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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대청봉 편히 오르자고 ‘멸종 1급 산양’ 내쫓나

등록 2015-01-23 21:29수정 2015-01-24 10:40

[토요판] 커버스토리 / 설악산을 떠나라
오색 케이블카의 욕망과 산양들의 운명
26년만의 국립공원 규제완화 검증하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한국 산양(Korean or Amur Long tailed goral)이 위기에 처했다. 남한 내에서 야생 산양의 최대 서식지로 꼽히는 설악산에 케이블카 사업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야생동물 전문가들로 조사팀을 꾸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의 예정 구간을 살펴본 결과, 상부 종점 예정지에서 산양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등 다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산양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복원 중인 3가지의 야생동물 가운데 하나다. 특히 외국에서 동물을 들여온 반달가슴곰, 여우와는 다르게 복원 동물 가운데 유일한 토종이다. 토종 복원사업이 가능한 이유는 설악산에 아직 250여마리의 야생 산양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사진은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가 2009년 1월5일 귀떼기골에서 마주친 산양 2마리를 직접 찍은 모습이다. 뿔이 길게 난 오른쪽이 어미이고, 뿌리가 거의 없는 왼쪽이 새끼다. 참고로 우리 역사에서 등장하는 십이지간지의 양은 산양이다. 한반도에 면양이 서식하지 않았고, 토종 야생동물로는 산양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통일신라 시대 김유신묘 12지신상 탁본을 보면, 머리 위로 난 뿔이 뒤로 휘어지는 산양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산양은 외관이 염소와 비슷하지만, 젖꼭지 수가 4개로 국내 농가에서 키우는 염소와는 유전적으로 거리가 있다. 시중에서 파는 산양우유와 산양분유는 산양의 젖이 아닌 염소젖이다. 올해가 을미년 양의 해다.

양양군이 계획하고 있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상부 종점 예정지에 찍힌 산양의 발자국이다. 산양의 발자국은 나란하며 브이(V)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노루, 고라니에 비해 뭉툭하다.
양양군이 계획하고 있는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상부 종점 예정지에 찍힌 산양의 발자국이다. 산양의 발자국은 나란하며 브이(V)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노루, 고라니에 비해 뭉툭하다.

▶ 국내에 케이블카가 놓인 국립공원은 총 3곳입니다. 1971년 7월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가 케이블카 시대를 열었고, 단풍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내장산에서도 1980년 8월 운행하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 열린 무주-전주 겨울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위해 1989년 승인된 덕유산 케이블카(곤돌라)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26년이 지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설악산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여긴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길입니다.”

설악산 인근으로 1992년 이주해 23년간 환경운동에 매진해온 박그림(67) 설악녹색연합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가파른 산길을 오르며 입을 열었다. 그가 가리킨 길은 바로 설악산 정상 대청봉(해발 1708m)을 가장 빠르게 오를 수 있는 오색~대청봉 탐방로다. 그가 내딛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색에서 대청봉에 오르는 길은 예전부터 있었다고 해요.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이 길을 다니다 보니 등산로가 곧아졌고, 넓어졌어요. 웬만한 등산로보다 가팔라서 아주 가끔 돌연사를 하는 등산객도 있지만, 하루 만에 대청봉에 다녀오기는 이 길이 제격이죠. 해 뜨는 것을 보기 위해 오르기도 좋고요.”

등산객들이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기 위해 택할 수 있는 법정 탐방로는 총 4개다. 오색을 포함해 백담사, 한계령, 설악동(소공원)에서 출발해 대청봉에 오를 수 있다. 이 중 오색~대청봉 탐방로를 제외하면 다른 구간은 최소 10시간 이상 걸린다. 많은 등산객들이 오색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이유다.

지난 14일 <한겨레>가 꾸린 야생동물 조사팀인 박그림·최현명씨가 설악산 끝청봉 인근에서 산양의 발자국과 나뭇가지를 잘라 먹은 흔적 등을 발견했다.
지난 14일 <한겨레>가 꾸린 야생동물 조사팀인 박그림·최현명씨가 설악산 끝청봉 인근에서 산양의 발자국과 나뭇가지를 잘라 먹은 흔적 등을 발견했다.

정상에 가장 빨리 오르는 대청봉-오색 구간

오색에서 대청봉까지의 거리는 5㎞, 평균 경사도는 31.2도다. 전국 국립공원 평균인 14.6도보다 훨씬 가파를 뿐 아니라, 설악산 평균인 27.4도보다도 높다. 경사는 가파른데 많은 사람들이 오가니 길은 넓어지고 깎인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2001년 발간한 <국립공원 탐방로 훼손 세굴유형 분석과 복원대책에 관한 연구>를 보면, 오색~대청봉 탐방로의 평균 너비가 4.7m로 국립공원 평균인 1.5m보다 훨씬 넓고, 설악산 평균인 2.6m보다도 넓다. 등산객들의 발걸음으로 인해 파인(침식된) 깊이는 평균 37㎝로 역시 국립공원 평균(22㎝), 설악산 평균(27㎝)보다 깊다. 국립공원연구원이 2010년 실시한 ‘설악산 자연자원 조사’에서도 오색~대청봉 탐방로는 산림환경 피해도가 5, 6등급으로 가장 심한 구간의 길이가 다른 탐방로보다 긴 260m다. 이 조사보고서는 “오색~대청봉 탐방로는 많은 구간에서 정비공사가 실시됐으나, 길 표면의 침식과 길 폭이 넓어지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지난해 9월 양양군이 발표한 ‘제3차 오색 삭도(케이블카) 추진계획’에서도 오색 탐방로는 탐방 밀도가 가장 높은 길로 꼽힌다.

사람들은 설악산 정상에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오색~대청봉 구간에 ‘산길’만 뚫은 것이 아니다. ‘하늘길’마저 뚫어보려는 시도가 30여년 전부터 있었다. 1982년 8월21일치 <동아일보> 7면 기사를 보면 “문화재위원회는 1, 3분과 합동회의를 열어 각 국립공원에 설치하도록 요청해온 케이블카 등의 건설 신청을 부결시켰다. 부결된 내용은 설악산의 경우 오색~중청봉, 장사동~울산바위 케이블카, 내장산의 복룡지구 케이블카 등이다”라고 보도했다. 중청봉은 설악산에서 두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대청봉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 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은 지역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릴 때마다 힘을 얻었다. 30여년 전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케이블카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커졌고, 2000년대에도 꾸준히 논란이 되다가 겨울올림픽 유치와 연계해 그 움직임이 구체화됐다. 양양군은 이미 두 차례 오색 케이블카 사업에 착수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국립공원위원회’가 2012년 6월 양양군의 케이블카 사업 신청을 부결시켰고, 양양군이 구간을 변경해 다시 신청한 사업안도 이듬해 9월 부결됐다.

1차 신청 때 부결 사유는 ‘케이블카 정류장이 주요 봉우리에 근접해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어렵고, 지주와 정류장, 선로 등의 시설들이 설악산 내 특별보호구역에 위치한다’는 것이었다. 2차 때의 부결 이유는 ‘멸종위기종 산양의 주요 서식지이고, 정류장이 들어설 상부 종점이 경관이 나빠 대청봉으로 탐방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두번에 걸쳐 좌초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부활한 것은 대통령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8월12일 청와대에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며 의료·관광·금융·콘텐츠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고,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정부의 정책과제에 포함시켰다. 부동산 부양책을 앞세운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경기부양책)의 두번째 카드인 규제완화 정책에 이미 수십년간 논란 끝에 좌초된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들어간 것이다. 박 대통령은 10월30일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볼거리라든가 이런 것과 관련해서 설악산에 케이블카 사업도 조기에 추진이 됐으면 한다. 환경부에서 다 준비가 돼 있는데 도민 여러분들도 바라시는 것 아닌가”라고 오색 케이블카 사업을 직접 언급했다. 이어 양양군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11월7일 오색그린야드호텔 인근에서 끝청봉까지의 구간을 케이블카의 새로운 노선으로 확정했고, 평창 겨울올림픽이 개막하기 직전인 2018년 2월부터 운행한다는 새 계획안을 마련했다. 양양군은 새로운 사업안을 올 4월에 국립공원위원회에 신청해 심의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정부의
정책과제로 포함시킨 박 대통령
“도민 여러분도 바라지 않느냐”
강원 양양군 발빠르게 움직여
2018년 2월 운행계획안 마련

설악산 대청봉-오색 구간의
케이블카는 설치돼도 좋은가
<한겨레>가 전문가들과 함께
야생조사팀을 꾸려 이틀간
설악산 곳곳을 탐방했다

양양군은 ‘산양 서식지’로 인정 안해

<한겨레> 토요판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 취재에 이어 ‘야생동물 조사팀’을 꾸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예정 구간을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살펴봤다. 지난번 취재와 마찬가지로 <야생동물 흔적 도감>의 공저자인 최현명씨가 참여했고, 23년간 설악산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하며 산양을 연구해온 <산양 똥을 먹는 사람>의 저자 박그림씨가 동행했다. 10년간 새만금 간척사업을 취재하며 ‘카메라를 든 어부’란 별명을 얻은 이강길 다큐영화 감독은 설악산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 박그림씨를 영상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든 채로 설악산을 누볐다. 이들과 함께 새 케이블카 예정 구간에 어떤 야생동물이 서식하는지를 조사했다. 아울러 이번 사업안이 환경부가 마련한 ‘자연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지도 살펴봤다. 13일엔 법정 탐방로로 오색에서 대청봉에 올라 중청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이튿날 설악산관리사무소의 허가를 얻어 법정 탐방로가 없는 케이블카 예정 구간인 ‘끝청봉에서 오색까지’를 하산하며 살펴봤다. 날씨는 맑은 편이었지만 발목에서 때로는 무릎까지 쌓인 눈길을 헤치며 동물 발자국과 배설물을 찾았다.

조사팀이 찾고자 했던 동물은 산양이다. 야생 산양을 직접 마주할 가능성은 희박하니 발자국이나 배설물 등의 흔적이라도 찾고자 했다. 산양은 국내에 800여마리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멸종위기 1급 야생동물이다. 2013년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부결된 이유도 해당 구간이 산양의 서식지였기 때문이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종복원기술원에서는 무인카메라 백여대를 설치해 5년 남짓 조사한 결과 설악산에 250여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한 최대 서식지다. 기술원은 설악산 이외에도 오대산에 36마리, 월악산에 59마리, 울진 66마리의 산양이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외에도 생태통로가 단절된 비무장지대(DMZ)에도 100여마리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종복원기술원은 설악산뿐 아니라 백두대간을 잇는 오대산, 태백산, 월악산, 소백산 등지에서도 산양 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년간 설악산에서 눈에 갇혀 구조된 산양을 월악산이나 오대산에 방사하기도 했다. 수십 마리밖에 남지 않은 서식지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1971년 운행을 시작한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가운데 흑자를 기록하는 거의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환경 훼손은 피할 수 없었다. 케이블카로 인해 권금성 정상 일대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표토가 쓸리고, 암반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죽어갔다. <한겨레> 자료사진
1971년 운행을 시작한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는 전국 국립공원 케이블카 가운데 흑자를 기록하는 거의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환경 훼손은 피할 수 없었다. 케이블카로 인해 권금성 정상 일대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표토가 쓸리고, 암반에 서식하는 식물들이 죽어갔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정된 지역에 적은 수가 살면 근친교배할 가능성이 높아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지고, 이는 곧 열성 형질의 유전 가능성을 높여 생존력을 떨어뜨린다.

이런 산양의 종복원사업이 가능한 것도 설악산이 야생 산양의 서식지로 남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종복원기술원이 복원사업을 벌이는 3종(반달가슴곰, 여우, 산양) 가운데 외국에서 들여오지 않는 동물은 산양이 유일하다. 반달가슴곰과 여우는 남한에서 오래전에 자취를 감춰 국외에서 들여와 복원 중이다.

산양은 멸종위기 1급 포유류 중에서도 눈여겨볼 만한 동물이다. 멸종위기 1급 포유류는 총 11종이 있다. 이 중 호랑이, 표범, 늑대, 스라소니(시라소니), 대륙사슴은 남한 내에서 사실상 멸종된 지 오래됐고, 반달가슴곰과 여우는 국외에서 들여와 복원 중이다. 사향노루는 민통선을 제외한 남한에선 1987년 오대산 소금강 인근에서 포획되고 방사됐던 것이 마지막 기록이다. 그나마 남은 동물이 산양, 붉은박쥐, 수달인데, 이 중에서 산양의 개체수가 가장 적고 멸종될 위험이 크다. 그런 동물이 설악산에 250여마리 서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설악산의 깃대종(어느 지역의 대표가 되는 동식물의 종)도 산양이다. 참고로 설악산의 식물 깃대종은 대청봉 인근에 서식하는 ‘눈잣나무’다.

지난 14일 아침 7시30분에 중청대피소에서 출발한 조사팀은 대청봉에서 중청봉에 이르는 능선을 타고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면 내설악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 군데군데 있었다. 울퉁불퉁한 바위절벽으로 이어진 ‘공룡능선’이 보였고, 그 너머에는 동해 해안선과 속초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눈을 돌리면 매끈한 울산바위가 선명했고, 첩첩이 포개진 능선 너머엔 북녘의 금강산도 희미하게 보였다. 중청봉을 넘어 끝청봉에 이르자 해발 1424m 높이의 점봉산 정상이 정면에 보였고, 발아래로 오색마을이 보였다.

끝청봉에서 200여m 내려오자 한자로 ‘상(上)-1’이라고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었다. 팻말 주위로 반지름 3~4m에 이르는 공간이 하얀색 끈으로 둘러져 있었다. 박 대표는 이곳이 상부 종점 후보지라고 했다.

“이번에 추진 중인 케이블카는 8개 지주와 하부, 상부 종점으로 구성되는데, 각 지주와 종점 예정지들이 이처럼 표시돼 있습니다. 상부 종점 후보지는 여기 말고도 서너개가 더 있어요. 번호를 붙인 것은 그 때문이죠.”

상부 종점 후보지를 가로지른 어느 발자국이 눈에 띄었다. 박 대표와 최씨는 보자마자 “산양 발자국”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두 개의 발굽이 나란하면서 브이(V)자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눈에 찍혀서 윤곽이 정확히 나오진 않지만, 노루나 고라니의 발자국보다는 날카롭지 않고 뭉툭하다”고 산양 발자국의 모양을 설명했다. 케이블카가 들어서면 사람들이 내리게 될 상부 종착역에 산양이 천연덕스레 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케이블카 종착역에는 보통 편의시설이 들어선다.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만 해도 상부 종착역에 2층짜리 건물이 세워졌고 작은 식당과 카페가 자리잡았다.

양양군은 끝청봉 쪽으로 상부 종점을 정한 이번 케이블카 예정 구간이 산양의 서식지를 가로지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양양군은 산양의 흔적이 나온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서식지’라고 보지 않았다. 양양군이 지난해 9월에 낸 ‘오색삭도 3차 추진계획’을 보면 “(오색~끝청 구간에) 멸종위기 동물인 산양, 담비, 삵, 족제비 등의 배설물은 일부 발견됐으나, 서식지가 아닌 이동통로로 추정된다”고 기술돼 있다. 양양군 오색삭도추진단 관계자는 “케이블카 예정 구간에 카메라를 10대 이상 설치해 관찰한 결과 산양과 삵이 단 한차례 찍혔다. 출현빈도로 볼 때 서식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산양의 행동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13일 저녁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박그림 대표가 케이블카 반대 1인시위를 하자, 마침 대청봉에 등반한 곽노성(오른쪽)씨가 즉석으로 “케이블카에 적극 찬성한다”며 박 대표의 의견에 맞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입장을 표현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윤형중 기자
지난 13일 저녁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서 박그림 대표가 케이블카 반대 1인시위를 하자, 마침 대청봉에 등반한 곽노성(오른쪽)씨가 즉석으로 “케이블카에 적극 찬성한다”며 박 대표의 의견에 맞섰다. 두 사람은 각자의 입장을 표현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윤형중 기자
“산양은 자는 곳이 따로 없어요. 바위가 많고 가파른 절벽 근처의 맨땅이나 눈 위에서 잡니다. 산양과 노루 모두 고라니에 비해 높은 곳에서 잘 사는데, 차이가 있다면 산양은 험한 바위에 은신처를 만든다는 거예요. 노루는 바위 쪽으로는 잘 안 갑니다. 대신 행동반경이 산양보다 훨씬 넓죠. 산양은 똥자리가 따로 있어서 그곳을 자꾸 찾기도 해요. 똥 무더기를 보고서 언제부터 이곳에 산양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죠. 행동반경이 넓지 않아 배설물이나 발자국이 나온 곳을 서식지가 아닌 이동통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발자국이 발견된 곳을 따라다니며 산양의 똥 무더기를 찾아나섰다. 둘러보던 최씨가 찾은 것은 똥 무더기가 아닌 산양이 가지를 뜯어먹은 흔적이었다.

2013년 오색케이블카 사업 부결
결정적 이유는 산양 때문이었다
국내 800마리 남은 멸종위기 1급
설악산은 남한 최대 서식지
종복원 동물 중 유일한 토종

만약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종착역서 대청봉까지 1.6㎞
능선 완만해 오르기 쉬워져
매년 대청봉 100만명 찾을 것
탐방로 침식과 훼손 어쩌나

덕유산과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의 경우

박 대표는 케이블카 상부 종착역 입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서 볼 수 있는 경관은 내설악이 아니라 설악산 남쪽 점봉산 방향이에요. 중청봉이나 대청봉처럼 내설악의 절경들을 조망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여기서만 경관을 감상하고 만족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여기서 대청봉까지 1.6㎞에 불과합니다. 길이 능선을 따라 이어져 경사가 완만한 편이에요. 한 시간 이내에 대청봉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도 매년 50만~60만명이 찾는 대청봉에 100만명 넘게 찾을 겁니다. 정상 지역의 환경은 더 훼손되고, 오색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탐방로도 더 망가지겠죠.”

환경부가 만든 ‘자연공원 삭도(케이블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을 보면, ‘왕복 이용을 전제로하고 기존 등산로와의 연계를 피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케이블카 탑승객들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케이블카 탑승객들이 상부 종착역에서 산 정상에 오르는 문제가 여러차례 있었다. 1995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덕유산 케이블카의 경우 상부 종점이 정상인 향적봉을 피해 설천봉 쪽에 세워졌다. 하지만 탑승객들은 설천봉에서 벗어나 향적봉에 오르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정상에 오르기 시작해 자연스레 산에 길이 뚫렸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불과 650m 떨어져 있다. 덕유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울타리를 치기도 했고, 직원을 세워 막아보기도 했지만, 결국 정상에 오르는 케이블카 탑승객들을 막지 못했다. 민원을 이기지 못한 국립공원사무소는 설천봉에서 향적봉에 이르는 길을 정식 탐방로로 인정해야만 했다. 지금은 케이블카 탑승객들로 인해 한해 60여만명이 향적봉을 찾아 자연훼손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또 탑승객의 40% 정도는 걸어서 하산해 탐방로와 인근의 환경도 피해를 입고 있다.

비슷한 상황은 2012년 9월22일 개통한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에서 재현되고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020m 지점에 오른 탑승객들은 상부 종점에서 천황산 정상(사자봉, 해발 1189m)에 오르기 시작했다. 울타리에 붙어 있는 ‘등산로 폐쇄 알림’이란 문구도 소용없었다. 탑승객들은 억새밭을 가로질러 기존 등산로와 연계되는 산길을 만들었고, 결국 지난해 11월7일 경남도 도립공원위원회는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과 기존 탐방로와의 연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단 케이블카가 놓이면 애초 의지가 어떻든 간에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어려워진 셈이다.

케이블카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 시기는 2008년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각 지자체에서 케이블카를 만들겠다며 사업 신청을 쏟아내자 환경부가 그해 12월 첫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2011년 5월 일부 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엔 ‘기존 탐방로나 도로의 제한 내지 폐쇄를 유도할 수 있는 지역 등 자연친화적 공원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지역을 우선 선정’하고, ‘중요한 생태·경관자원, 전통사찰 등 문화자원을 최대한 보전’하며 ‘주요 봉우리는 피하고 친환경 기술을 활용해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한다’는 기본 방향이 담겨 있다.

설악산의 오색~끝청~대청봉 지구는 오히려 ‘가이드라인’이 명시한 ‘케이블카 시설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지역’에 속한다. 가이드라인은 ‘원생림, 극상림, 아고산, 고산대에 서식 분포하는 고유한 식생 중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식물군락’,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등 법적 보호종의 주요 서식처·산란처 및 분포지’를 피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설악산의 오색 지구는 아고산 고산지대에 속해 분비나무 등이 분포하며 대청봉과 중청봉 일대는 멸종위기종 1급 식물인 눈잣나무의 주서식지다. 또한 멸종위기종 2급 동물인 하늘다람쥐, 담비, 삵 등이 서식한다.

석양 아래 능선 너머 산양과 마주친 경험

상부 종점 예정지에서 20여분 내려가자 한 나무에 ‘8-2’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었다. 8번 지주 예정지였다. 그곳엔 산양과 비슷한 발자국이 눈에 띄었다. 최씨가 “(아까와) 비슷하지만 이건 노루의 발자국”이라고 말했다. 노루의 발자국은 산양보다 날카롭고 앞쪽이 뾰족하다. 발자국 사이에 눈 위에 노란 자국이 남았다. 최씨는 “노루는 걸어다니면서도 배설한다”며 노란 물이 밴 눈을 한 움큼 떠서 기자의 코앞에 내밀었다. 묘한 냄새가 났다. 그는 “노루의 어원이 노린내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오줌에선 약간 계피향이 난다”고 말했다.

눈 덮인 겨울은 어찌 보면 야생동물의 흔적을 조사하기 괜찮은 계절이다. 눈이 동물의 배설물 등 흔적을 덮기도 하지만 여러 동물들의 발자국을 간직하기 때문이었다. 흰넓적다리붉은쥐의 발자국, 들꿩의 발자국, 족제비의 발자국이 판화처럼 눈 위에 박혀 있었다. 드문드문 “끼끼” 하는 까막딱따구리의 울음소리가 차가운 공기를 타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청솔모 발자국이 이어지다가 눈을 파헤친 흔적이 있었다. 최씨가 나뭇가지와 부스러기를 보더니 “여기 잣 묻어놓은 것을 찾아서 까먹었네”라고 말했다. 인근에 또 다른 청솔모 발자국과 파헤친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곳엔 그냥 파헤친 흔적만 있었다. 최씨는 “여기는 허탕쳤네”라고 말했다.

“청솔모는 자신의 영역 안에 잣을 수백개 묻어놔요. 하도 많이 묻어놔서 자신도 기억 못 해요. 엉뚱한 곳을 파헤쳐 허탕치는 경우가 많죠. 혹은 묻어놨는데도 못 찾곤 하죠. 그런 열매들이 씨앗이 되어서 새로운 잣나무가 자라는 거예요. 청솔모는 잣나무의 번식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죠.”

어느 나무 틈 사이에는 잣 열매가 박혀 있었다. “이것도 청솔모의 양식이냐”고 묻자, 최씨는 “동고비가 숨겨놓은 양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 잣이 틈에 박혀 있는 것만 보고서 누가 숨겨놓은지 알 수 있을까. 다소 의심이 갔다. 하지만 배가 하얗고 날개가 청색빛이 도는 작은새 동고비가 실제로 나무 틈에 박혀 있는 잣을 쪼고 있는 모습을 한 시간 뒤 다른 장소에서 목격했다. 그의 추정이 맞을 가능성이 높았다.

6번 지주 예정지에서 찾은 것은 하늘다람쥐의 배설물이었다. 조금 굵은 나뭇가지 위에 약간 연둣빛이 도는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알갱이가 대여섯개 쌓여 있었고, 불과 20㎝ 떨어진 지점에 비슷한 알갱이가 열개 정도 있었다.

“하늘다람쥐는 겨울에 나무눈(나뭇가지에 싹이 나는 보풀보풀한 부분)이나 새순(연한 싹)을 주로 먹기 때문에 배설물 색깔에 연둣빛이 돕니다.”

하늘다람쥐는 네 다리를 펴면 날개와 같은 비막이 있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활공한다. 최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멋지게 추락”하는 식으로 비행한다. 하늘다람쥐는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 제328호다. 나무 구멍에 주로 서식하고 배설하는 곳은 주 활동공간과 가까운 경향이 있다. 즉 6번 지주가 들어설 곳이 하늘다람쥐가 서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하늘다람쥐의 흔적을 발견한 6번 지주 옆에서 빵, 초코바 등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면서 산양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박그림 대표가 산양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40여년 전에 우연히 설악산에서 산양을 마주하면서다.

“20대 때 설악산을 오르다 능선 너머에 있는 산양과 마주친 적이 있어요. 산양은 놀랐는지 후다닥 뛰어갔는데, 조금 있다가 멈춰서 나를 뒤돌아보더군요. 그때 마침 산양의 등 뒤로 석양이 지고 있었고, 내 쪽으로 바람이 불고 있었어요. 산양의 회색 털이 바람에 날리며 빛나는데 너무나 경이로운 순간이었죠. 그때 이후로 산양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세월이 흘러 산양이 멸종위기에 놓이자 보호활동에 나서게 됐죠.”

그렇다면 케이블카는 산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박 대표는 “지금도 설악산은 도로와 등산로로 야생동물의 통로가 막혀 산양의 서식 범위가 상당히 좁다.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케이블카 소리가 나거나, 사람 눈에 보이는 곳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지금보다 서식지가 더 좁아질 것이다. 또 산양은 눈이 많이 오면 굶어죽는 경우도 꽤 있기 때문에 언제든 멸종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1998년에 실시한 제2차 자연환경조사 결과를 보면, “가리왕산에도 산양이 서식했지만 임도가 통하자 산양의 바위 서식지가 바로 임도 옆에 위치함으로써 즉시 사라져 버렸다”고 밝히고 있다. 바위라는 은신처가 사라지자 산양은 바로 서식지를 옮긴 것이다. 산양은 10~11월에 짝짓기를 해서 대부분 새끼 1마리를 임신한다. 임신기간은 240일로 겨울과 봄을 보낸 뒤에 출산한다. 번식력이 좋은 편이 아닌데도 폭설이 내리면 종종 굶어죽어 개체수가 줄어든다. 최씨는 “산양은 눈이 쌓이면 움직임이 급격히 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에선 폭설이 내리면 산양 구조에 나선다. 그렇게 구조된 산양을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오대산, 월악산 등에 방사해 산양의 서식지를 넓히고 있다. 눈에 약한 산양이 왜 눈이 많이 내리는 고산지대의 험한 바위에 사는 걸까. 연해주, 만주 지역에서도 산양을 연구한 최현명씨는 “꼭 높은 바위산에만 사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해주에서는 산양이 해변에도 많이 살아요. 바닷가에서 떠밀려온 미역이랑 다시마도 먹죠. 아마 수백년 전 한반도에서도 동해 바닷가에 사는 산양들이 꽤 있었을 거예요. 산양이라고 굳이 눈 많이 오는 곳에 살고 싶겠어요. 기존 서식지를 뺏겨서 깊은 산속에만 사는 거죠.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끝청봉에서 내려다본 경관이다. 정면에 점봉산이 보이고, 아래쪽에 오색마을이 있다.
끝청봉에서 내려다본 경관이다. 정면에 점봉산이 보이고, 아래쪽에 오색마을이 있다.

케이블카가 환경파괴가 최소화된다는 주장은?

케이블카 논쟁은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해왔고 또한 진화하고 있다. 기존엔 환경과 경제 논리가 부딪쳐 양쪽 논리가 팽팽하게 대립했다면, 최근엔 케이블카가 오히려 친환경적이고 헬기를 이용해 지주를 세우기 때문에 공사 중에 환경 파괴가 최소화된다는 주장도 있다. 박그림 대표가 13일 오후 4시 반께 대청봉에 올라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하자, 한 등산객이 “나는 찬성이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구에서 왔다는 곽노성(66)씨였다. 곽씨는 찬성과 반대가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자며 박 대표 옆에 섰다. 그런 곽씨에게 왜 케이블카에 찬성하느냐고 물었다.

“한국은 관광콘텐츠가 적어요. 조만간 서울에서 양양까지 두 시간이면 오는 고속도로가 뚫리는데 여기 케이블카가 생기면 많은 관광객들이 찾을 수 있습니다. 구순 넘은 우리 어머니도 올 수 있고요. 제가 해외에도 좀 가봤는데요. 스위스, 스페인에 다 곤돌라 있어요. 곤돌라로 다니면 등산로로 다니는 사람들이 줄어 오히려 환경이 더 보존됩니다. 요즘은 공사 기법이 발전해 헬기를 동원하면 공사 중에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어요. 저는 케이블카 적극 찬성입니다.”

곽씨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박 대표에게 물었다.

“지금 설악산 말고도 지리산, 속리산, 내장산, 팔공산 등 전국에 케이블카 놓겠다는 지역이 많습니다.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그 수는 더 많고요. 지금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하고서 환경이 더 좋아진 곳은 없었습니다. 산은 이미 사람으로 포화 상태이고,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설악산은 유네스코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인증한 국제적인 보호지역이에요. 야생동물의 보호지역이자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의 최대 서식지입니다. 설악산을 막지 못하면 다른 곳도 막을 명분이 없어요. 사람들은 설악산을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생각하는 모양인데요. 욕심에 어두워 배를 가르면 더 이상 황금알도 얻을 수 없어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행동은 더 늦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설악산/글 윤형중 기자 hjyoon@hani.co.kr, 사진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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