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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원전사고 같은 큰 위험은 대규모 전쟁 말곤 없다”

등록 2014-10-12 20:32수정 2014-10-12 21:32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 총리인 간 나오토 전 총리가 10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도중 “원전사고와 같은 큰 위험은 대규모 전쟁말고는 없습니다”라며 탈원전 노력을 호소하고 있다. 평창/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 총리인 간 나오토 전 총리가 10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도중 “원전사고와 같은 큰 위험은 대규모 전쟁말고는 없습니다”라며 탈원전 노력을 호소하고 있다. 평창/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간 나오토 일본 전 총리 방한
“원전사고와 같은 큰 위험은 대규모 전쟁말고는 없습니다. 최악의 사고가 나면 반경 250㎞ 안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대피해야 하는 것은 일본뿐 아니라 어느 원전에서나 마찬가집니다. 이런 사실을 한국의 여러분한테 전하는 게 국가 최고책임자로서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간 나오토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총리는 10일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평창에서 <한겨레>와 만나 “2011년 3월11일(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일) 이전까지는 나도 원전을 안전하게만 관리하면 큰 문제가 없으리라고 믿었지만, 그날 이후 생각을 180도 바꾸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비디한국시민네트워크’와 ‘유엔생물다양성10년 일본시민네트워크’가 ‘생물다양성과 방사능’을 주제로 공동 주최한 총회 부대행사에서 강연하려고 이날 평창을 찾았다. 간 전 총리가 환경단체 주최 행사에 참석해 한국에 원전 반대 메시지를 전하려고 방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후쿠시마 당시 총리로서 할말 있다
지진·쓰나미 등 자연재해 못 막지만
원전 재해는 막을 수 있다”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생각 바뀌어
원전 없는 재생에너지 정책 추진
일본은 10년내 원전 전력 교체할듯
한국, 사고 땐 한반도 절반이 위험
핵확산금지조약처럼 원전 조약 필요”

-후쿠시마 사고 때 일본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사고 수습을 지휘하셨는데,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당시 체르노빌 사고에 필적할 정도로 많은 생명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닥치면 최종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사고가 통제 불능으로 확대되면 도쿄를 포함해 반경 250㎞ 범위의 사람들이 모두 피난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었는데 이때 어디까지 피난을 시켜야 하는지, 긴급한 순간에 목숨을 걸고라도 대응해야 할 일이 뭔지 판단해야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방사능 물질은 어느 정도나 통제되고 있나요?

“도쿄전력은 지금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오염수를 탱크에 넣고 있어 바다로는 거의 흘러들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정도 바다로 흘러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전 제로화’를 역설하고 있는데, 실제 일본의 탈원전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하리라고 보시는지?

“최근 2년 동안 일본에선 원전을 하나도 가동하지 않고도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대로 모든 원전을 멈춘 채로 폐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총리 때 확립한 재생에너지 고정가격매입제(FIT·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을 촉진하려고 생산자한테 일정 기간 기준가격을 보장해주는 제도)에 따라 지난 2년간 핵발전소 15기 분량에 해당하는 약 7000만㎾ 규모의 재생에너지사업 신청이 접수된 상태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원전에서 생산해온 전력을 10년 안에 충분히 재생가능에너지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풍력,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여건이 좋지 않아, 원전을 줄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은데요.

“한국도 주변이 바다인 사정은 일본과 같고, 햇빛도 공통 사항입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가려는 눈으로 보면 한국도 충분히 가능성이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정부가 원전으로 계속 전력을 공급하려고 한다면, 누구도 재생가능에너지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고, 그런 가능성을 찾아내려고도 하지 않을 겁니다.”

-한국 동해안의 삼척에 핵발전소를 설치하려는 계획에 현지에서는 격하게 반발하는데, 200㎞ 이상 떨어진 수도권에서는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옆에 놓아둔 가방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총리대신으로 생각했던 것>이라는 제목의 저서를 꺼내 후쿠시마 원전을 중심으로 반경을 표시한 지도가 실린 페이지를 펼쳐보여주며) 후쿠시마 사고가 최악으로 확대됐다면 원전에서 반경 250㎞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대피해야 했습니다. 일본 영토의 3분의 1이고, 사는 사람은 일본 인구의 40%인 5000만명입니다. 이렇게 큰 위험은 원전사고 말고는 대규모 전쟁밖에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원전에서 큰 사고가 나면 한반도의 반 정도가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 피해의 거대함을 알게 된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한국과 중국에선 원전 확대 정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는 원전사고의 위험을 생각할 때 원전 확산을 막으려는 국제적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런지요?

“핵무기와 핵물질 확산을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원전판 조약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런 기준만큼은 채우지 않으면, 원전을 세울 수 없다거나 가동할 수 없다고 하는 그런 공통의 국제적인 룰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전 제로화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지요?

“일본엔 ‘원자력무라’라는 핵마피아가 있는데, 원전 추진으로 큰 권력과 이익을 얻어온 세력들이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여러 학자나 사람들한테 영향을 끼치는 게 문제입니다. 핵마피아한테 지지 않는 국민적인 운동을 확산시키고 국회 안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간 전 총리는 인터뷰에 이은 강연에서도 “후쿠시마 사고 당시 총리로서 꼭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문을 연 뒤, “태풍과 지진, 쓰나미 등 자연재해는 우리가 막을 수 없지만, 원전 재해는 우리가 원전을 그만두기만 하면 막을 수 있다. 국민이 최종적으로 선택하면 된다”며 원전 없는 세계를 위한 시민(운동)의 구실을 강조했다.

평창/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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