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이 황새 복원사업을 위해 교내 청람황새공원에서 키우는 황새들이 지난 5일 오후 공원 안 웅덩이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다 사람이 다가가자 날아오르고 있다.
황새 복원 사업 19년만의 첫 방사
1996년 러시아에서 도입해 2마리로 출발
19년 만에 개체 수 157마리로 불어나
황새 복원은 농촌 환경 되살리는 일
친환경농법으로 서식지 복원이 열쇠
9월 충남 예산 방사 뒤 남쪽 날아가도
내년 봄 돌아와 첫 번식 가능성 기대
1996년 러시아에서 도입해 2마리로 출발
19년 만에 개체 수 157마리로 불어나
황새 복원은 농촌 환경 되살리는 일
친환경농법으로 서식지 복원이 열쇠
9월 충남 예산 방사 뒤 남쪽 날아가도
내년 봄 돌아와 첫 번식 가능성 기대
1971년 4월4일 아침 사냥꾼이 쏜 총탄이 충북 음성의 한 마을 감나무 꼭대기 둥지에 막 내려앉으려던 수컷 황새의 몸을 뚫었다. 암컷은 이 비극을 겪은 뒤에도 1983년 농약 중독으로 쓰러진 채 발견될 때까지 봄만 되면 어김없이 마을로 날아왔다. 그러곤 둥지에 부화할 수 없는 무정란을 낳아 품어 마을 주민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 불행한 한 쌍이 우리나라에서 번식한 마지막 황새 부부였다.
올가을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이 증식한 황새 여섯 마리가 우리 자연 속에서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황새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을 향해 날아오른다. 9월3일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예산황새공원에서는 황새생태연구원 황새복원사업 19년 만의 첫 황새 방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흰 몸체, 검은색 날개깃과 부리, 눈 주위의 붉은색 피부와 붉은 다리가 특징인 황새는 몸길이 110~115㎝, 펼친 날개 길이 2m에 이르는 대형 조류다. 러시아와 중국, 한국, 일본 등지에 최대 25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다.
황새의 주요 번식지는 시베리아 남동부와 중국 북동부이지만,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한국에서도 매년 20쌍 이상이 경기도 여주·이천·안성·평택, 충북 음성·진천, 충남 예산·연기·천안 등의 농촌 마을 주변 거목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았다. 이곳에서 번식하던 황새들은 한국전쟁 이후 밀렵, 농약 오염 등으로 모두 사라져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에 번식지에서 월동지로 이동하는 황새들만 가끔 볼 수 있게 됐다.
황새생태연구원은 1996년 러시아에서 황새 새끼 두 마리를 들여와 황새복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달까지 황새 개체수를 157마리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이들 가운데 첫 방사용으로 선발된 암수 각 세 마리는 2013년 봄 황새생태연구원에서 태어났다. 이들은 지난해 6월 비좁은 생태연구원 사육장을 떠나 예산 황새공원에 별도로 마련된 야생화훈련장에서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날개 힘과 미꾸라지·메기 등 먹잇감 사냥 기술을 기르는 중이다.
올가을 황새 방사는 황새생태연구원의 애초 계획보다 2년가량 늦은 것이다. 방사한 황새가 머물 수 있는 황새 서식지 조성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황새생태연구원장 박시룡 교수는 “일본에서 증식한 황새 개체수가 100마리 조금 넘은 2005년에 첫 방사를 한 예를 보면 우리도 2013년쯤 방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방사할 예산 황새공원 쪽의 서식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날려보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황새 복원은 서식지 조성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서식 환경이 갖춰진 국립공원 안에서 진행해온 반달가슴곰 복원사업과 다르다. 9월 예산 황새공원에서 풀려날 황새들을 위한 서식지 조성 작업은 예산군과 생태공원 인근 주민들의 협조로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예산군 광시면 황새공원 주변의 논 45만평을 경작하는 농민들은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번식장, 황새문화관 등을 갖춘 4만여평의 황새공원 안엔 겨울에도 물이 얼지 않도록 해놓아 황새들이 쉽게 먹이를 찾을 수 있는 인공습지도 마련됐다.
박 교수는 “황새 복원사업 성공의 관건은 황새 서식지를 어떻게 확보해주느냐다. 논에 농약을 뿌리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논 주변에 물고기가 올라와 산란하고 서식할 수 있는 둠벙과 같은 습지를 늘려 우리 농촌을 황새가 번식하고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에는 이미 독립한 황새들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자연방사 외에 봄에 부화할 새끼를 대상으로 한 단계적 방사도 함께 시도된다. 어미의 날개 깃털을 깎아 방사장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게 한 뒤 방사장 지붕 그물을 열어 새끼들이 어미가 있는 방사장 안과 방사장 밖의 자연 속을 자유롭게 오가며 자연에 적응하게 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단계적 방사법이 자연방사에 비해 성공 확률이 높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이런 단계적 방사 방식으로 30~40마리의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산에서 풀려나는 황새들은 어떻게 될까? 박 교수는 이들이 당분간 방사된 황새공원을 중심으로 한 예산 지역에 머물다가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서쪽의 천수만이나 남쪽으로 이동하리라고 내다본다. 일부 개체는 더 따뜻한 곳을 찾아 일본까지 이동할 수도 있다. 이렇게 겨울을 난 황새들이 모두 처음 방사한 예산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귀소본능 때문에 봄이 되면 예산 지역으로 날아와 번식하는 개체가 나올 것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황새는 생후 2~3년이면 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봄부터 국내 야생에서 부화해 태어나는 황새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 예산/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9월 자연방사를 앞두고 충남 예산군 광시면 예산황새공원 안 야생화훈련장에서 자연적응훈련을 하고 있는 황새들. 방사 후보 여섯 마리 가운데 사진에서 보이지 않는 한 마리는 가벼운 상처를 입어 따로 치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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