민 반대 절반넘어야 보류”
여권 법개정 추진에 논란재연…“시민모르게 법통과 없어야”

수돗물 불소화사업 시행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을 없애 불소화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이 시도되면서 불소화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수돗물 불소화사업을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주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절반 이상 나왔을 경우만 예외를 인정하는 내용으로 구강보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런 정부·여당의 움직임은 최근 수돗물 불소화 사업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돼온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충치예방을 목적으로 불소를 투입하는 정수장은 모두 31곳으로 전국 540개 정수장의 6%에 지나지 않는다. 지역별로는 울산광역시와 경기도 안산시를 비롯한 25개 시·군, 급수인구는 380여만명으로 전 인구의 8%선이다. 25년째를 맞는 수돗물 불소화사업의 성적표치고는 초라한 셈이다. 게다가 2000년 이후부터는 이미 불소화가 이뤄진 지역에서 불소화에 반대하는 주민 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기 시작해, 청주 과천 의왕 포항 대전 등으로 불소화 중단지역이 늘어온 실정이다.

최근 재연되고 있는 불소화 논쟁의 양상은 지난 2000년 불소화 사업의 근거법인 구강보건법 제정과 2003년 같은 법의 개정 때의 상황이 반복되는 듯하다. 불소화의 효과와 안전성 문제, 개인의 선택을 무시한 비민주성 논란 등이 여전히 핵심 쟁점을 이루고 있는 점이나, 일부 시민·환경단체와 치과 의료계가 각각 반대와 찬성론의 맨 앞에 서있는 점 등이 모두 닮은 꼴이다.

수돗물 불소화에 대한 찬반 양쪽은 모두 자신들의 주장이 ‘과학’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수돗물 불소화를 적극 옹호하는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의 김용진 집행위원장은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은 이미 과학과 오랜 역사를 통해 증명된 효과적인 공공구강보건사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불소화 반대운동을 이끌어 온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도 지난 6일 전국 시민·환경단체에 동참을 호소하면서 보낸 공개편지에서 “수돗물에 함유된 불소 농도에 근접한 용량에서도 뇌신경장애에서 암에 이르는 각종 건강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문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며 과학적 근거를 강조했다.

2001년 3월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앞에서 환경을 지키는 충북교사모임의 한 회원이 수돗물 불소화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불소화중단청주시민행동 제공.
2001년 3월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앞에서 환경을 지키는 충북교사모임의 한 회원이 수돗물 불소화 중단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불소화중단청주시민행동 제공.

양쪽이 모두 ‘과학’을 앞세우며 이처럼 상반된 주장을 펼 수 있는 것은 충치예방 효과가 큰 물질이면서도 본질적으로는 유독물질인 불소의 이중성에서 비롯한다. 국내는 물론 불소화 사업이 시작된 지 60년이 지난 미국에서도 여전히 불소화의 안전성 논쟁이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돗물 불소화와 관련한 또하나의 핵심 쟁점은 윤리문제다. “수돗물에 불소를 넣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무시한 강제의료행위”라는 반대론자들의 공격에 맞서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불소화를 추진하는 쪽에서는 “불소화는 일반 국민과 특히 사회적 약자층의 치아건강 보호를 위한 최선의 공중보건사업”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따라서 공중보건사업의 특성상 어느정도 개인에 대한 제약이 따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찬성론자들은 불소화사업의 강제성에 대한 비판에 맞서 전염병 예방을 위한 검역조처를 예로 드는가하면,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생수 등 다른 음용수단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고까지 반박하고 있다.

불소화 찬반론의 논거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최근 진행 중인 법개정 과정만 보면 문제는 작지 않다. 불소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에게 그 필요성을 차분히 홍보하고 설득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2003년 불소화 확대 시도가 무산된 뒤 이번에 재시도에 나서기까지 사이에 2년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 기간 동안 이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진 흔적은 찾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2003년의 논쟁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라고는 법안의 대표발의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으로 바뀐 정도다.

지난 2003년 불소화 반대운동을 계기로 구성됐던 불소화반대국민연대 변홍철 사무국장은 “불소화를 추진하는 쪽이 불소화가 국민의 치아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독선에 사로잡혀 과정이야 어찌됐던 법안만 통과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철신 건치 정책국장은 “새 법안의 취지는 일부 지역에서 다수 주민이 원하는데도 소수의 반발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지역 관료들이 불소화 시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불소화 시행 여부를 주민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인데, 비민주적이라거나 강제실시를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발행인이 “다수 시민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중대한 법안이 통과되는 일은 없게 해야 한다”며 시민·환경단체들을 상대로 동참을 호소하고 있으나 불소화 반대운동은 아직 크게 세력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 환경운동단체들이 “입장을 정하기 민감한 사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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