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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기후변화 갈수록 악화…대응 늦출수록 비용 늘어”

등록 2014-11-11 19:46수정 2014-11-11 22:35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 차기 의장 유력 이회성 부의장
이회성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 있는 아이피시시 부의장실에서 <한겨레>와 만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회성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 부의장이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 있는 아이피시시 부의장실에서 <한겨레>와 만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설립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다섯번째 기후변화 종합평가 작업이 지난달 덴마크 코펜하겐 아이피시시 총회에서 보고서가 최종 승인돼 사실상 마무리됐다. 아이피시시가 5~6년마다 기후변화와 관련한 과학계의 새로운 연구 성과와 대응 방안 등을 종합해 펴내는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는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논의의 가장 중요한 참고자료다. 1990년 나온 아이피시시의 1차 보고서는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이끌었고, 1995년 나온 2차 보고서는 1997년 교토의정서 출범의 계기가 됐다. 이번에 나온 제5차 보고서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 후속 기후변화 대응 체제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5차 보고서를 끝낸 아이피시시는 6차 보고서 작업을 이끌어갈 의장을 내년 8~9월 새로 선출한다. 인도 출신 라젠드라 파차우리 현 의장의 후임으로 한국의 이회성 부의장(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초빙교수)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1990년부터 아이피시시에서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다루는 제3실무그룹에 참여한 이 부의장은 제2차 보고서의 제3실무그룹 공동의장, 제3차 평가보고서의 주저자, 제4차 보고서의 검토 편집자로 활동했다. 2008년 부의장이 된 뒤로는 아이피시시 이해충돌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아이피시시를 이끌어왔다.

온실가스 공짜 배출 더는 불가능
정부가 산업계에 분명한 신호 보내야

섭씨 2도 억제 목표 달성할 수 있지만
모든 나라 감축 노력 동참이 전제

의장단 내부서 차기 의장 나서라 권유
에너지전문가로 정책 대응 기여 희망

-제5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2007년 나온 제4차 보고서와 비교해 볼 때 진전된 핵심적 내용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기후변화라는 것은 미래의 위험이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라고 이해됐습니다. 5차 보고서를 작성하려고 4차 보고서 이후의 연구들을 종합해보니 기후변화의 위험이 현재진행형이고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국제사회가 합의한 대로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2도 이내에서 억제하려면 세계적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이 이산화탄소 환산 기준 약 1000Gt(기가톤·10억t)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카본 버짓’(탄소 예산)을 제시했습니다. 셋째는 지금부터 15년, 20년 사이에 화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엄청난 투자 조정이 필요하다는 걸 제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행동을 않는 것은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비용을 늘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2도 억제 목표 달성은 가능할까요?

“2도 억제 목표가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되려면 전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30년까지는 2010년과 비교해 거의 늘지 않거나 약간 느는 정도에 그치고, 이후로는 매년 3%씩 감소해야 합니다. 경제 성장은 성장대로 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과제입니다. 이 과제에 대해 아이피시시는 탄소포집저장(CCS) 기술과 같은 다양한 기술이 활용되고,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에 비용을 물리는 제도가 시행되고,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 행동에 동참한다는 세 가지 전제 아래 연간 경제성장률을 0.06%포인트 낮추는 정도의 비용을 치르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만약 시시에스와 같은 기술이 예상한 시점에 활용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고 해서 바로 2도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지는 건 아닙니다. 더 비싼 기술을 적용해서 더 빨리 줄여야 하니까 비용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죠.”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한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같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따르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산업계가 ‘우린 정말 힘들어서 못합니다’라고 하는 것은 마치 ‘기후변화 이슈가 언제 사라집니까’라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다고 봅니다. 기후변화는 어쨌든 오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탄소 배출을 공짜로 한다는 것은 이미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됐습니다. 저는 산업계가 하나의 목소리로 기후변화 대응을 어려워 못하겠다고 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산업계 어딘가에는 기후변화라는 도전을 기회로 보고, 노력하고 연구·개발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열정과 의지를 묻어버려선 안 되지요.”

-우리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서 부족한 부분이나 앞으로 특히 신경을 써야 할 점은 어떤 대목일까요?

“탄소 배출이라는 것은 비용이 반드시 수반되고 공짜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확고한 신호를 던지는 것이 핵심입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산업계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정부 정책이 불확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를 최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시켰으니 시작은 된 셈입니다. 이제 그것을 더욱 분명한 신호로 정착시켜서 산업계가 명실상부하게 저탄소 투자 쪽으로 가도록 하는 게 필요합니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0년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으로, 배출량 전망치 기준으로 제시한 상태인데요, 산업계가 이 배출량 전망치를 재산정하라는 주장을 계속해온 데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배출량 전망치를 수정해서 감축 목표를 조정하는 건 현명한 선택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모든 나라가 한국이 2020년 비에이유 대비 30% 감축하기로 한 것이 2005년 배출량 대비 4% 감축이라는 것도 알고 있거든요. 우리가 2020년 비에이유를 조정하면, 다른 나라들은 우리한테 그렇게 해서 감축하는 양이 2004년 대비해서 몇 퍼센트냐고 물어보겠지요. 이때 숫자가 다르면 설명하기 어렵게 됩니다. 국격을 생각해서라도 우리나라가 그런 것을 설명해야 되는 위치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피시시 보고서의 신뢰도 개선을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면요?

“기후변화의 상당 부분은 개발도상국에서 벌어지고 있고, 2도 상승 억제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감축도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더 많이 해야 됩니다. 아이피시시 보고서는 사실 문헌 조사인데, 그 문헌의 대부분은 선진국 학자들이 선진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이고, 개도국을 대상으로 한 문헌은 보잘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개도국에 대한 연구와 상황 파악을 위한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아이피시시 차기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데 나설 계획이 있으신지요?

“계획이 있습니다. 의장단 내에서 다음번 의장을 하는 게 좋겠다는 권고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5차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온 질문들은 과거와 달리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나 영향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 들어가는 비용에 집중됐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에너지 시스템의 혁명을 의미합니다. 경제와 에너지를 모르고 점점 기후변화를 말하기 어렵게 되고 있는 것이지요. 저의 학문적 배경이 에너지 분야여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분석 결과를 정책결정자들한테 소통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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