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 사는 마을에 공장이 153개…관리 없는 ‘오염 단지’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에 입주해 있는 한 주물공장 안에 방치돼 있는 분진 폐기물. 보관 컨테이너에서 떨어진 폐분진이 공장 바닥까지 덮고 있다. 환경부 제공

오염 물질 흐르는 계획관리지역

김포 거물대리 단속 사업장 72%
발암물질 불법배출 등 환경법 위반

오염물질 처리 시설 안 갖춰도
신고만 하면 공장설립 가능 탓
정부, 화학공장 입주까지 검토

가동된 지 오래된 오염방지설비, 공장 한편에 덮개도 없이 쌓여 주변으로 흩날리는 폐분진, 오·폐수처리장도 거치지 않고 농경지로 흘러드는 오·폐수. 환경부 중앙기동단속반이 지난달 4일 소규모 공장이 밀집된 경기도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 일대에서 목격한 풍경이다.

중앙기동단속반은 이곳에서 가동 중인 주물·도장·금속가공·접착제 제조 등 86개 사업장에서 지난달 특별단속을 벌여 72%인 62곳에서 환경법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조일공업 등 주물공장 10곳에서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 특정대기유해물질이 검출됐고, 금속제품 제조업체인 태경산업과 목재 가공업체인 대성연료는 대기오염물질을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불법 배출하다 적발됐다. 케이피중전기에서는 변압기를 불법 해체하며 생식계통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내분비계장애물질인 폴리염화비페닐(PCBs) 함유 가능성이 높은 절연유를 부적정하게 보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적발된 62개 사업장 가운데 37곳을 고발하고, 25곳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할 계획이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북서쪽으로 2㎞가량 떨어진 거물대리는 농경지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지만 공업단지를 방불케 했다. 70여가구 150여명이 사는 이 마을에는 주민 수보다 많은 153개 공장이 입주해 있다.

마을 안에 공장이 이처럼 난립할 수 있었던 건 국토교통부가 지정한 계획관리지역이어서다. 계획관리지역에서는 화학제품 제조 등 5개 업종 이외의 소규모 공장으로 특정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공장을 세울 수 있다. 게다가 김포시는 이 지역에 하·폐수처리장 등 기반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2006년부터 공장 유치에 앞장섰다. 그러니 입주 기업의 환경오염 단속이 제대로 될 리 없다. 2012년 2월 이후 최근까지 680건의 환경오염 민원이 발생해 91차례나 언론에 보도된 뒤 환경부가 조사에 나섰는데도 72%라는 높은 적발률을 기록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환경부는 “주거지역이나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는 오염물질 배출 업체의 입주를 제한하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는 오히려 연초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거물대리와 같은 국토의 11%에 이르는 계획관리지역에 화학제품 제조 공장 입주까지 일부 허용하는 내용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