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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환경오염-건강’ 영향 20여년 추적조사로 가린다

등록 2015-05-05 20:36

환경부 지원으로 소규모 출생 코호트 조사인 ‘산모·영유아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는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 연구팀이 코호트에 참여한 한 산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제공
환경부 지원으로 소규모 출생 코호트 조사인 ‘산모·영유아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하는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 연구팀이 코호트에 참여한 한 산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제공
국내 최대 출생코호트조사 착수
환경성 질환 계속해서 늘어나지만
소규모 조사론 인과관계 규명 한계
환경부, 올해부터 산모 10만명 모집
출생아 청소년기까지 단계별 추적
중금속 등 건강 유해정도 밝혀낸 뒤
성장단계별 건강보호지침 마련키로
생활환경 직접측정 예산 확보가 과제
1946년 영국 런던경제대학 연구진이 그해 3월에 출산한 산모 1만3000여명을 상대로 가정 형편과 아기의 상태 등을 인터뷰한 뒤 아기 5000명의 발달 과정에 대한 추적조사를 시작했다. 출생 시기에 맞춰 구성한 ‘출생 코호트’를 장기간 관찰하는 코호트 조사의 원조로 꼽히는 연구의 출발이었다. ‘코호트’(cohort)는 통계적으로 동일한 특성이나 행동양식을 공유하는 집단을 뜻하는 학술용어다. 시작할 당시 갓난아기였던 조사 대상은 일흔을 바라보게 됐다. 죽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많아져 추적 대상이 3000명가량으로 줄었고, 연구진도 몇 번 바뀌었지만 조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출생 코호트 조사는 환경오염원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아토피 피부염, 알레르기 비염 등 증가하는 환경성 질환에 대응해야 하는 환경보건 분야에서는 점점 필수적인 조사로 간주되고 있다. 태아기부터 장기간 추적조사가 바탕이 되지 않고는 환경노출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코호트 조사가 우리나라에서도 곧 시작된다. 환경부는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과 협력해 올해부터 2036년까지 22년 동안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 코호트 조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이달부터 코호트에 참여할 산모를 모집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전국 주요 병원 13곳에 설치된 환경보건센터를 통해 2018년까지 구성할 출생 코호트 표본 규모는 10만명이다. 이들은 건강검진 자료와 생활환경 자료 분석 중심이 되는 9만5000명의 대규모 코호트와 혈액, 소변 등 생체시료 분석 대상인 5000명의 상세 코호트로 구분돼 청소년기인 18살까지 추적조사를 받는다.

이호중 환경부 환경보건정책과장은 “이 조사를 통해 유해물질 노출의 영향이 크다고 알려진 임신과 출산, 알레르기 질환, 성장발육 및 내분비계·신경인지·사회성과 정서 발달 분야에서의 이상, 대기오염·내분비계 장애물질·중금속 등 유해물질 노출 등 39가지 사항의 인과관계 가설을 규명해, 산모와 영유아기부터 청소년까지 성장 단계별 건강 보호 지침과 유해물질별 권고기준을 마련하는 데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생 코호트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 연구팀이 환경부 지원으로 2006년 서울·천안·울산 지역 산모 1751명을 대상으로 시작한 ‘산모·영유아의 환경노출에 의한 건강영향조사’가 대표적이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도 2009년부터 서울에서 산모 1649명을 모집해 소아 알레르기질환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 교수팀이 지난해까지 진행한 코호트 조사에서는 임신 중 모체에 납·수은·카드뮴·프탈레이트 등의 농도가 높으면 유아의 성장이나 인지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는 등 몇 가지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이런 조사 결과는 전국적 대표성이 없는데다 작은 규모의 코호트에서 얻어진 것이어서 국가 환경보건 정책의 근거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토피 질환과 거주 환경의 상관관계를 연구해온 울산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양호 교수는 “소규모 코호트로는 기형,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대사성 질환 등과 같이 중요하면서 유병률이 낮은 질환과 환경의 관련성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환경보건 전문가들은 다양한 환경유해인자가 어린이의 건강에 끼치는 복잡한 영향을 규명하려면 표본수 10만명 이상의 대규모 코호트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이런 목표를 내건 국외의 국가 단위 출생 코호트 대부분은 10만명 이상 규모다. 환경부가 파악한 외국의 환경보건 관련 출생 코호트 조사 사례를 보면, 덴마크와 노르웨이는 1996년과 1999년부터 각각 10만명 규모의 출생 코호트를 구성해 추적조사를 진행했거나 진행중이다. 일본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산모 10만명으로 출생 코호트를 구성하고 이 가운데 5000명에 대해 상세 추적조사를 벌이고 있다. 독일은 출생 전부터 43살까지 추적조사를 목표로 지난해부터 20만명 규모의 코호트 구성에 착수했다.

출생 코호트 연구 성과들은 논문으로 작성돼 학술지에 발표된다. 이렇게 공개된 외국 출생 코호트 연구 결과가 국내 보건정책에도 활용된 사례도 있다. 엽산이 자폐아 출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노르웨이의 출생 코호트 연구 결과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전국 보건소를 통해 임신 12주 이내의 산모에게 엽산제를 공급하도록 한 것이 그런 예다. 하지만 외국 사례 활용에는 한계가 있다.

선천성 기형과 환경의 관계를 연구해온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과 홍윤철 교수는 “기본적으로 생활양식, 유전적 소질 등이 다른 외국의 조사 결과를 쓰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출생 코호트 조사의 성패를 결정짓게 될 것은 막대한 비용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실제 미국 국립보건원이 2000년부터 추진하던 출생 코호트 10만명의 ‘국가 어린이 연구’ 계획이 중단된 것도 12억달러에 이르는 예산 지출과 과학적 관리의 타당성 논란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출생 코호트 조사에도 애초 3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환경부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잘 갖춰진 국민건강정보 등록자료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면 연간 20억~25억원씩 총 445억원의 예산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예산이 줄면서 상세 코호트 조사 표본을 대상으로 한 2살 이후의 생활환경 직접측정 조사비는 포함되지 못했다.

환경부의 출생 코호트 조사 계획 수립을 자문한 하은희 교수는 “환경 정보는 직접 측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생체지표 분석, 설문, 거주지역 오염원 조사와 지역 환경상태 모니터링 결과 등을 종합해서 얻기 때문에 현재 수준에서도 노출에 대한 추정은 가능하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실제 측정자료를 더 얻기 위한 조사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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