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구달. 사진 국립생태원 제공
서천 국립생태원 헌정
생태학자의 업적 기려
생태학자의 업적 기려
1960년 7월. 스물여섯살의 영국인 여성이 아프리카 탕가니카(현 탄자니아)의 곰베 침팬지 보호구역으로 들어갔다. 동물을 무척 좋아해 언젠가는 아프리카로 가서 야생동물들을 관찰하며 살겠다는 꿈을 찾아간 제인 구달이었다. 경계심이 많아 처음엔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던 침팬지들은 매일같이 밀림을 찾은 그에게 마침내 마음을 열었다.
이렇게 시작된 연구에서 그는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통념을 뒤집었다. 40년이 넘는 관찰 연구로 침팬지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가 된 제인 구달은 1980년대 후반부터는 환경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팔순이 된 지금까지 세계를 돌며 동물 보호와 환경 보전을 역설하고 있다.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이 그의 이런 생태학자로서의 빛나는 업적과 동물 사랑을 실천해온 열정에 생태원의 숲길 하나를 헌정한다. 생태원 방문자 숙소 뒤 숲에 ‘생태학자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조성되는 1㎞ 길이의 숲길은 온전히 그의 업적과 삶을 테마로 조성되고 있다. 오는 23일 제인 구달 박사를 초청한 가운데 정식 개통될 이 길 주변에는 그가 탕가니카 곰베 밀림에서 머물 때 사용하던 것과 같은 천막, 그의 친구였던 야생 침팬지들의 둥지, 그가 침팬지와 교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물 등이 설치돼, 숲길을 걷는 사람에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느낄 수 있는 생태교육장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1996년 한 언론사의 부탁으로 그와 처음 인터뷰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뒤 20년 가까이 교류해온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은 “살아 있는 생태학자 가운데 그보다 더 훌륭한 생태학자는 없다는 생각에 그를 첫 주인공으로 삼았다”며 “앞으로 ‘찰스 다윈의 길’, ‘레이철 카슨의 길’과 같이 고인이 된 생태학자를 위한 길도 추가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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