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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복사 때 툭하면 걸리던 아픈 과거 잊어주세요”

등록 2014-11-04 19:51수정 2014-11-05 11:39

올해 6월부터 일반복사지 대신 재생복사지를 사용하고 있는 웹 디자인과 방송 솔루션 개발 업체 유아이비스타(대표 양인태) 직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사무실에서 재생복사지를 한 장씩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원업무 담당 한승범 실장(맨 오른쪽)은 “재생복사지로 바꿨지만 불편이 없다 보니 모두들 의식하지 못하고 사용한다”고 말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올해 6월부터 일반복사지 대신 재생복사지를 사용하고 있는 웹 디자인과 방송 솔루션 개발 업체 유아이비스타(대표 양인태) 직원들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사무실에서 재생복사지를 한 장씩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지원업무 담당 한승범 실장(맨 오른쪽)은 “재생복사지로 바꿨지만 불편이 없다 보니 모두들 의식하지 못하고 사용한다”고 말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제공
숲 살리기 대안 재생복사지

복사지 절반 하루 안 쓰레기통으로
자원 재활용·환경 보전 공감 불구
‘저질’ 선입견에 점유율 3% 못넘어
‘우수 재활용’ 인증받아 문제 해결
재생 종이 1톤 쓰면 나무 10그루 살려
재생종이 사용 운동을 이끌어온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출판전문기구인 사단법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작아)가 8월부터 두 달에 걸쳐 재생복사지와 관련한 흥미로운 체험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벤트 참여 신청자한테 재생복사지를 나눠줘서 동료들 몰래 사무실 복사기 용지함의 일반 복사지와 교체해 2~3주 동안 사용하게 한 뒤, 나중에 동료들한테 그동안 재생복사지를 사용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몰래카메라 방식이다.

자신이 한동안 사용한 복사지가 재생종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아, 진짜요?” “전혀 몰랐어요.”

강원도 ‘강릉의제21’의 홍인영씨는 이벤트 참여 후기에서 “인쇄 질이 떨어진다든지 복사기에 걸릴 것 같은 불안감 등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 사무실 식구들의 재생종이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사용해보니 일반 복사지와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종이 걸림도 전혀 없었고, 부드럽고 눈의 피로감도 덜하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다”고 적었다. 재생복사지 체험 이벤트를 기획한 ‘작아’는 “간혹 일반 복사지에 비해 좀더 얇은 종이 질감의 특성을 알아차린 체험자도 있었으나 대부분 재생복사지와 일반 복사지의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재생종이로 만든 책을 비롯한 다른 재생종이 제품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프린터나 복사기에는 선뜻 재생종이를 끼우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재생복사지의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쉽게 떨치지 못한 탓이다. 과거 복사기나 프린트에 재생복사지를 넣어 사용하다 보면 종이가 한꺼번에 두 장 이상 들러붙어 기계 안에서 걸리는 일이 잦았다. 이런 경험을 몇 차례 하게 되면 자원 재활용과 환경 보전에 공감하더라도 재생복사지 사용을 망설이게 된다. 엄격한 품질 기준을 통과해 우수재활용(GR) 인증까지 받은 재생복사지 제품이 여러 종류 나와 있는데도 복사지 시장 점유율 3%를 넘지 못하고 있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대한제지 조한제 상무는 “한때 재생복사지의 표면에 종이섬유를 고르게 펴는 표면처리 기술이 부족해 종종 나타난 문제지만, 제지 기술 발전으로 3년 전쯤부터는 해결됐다. 우수재활용 인증 재생복사지는 이런 현상을 걱정하지 않고 써도 된다”고 말했다. 자신이 쓰는 복사지가 재생복사지인 줄 모르고 사용해본 사람들의 체험기는 이런 설명이 틀리지 않음을 말해준다.

‘작아’의 김기돈 글모듬지기(편집장)는 “소비자들이 ‘재생지는 쓰레기로 만든 종이여서 더럽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다, 저가로 공급되는 수입 일반 복사지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점유율이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재생복사지의 점유율이 8~10%는 넘어야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가 2012년부터 펼치고 있는 재생복사지 쓰기 캠페인(www.green-paper.org)의 구호를 “10%만, 재생복사지로!”라고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재생종이는 과거 한번 쓴 종이를 깨끗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화학약품이 더 많이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일반 종이보다 인체에 유해하리라는 의심을 샀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가 재생용지 교과서 제작을 위해 진행한 재생용지 유해성 검증 연구를 통해 근거가 없는 오해였던 것으로 정리됐다.

친환경적 종이 생산과 소비를 목표로 한 환경단체들의 국제연대기구인 ‘환경종이네트워크’의 분석을 보면, 고지율(재생종이에 폐지가 사용되는 비율) 40%의 재생종이 1t을 만들 때 소요되는 에너지와 물 사용량, 이산화탄소와 폐기물 발생량은 천연 펄프로 같은 양의 종이를 만들 때에 견줘 15~20%가량 줄어든다. 나무를 베어내 펄프를 뽑아내는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덕이다.

복사지 1t을 천연 펄프로만 만드는 데는 지름 20㎝, 높이 12m짜리 나무 24그루가 들어간다. 일반 복사지 대신 재생복사지 1t을 사용하면 펄프의 원료가 되는 나무 10그루를 베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펄프 원료 공급을 위해 조성한 숲을 베어낼 테니 문제 될 게 없지 않으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빨리 자라는 펄프용 수종만 들어찬 땅은 ‘숲’이라기보다 생태적 다양성이 사라진 ‘나무농장’이다. 종이 공급을 위해 숲을 ‘나무농장’으로 조성하는 과정에 다양한 동식물들의 삶터가 사라지게 된다. 미국 남부에선 지난 50년 사이에 숲의 20%가 종이 생산을 위한 인공조림지인 ‘소나무 농장’으로 바뀌어 그 안에 서식하던 야생동식물 98%가 사라졌다고 환경종이네트워크는 보고한다.

복사기나 프린터에서 출력된 종이의 45%가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의 한 해 복사지 사용량이 2013년 기준 26만t이니 해마다 315만그루의 나무가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버려지는 셈이다.

김 편집장은 “우리가 쓰고 있는 복사지 가운데 10%만 재생종이로 바꿔도 해마다 27만그루의 나무와 숲을 지킬 수 있다. 숲을 살리는 ‘꽤 쓸 만한 대안’으로 이미 입증된 재생복사지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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