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발표 “보 설치 등에 따른 유속 감속이 원인”
4대강 중 금강에 가장 많아…수자원공사는 그동안 부인
낙동강 강정고령보 상류 죽곡취수장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여름 금강을 비롯한 4대강에서 관찰된 큰빗이끼벌레 군체 번성이 4대강 사업에서 비롯된 사실이 환경부 조사로 공식 확인됐다.
환경부는 17일 “큰빗이끼벌레가 4대강 유역 중 금강에 가장 많았던 것은 세종·공주보 주변에 이 생물이 부착하기 쉬운 수몰 고사목이 널리 분포하고, 보 설치와 강수량이 적었던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속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수몰 고사목이 많이 생긴 것도 보 설치로 수심이 높아진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4대강 사업이 이 생물체 번성의 결정적인 요인이라는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환경부는 4대강 큰빗이끼벌레의 발생 원인과 유해성을 두고 논란이 일자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겠다며 7월부터 5개월 동안 각 분야 전문가들을 동원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 생물의 발생과 성장은 유속 및 붙어살 수 있는 물체(부착기질)에 좌우되고, 수질과는 크게 관련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강과 낙동강에서 관찰된 집단 서식지들은 유속이 초당 10㎝ 이하로 느린 곳에 있었다.
큰빗이끼벌레의 성장·사멸 조사를 주관한 주기재 부산대 교수는 “4대강의 보 설치는 유속을 떨어뜨리고 수몰 고사목을 많이 만들어 큰빗이끼벌레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호조건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강우, 기온 등이 올해와 동일한 조건에서 보가 없었다면 그렇게 번성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큰빗이끼벌레가 수중 생물에 특별히 유해하거나 생태독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