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윤 감독.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새 다큐 ‘잡식가족의 딜레마’ 개봉한 황윤 감독
“우리가 완벽하진 않잖아요. 다들 딜레마를 안고 살아가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거지요.”
<작별>(2001),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등 동물원과 야생동물을 소재로 삼아 환경영화 전문가로 입지를 굳힌 황윤(43·사진) 감독이 농장동물과 공장식 축산에 관한 새 영화를 들고 나타났다.
7일 전국 20개 극장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사회적으로 은폐된 공장식 축산의 모순을 가족 공간에서 응시하는 영화다. 지난해 서울환경영화제 한국영화 경선부문 대상을 받았고,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음식 관련 영화를 소개하는 ‘컬리너리 시네마’ 부문에 초청된 작품이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은 최근 “오늘날 농장동물이 받는 처우를 현실적이면서도 감성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보여줬다”는 감상문을 보내왔다.
동물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먹는’ 인간의 모순적인 태도가 영화의 주요 갈등구조를 형성한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라는 엄연한 ‘사실’과 동물에게 고통을 주어선 안 된다는 ‘윤리’가 영화 안에서 서로 충돌한다. 즉 인간이 고기를 먹어왔다는 역사적 사실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합리화해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2011년 구제역 사태 때 가축 살처분 장면을 목도한 황 감독은 ‘돈가스 마니아’였던 자신의 과거를 접고 채식주의자로 변모한다. 아들 도영의 어린이집 고기 반찬을 걱정하고 있는데, 야생동물 수의사인 남편 영준은 ‘풀밭’이 된 밥상에 불평만 해댄다. 딜레마적 사건은 ‘잡식가족’ 주변에서부터 부상하고, 그는 공장식 축산업체와 돼지를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키우는 강원도 산골의 자연농가를 찾아간다.
황 감독은 7일 인터뷰에서 세 공간 모두 딜레마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촉진제로 살을 찌워 단기간에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축산업체의 직원도 “(이곳이) 고기를 찍어내는 공장 맞다. ‘동물복지’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고기 먹지 말아야지” 하고 되묻는다. 돼지를 가족처럼 돌보는 자연농가조차도 효율적인 사육을 위해 마취제 없이 거세를 한다. 생산과 소비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 열악한 공장식 축산 환경을 비판하려면 먼저 고기를 먹는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성찰의 종착지는 고기를 먹는 그의 ‘잡식가족’이다. 하지만 그는 윤리적 당위를 앞세워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생명체 사이의 공감을 기대하며 관객에게 말을 걸고 있다.
영화는 자연농가의 어미 돼지 ‘십순이’가 새끼를 낳는 장면과 황 감독 자신이 산부인과에서 아들 도영을 낳는 장면을 교차해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에게는 출산이 축복인데, 바로 그 출산능력이 ‘여성 농장동물’들에게는 천형의 고통이거든요. 사회적 약자의 처지와 고통을 아는 여성이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약자 중의 약자인 비인간 동물들, 특히 먹기 위해 길러지는 ‘여성 동물’의 삶에 눈감아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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