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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한국·세계시민들 “우리나라부터 온실가스 줄여야”

등록 2015-06-09 20:51

기후변화 세계시민회의 목소리
‘유엔기후변화협상에 관한 세계시민회의’ 한국 참가자들이 6일 오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유엔기후변화협상에 관한 세계시민회의’ 한국 참가자들이 6일 오전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니 정말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온실가스를 많이 발생시키는 곳에서 돈을 더 내서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온실가스는 우리가 더 편하게 살려고 해서 점점 많이 생기는 겁니다. 우리 시민과 소비자들한테도 책임이 있어요.”

“기업들이 환경에 영향을 덜 주며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이 있으면서 돈이 안 된다고 적용하지 않거나, 국가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을 지원해온 것은 분명히 문젭니다.”

인천에서 온 일흔을 앞둔 할머니, 영월에서 전날 올라온 손자뻘 대학생, 전남 나주에서 온 40대 문화예술단체 대표, 서울의 30대 회사원과 50대 주부, 전북 전주에 사는 퇴직 소방관 등 공통점이라곤 찾기 어려운 여섯명이 원탁에 둘러앉아 나누는 이야기들이다. 이들 주위의 다른 탁자 13개에서도 비슷하게 꾸려진 사람들이 같은 주제를 놓고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다.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가톨릭대 과학기술민주주의연구센터와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 공동 주관으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상에 관한 세계시민회의’(기후변화 세계시민회의) 한국 회의 풍경이다.

기후변화 세계시민회의는 ‘덴마크 기술위원회 재단’이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 전달할 세계시민 의견을 모으기 위해 각 나라의 기후변화와 시민참여 관련 기관과 협력해 준비한 일종의 ‘숙의형 공론조사’ 프로그램이다.

이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회의에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무작위 선발된 시민 7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구들’ 등 5가지 소주제별로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토론한 뒤 설문지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했다.

일흔 앞둔 할머니 손자뻘 대학생
기후변화 대응 주제로 머리 맞대
주관 전문가도 놀란 진지한 토론
정부는 감축공약 철회 시도 불구
적극대응 필요성 시민 여론 확인

기후변화 세계시민회의는 한국보다 3시간 먼저 아침이 시작되는 태평양 피지에서부터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미국에 이르기까지 79개 나라에서 시민 1만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현지 시간에 맞춰 동시에 진행됐다. 각 나라의 설문조사 결과는 소주제별로 집계되자마자 세계시민회의 국제본부 누리집(climateandenergy.wwviews.org/results/)에 올려져 기후변화에 대한 각 나라 시민들의 평균적인 생각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서울시청 다목적홀 회의장 전면 대형 스크린에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는 다른 나라의 회의 모습이나 다른 나라에서 나온 조사 결과도 비춰져 참가자들에게 세계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행사에 동참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한국에서 첫 소주제 토론이 시작될 때 세계시민회의 국제본부 누리집에는 피지의 첫 소주제 조사 결과가 이미 올라와 있었다. 첫 설문 문항인 ‘기후변화의 영향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피지 시민들은 93.06%가 ‘매우 관심 있다’고 응답해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섬나라 시민들의 불안감을 잘 드러냈다.

중학교 3학년 아들과 함께 이날 새벽 전남 나주에서 올라와 회의에 참가한 라두현(47·나주문화예술단 단장)씨는 “기후변화에 관한 전세계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데 참여한다는 것이 보람있고 영광스럽다. 회의 참석 요청을 받고 의심이 가서 인터넷 검색까지 해보고 올라왔는데, 정말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후변화 세계시민회의 참가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견을 종이에 적어 발표한 뒤 비슷한 내용끼리 분류하고 있다.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후변화 세계시민회의 참가자들이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견을 종이에 적어 발표한 뒤 비슷한 내용끼리 분류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지려고 이달 중 유엔에 제출할 2020년 이후 기후변화 대응계획(INDC)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이미 공포한 감축 약속까지 사실상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들도 온실가스 감축에 소극적인데 교토의정서에 따른 의무감축국도 아닌 우리나라가 먼저 무리하게 나설 필요가 없다는 산업계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상호 토론을 거쳐 내놓은 의견은 달랐다. 이날 참석자의 절대다수인 80.95%는 ‘다른 나라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기후변화 대응 책임분담 문제와 관련해 ‘모든 개발도상국이 동일하게 취급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2.38%만 동의했다. 동일한 응답에 대한 79개국 평균치(18.17%)에 견줘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72.62%는 ‘더 부유한 개도국은 별도 그룹으로 구분해, 가난한 나라보다는 많고 선진국보다는 적은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의견을 표시했고, 23.81%는 한발 더 나아가 ‘부유한 개도국은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한국이 부유한 개도국의 대표 주자로 꼽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에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 좀더 책임있게 나서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이날 회의를 주관한 전문가들과 진행요원들은 회의 결과보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의 태도와 진지한 분위기에 더 놀란 모습이었다. 가톨릭대 과학기술민주주의연구센터 이영희 교수는 “메르스 변수 때문에 참석자가 애초 예정한 100명보다는 적었지만, 학력·직업·지역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7시간 동안이나 흐트러지지 않고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시민의 의견을 모으는 숙의 과정에 참여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세계시민으로서의 우리 시민들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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