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면 고리원전 1호기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관련 법규도 재난 상황에만 초점
입법조사처는 ‘환경부 업무’ 해석
“주민들 역학조사 즉각 실시해야”
입법조사처는 ‘환경부 업무’ 해석
“주민들 역학조사 즉각 실시해야”
최근 원자력발전소(원전) 인근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에 원전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와 방사능 환경 오염 피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같은 종류의 암으로 투병 중인 원전 인근 주민들의 무더기 소송도 곧 제기될 전망이다. 하지만 원전 운영 과정에서 상시 발생하는 환경성 방사능오염으로부터 주민 건강을 보호할 보건 대책은 관련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환경부는 방사능오염을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과 같은 환경오염의 하나로 분류하고도, 방사능오염 관련 대책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소관이라는 태도를 취해왔다. ‘방사성 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의 방지 등의 조처는 원자력안전법 등에 정해진 바에 따른다’고 한 환경정책기본법 조문이 이런 해석의 근거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부는 라돈과 같은 자연 방사성 물질은 관리하고 있으나 원전에서 나오는 인위적 방사성 물질에 의한 환경오염 관리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에도 방사능 환경 오염에 대한 원전 인근 주민의 건강 피해를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별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원자력안전법과 방사능방재법 등은 사고로 방사능 오염물질이 유출되는 등 재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우리는 주민 건강과 환경 보호도 배출기준 관리나 영향평가 심사와 같은 사업자 규제를 통해 할 수밖에 없다. 직접 주민을 대상으로 뭔가를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방사능오염에 따른 원전 인근 주민의 건강 영향 예방·관리 등은 환경부 책임이라는 법 해석을 내놓아 주목된다. 입법조사처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환경정책기본법이 방사능오염과 관련한 보건 문제에 대한 환경보건법 적용을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환경보건법 등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환경부가 방사능 관련 환경 보건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장하나 의원은 “환경부가 환경보건법에 방사능오염이 환경유해인자로 규정돼 있는데도 왜곡된 법률 해석으로 상시적 보건 대책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해 왔다”며 “환경부는 방사능오염 관련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와 원전 인근 주민에 대한 역학조사를 즉각 실시해 관련 피해를 환경성 질환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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