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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미세먼지 예보 기대 못 미치지만 정확도 높이려 최선”

등록 2015-04-28 19:47수정 2015-04-29 10:23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미세먼지팀 연구원들이 24일 오후 4시 서울 대방동 기상청 8층 환경·기상 통합예보실에서 한 시간 뒤 발표할 25일 전국의 미세먼지와 오존 예보 등급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 앞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동호 예보관, 이대균 예보관, 구본양 연구사, 남기표 연구사.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미세먼지팀 연구원들이 24일 오후 4시 서울 대방동 기상청 8층 환경·기상 통합예보실에서 한 시간 뒤 발표할 25일 전국의 미세먼지와 오존 예보 등급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 앞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신동호 예보관, 이대균 예보관, 구본양 연구사, 남기표 연구사.
환경·기상 통합예보실 사람들

지난 24일 아침 7시30분 서울 동작구 대방동 기상청 8층 환경·기상 통합예보실. 전날 저녁 8시부터 밤샘근무를 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미세먼지팀의 유정아·반수진 예보관과 막 출근한 이대균·신동호 예보관이 사무실 구석 테이블에서 업무 인수인계를 위한 회의를 시작했다. 밤사이 예보 상황 변화에 대한 브리핑에 이어 중국 만주 지역에서 23일 오후 관측된 황사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 전달됐다.

미세먼지팀의 예보 담당 연구원 8명은 통합예보실에서 2인1조가 돼 하루 12시간씩 주야로 교대근무하며 매일 새벽 5시부터 6시간 간격으로 네 차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농도 예보를 내놓는다. 지난 15일부터는 예보 물질에 오존이 추가됐다.

이들이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 등으로 제시하는 미세먼지 예보의 적중률은 2013년 말까지 평균 70%에 머물다 지난해는 8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때의 적중률은 지난해 57%에 그쳤다. 정작 예보가 꼭 필요할 때 두 번에 한 번꼴로 오보를 낸 셈이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이들의 고충도 적지 않다.

수도권 시범실시 뒤 지난해 전국 확대
연구원 8명 2인1조 하루 4차례 예보
모델·자료 한계에 예보 경험 부족 탓
미세먼지 심할 땐 둘 중 한번은 오보
고농도 해소 시점 예측 가장 어려워
“앙상블 모델 활용되면 정확도 증대”

미세먼지 예보에는 대기 모델링 자료와 관측 자료, 예보자의 세 요소가 필요하다. 2010년 예보제 시행을 위한 연구 단계부터 참여한 이대균 예보관은 “미세먼지 예보의 질은 세 요소 가운데 가장 부족한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풍부한 자료도 해석할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고, 아무리 경험 많은 예보자도 정확한 자료 없이 제대로 예보를 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연구원 3명이 2013년 8월 인천의 환경과학원 사무실에서 수도권 대상 시범예보를 시작한 때부터 치면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예보의 세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도 썩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국내 배출원에 중국 쪽 배출원의 영향이 겹쳐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기 모델의 기초가 되는 중국 쪽 배출량 입력 자료로는 지금도 시범예보 때와 마찬가지로 2010년 기준 자료를 사용하고 있다. 예보자들에게 초미세먼지 실황을 알려주는 자동측정기가 지역적으로 편재해 있는 것도 문제다. 서울의 경우 25개 자치구에 모두 초미세먼지 자동측정기가 설치돼 있는 반면, 면적이 서울시의 30배인 경북 지역에 설치돼 있는 자동측정기는 두 대뿐인 실정이다.

이 예보관은 “나름대로 준비를 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국민들의 기대치에 모자란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만큼 좀 더 기다려줬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며 부정확한 예보에 쏟아진 비판에 서운함을 나타내면서도 “잘못된 원인을 분석해 정확도를 높이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미세먼지 예보자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것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이후에 사라지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다. 미세먼지를 사라지게 만드는 바람의 강도 예측은 기상청에서도 특히 어려워하는 분야다.

미세먼지팀 신동호 예보관이 24일 오후 대기질 예보회의 시작에 앞서 모니터로 대기질 모델링 자료와 위성사진 등을 살펴보고 있다.
미세먼지팀 신동호 예보관이 24일 오후 대기질 예보회의 시작에 앞서 모니터로 대기질 모델링 자료와 위성사진 등을 살펴보고 있다.
24일 이대균·신동호 예보관을 가장 고심하게 만든 것도 이 부분이었다. 책상 앞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대기 모델링 결과와 전국의 미세먼지 실황 자료, 위성사진 등을 검토하던 두 예보관과 기상 자료 분석을 맡은 구본양 연구사 등이 오전 10시 회의용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11시 예보 사항을 결정할 시간이 된 것이다. 30여분 이어진 회의에서는 이전 근무조가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역에서 이날 오전까지만 일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 예보한 미세먼지 ‘나쁨’ 수준을 낮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수정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 예보관은 “수도권의 실제 미세먼지 농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어 민감한 분들이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보통 상태로 떨어지는 시점을 오후 3시까지로 늦춰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보 참고 자료와 씨름하는 틈틈이 불쑥불쑥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응대하는 것도 미세먼지팀의 주요 업무다. 박현주 연구사는 “왜 예보가 맞지 않느냐고 따지는 전화에서부터 미세먼지가 운동을 나가도 괜찮은 정도인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이 좋을지 등을 묻는 다양한 전화가 걸려온다”고 말했다.

오후 2~3시 대기 모델링 결과가 나오면서 예보실은 오후 5시 예보를 위한 준비 체제로 바뀐다. 다른 세 번의 예보가 당일 예보인 반면 이 예보는 다음날 예보라는 점에서 예보자들의 긴장감도 커진다. 2시30분 열린 기상청 총괄예보관 주재 기상예보 회의에 참석하고 온 구 연구사의 기상 상황 브리핑으로 시작된 4시 미세먼지 예보회의의 초점은 수도권의 예보 등급 수정이었다. 참석자들은 다음날 전국이 보통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이리라는 데는 쉽게 동의했지만, 정작 24일 ‘나쁨’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수도권 미세먼지가 ‘보통’ 상태로 떨어질 시점에 대해서는 좀처럼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그새 예보를 내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결국 선임자인 이 예보관이 고심 끝에 “인천만 (‘나쁨’으로) 갑시다”라고 선언했다. 예보문을 정리하고 검토할 시간이 10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 예보관은 “이번 같은 경우가 가장 힘들고 고민스럽다”며 “어제 오후 만주에서 관측됐던 황사가 상층으로 지나가면서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상황이 복잡해 결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임석 미세먼지팀장은 “애초 시범예보를 해보고 1년가량 보완해 확대할 계획이었으나 국민들의 높은 관심 때문에 일정이 당겨지면서 보완할 틈도 없이 달려왔다”며 “내년부터 예보에 환경과학원에서 운영하는 모델과 외부 모델 등 모두 20가지 모델의 모델링 결과를 종합하는 앙상블 모델을 사용하게 되면 예보 정확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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