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장면.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
우리나라 바다에 서식하는 소라, 달팽이 등의 복족류 가운데 가장 큰 종인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잡아먹는 희귀한 장면이 국립공원연구원 연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국립공원연구원 해양연구센터가 지난 5월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 주변 바다에서 ‘국립공원 해양생태계 조사’를 진행하던 중 수심 20m 지점에서 길이 19cm·폭 8cm 정도의 나팔고둥이 불가사리를 포식하는 순간을 촬영했다며 16일 영상 자료를 공개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일반적으로 불가사리가 고둥과 조개 종류를 먹지만 나팔고둥은 오히려 불가사리를 먹이로 한다”며 “나팔고둥이 서식하는 현장에서 불가사리를 잡아 먹는 모습이 영상에 잡히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영상에는 두 마리의 빨강불가사리 중 한 마리가 나팔고둥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도망을 가자, 나팔고둥이 남은 한 마리를 놓치지 않으려고 패각을 들었다 내리며 감싸 안아 서서히 촉수를 뻗어 포식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나팔고둥은 다 자라면 크기가 30cm가 넘어 과거 악기(나팔)로 사용되기도 했다. 무분별한 남획과 연안생태계 훼손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돼 있으며, 현재는 제주도 등 일부 제한된 지역에서만 관찰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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