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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온실가스, 그렇게 줄이겠다더니…2030년 ‘감축 목표’ 사실상 퇴보

등록 2015-06-30 15:13

우리나라 온실가스 대표 측정 지점인 서해안 안면도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의 모습. 이곳에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5초 간격으로 측정하고 있다. 기후변화감시센터가 측정한 2013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02.4ppm으로 지구 평균치(2012년 기준 393.1ppm)보다 높다.  기상청 제공
우리나라 온실가스 대표 측정 지점인 서해안 안면도 기상청 기후변화감시센터의 모습. 이곳에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5초 간격으로 측정하고 있다. 기후변화감시센터가 측정한 2013년 우리나라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는 402.4ppm으로 지구 평균치(2012년 기준 393.1ppm)보다 높다. 기상청 제공
2030년 감축 목표, 배출량 전망치 대비 37%로 확정
박 대통령도 “준수할 것” 거듭 확인해 오던 목표서 후퇴
환경단체, “페루 라마기후회의 합의 원칙 깬 것” 반발
정부가 2030년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7%로 확정했다. 2030년 배출량 전망치 8억5060만tCO₂-e(이산화탄소상당량톤)에 감축률 37%를 적용하면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은 5억3590만tCO₂-e이다. 정부가 2009년 이후 고수해온 2020년 목표 배출량 5억4300만tCO₂-e(2020년 배출량 전망치 대비 30% 감축)에서 710만tCO₂-e 더 감축하는 규모다.

그러나 전체 감축량의 3분의 1가량을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한 국외 감축을 통해 충당하기로 한 것인데다, 이를 포함하더라도 기존 2020년 감축 목표에서는 사실상 후퇴하는 셈이어서 앞으로 국제 기후변화 협상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환경단체는 즉각 지난해 페루 리마기후회의에서 합의된 기존 감축 목표 후퇴 금지 원칙을 깬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3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조정실·환경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련 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날 아침 국무회의에서 2030년 전망치 대비 37% 감축안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최종 결정했다”며 “이 감축목표를 담은 2020년 이후 새 기후체제에서의 대한민국 기여방안(INDC)을 오늘 중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확정된 감축률 37%는 정부가 6월11일 발표한 4가지 감축 시나리오의 3안의 감축률 25.7%에 국외 감축분 11.3%를 합한 것이다. 수치상으론 정부가 앞서 발표한 4가지 감축안 가운데 가장 강도 높은 감축안인 4안의 감축률(31.3%)보다 높다.

이날 발표에서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 안에 대해 “4개 시나리오보다 더 강화된 안”이라며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과 (지구촌 기후변화 대응에서) 리더십을 발휘해달라는 국제사회의 주문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기본적으로 시나리오 3안을 기본으로 하되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하는 의욕적인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가능한 감축 경로를 따져보면 2009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코펜하겐기후회의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까지 준수하겠다고 거듭 확인해온 2020년 기존 목표에서 사실상 후퇴한 것이다. 정부가 확정한 2030년 온실가스 목표 배출량은 기존 목표인 2020년 목표 배출량에서 710만tCO₂-e 추가 감축한 것이다. 2020년 목표를 지키려면 2020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온실가스를 1억tCO₂-e 이상 감축하고 2020년부터 2030년까지 10년 동안은 710만tCO₂-e만 감축한다는 이야기다. 2020년까지 5년간 감축 목표과 이후 10년간 감축 목표보다 더 많은 이런 감축 경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2020년 감축 목표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2020년 목표 준수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2030년 이후 신기후체제가 확정되면 그것과 연계해서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검토가 될 것이기 때문에 지금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목표 수정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부는 2030년 배출량 전망치 대비 37%로 확정한 국가 전체 온실가스 감축률과 무관하게 산업 부문의 감축률은 배출량 전망치의 12%를 초과하지 않도록 낮춰주기로 했다. 이는 산업계의 감축 부담을 2020년 기존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서 설정한 산업부문 감축률 18.5%보다도 크게 완화되는 것이다. 세부이행 수립 과정에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가 전체의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업 부문에 감축할 몫을 줄여준 만큼 수송·건물·발전 등 다른 부분에서 더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업 부문에 완화해주는 감축분을 주로 발전 부문에서 감당하게 하며 발전원에서 원전 전기 비중을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정양호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산업계에서 줄어드는 부담을 쉽게 말하자면 발전이나 다른 부문이 떠안는 모습이 된다. 원전 같은 것을 추가로 지어야 되는 부분들도 같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새 감축 목표 달성 수단으로 제시한 국제 탄소시장을 활용하는 방안은 국외에서 온실가스를 줄인 실적으로 국내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는 온실가스를 그대로 배출하면서도 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수조에서 수십조원의 막대한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앞으로 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국외 감축을 위한 재원을 국민 세금으로 할지, 기업에 맡길지에 대한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아직 확정짓기 어려운 단계”라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 발표 직후 성명을 내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감축률을 배출량 전망치 대비 12%로 정한 것은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전부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계획으로 ‘오염자 부담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국외에 떠넘기는 감축안”이라고 비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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