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40원→100원, 맥주병 50원→130원
오르는 보증금만큼 소비자 가격 인상 불가피
오르는 보증금만큼 소비자 가격 인상 불가피
시민들이 동네 슈퍼에서 소주 1병을 구입하며 내는 돈에는 빈 병 보증금 40원이 포함돼 있다. 소주를 다 먹은 뒤 빈 병을 판매점에 가져다주면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다. 환경부는 빈 병의 회수와 재사용을 늘리려고 1985년부터 유리병에 든 소주나 맥주를 팔 때 빈 병 보증금을 붙이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빈 병 보증금은 1994년 이후 소주병 40원·맥주병 50원으로 20년 넘게 동결돼 있다.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빈 병 대여섯 개를 모아 동네 수퍼에 가져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면 아이들한테 줄 작은 과자 하나는 살 수 있었다. 하지만 20년 동안 오른 물가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빈 병을 잘 모아뒀다가 판매점에 가져가도록 유도하는 보증금의 경제적 유인 효과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가정에서 소비한 소주와 맥주 17억8000만병 가운데 24.2%인 4억3000만병의 빈 병만 직접 반환해 보증금을 찾아가고, 570억원에 이르는 보증금은 포기해버린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이처럼 유명무실해진 빈 병 보증금제도의 효과를 되살리려고 환경부가 내년부터 빈 병 보증금을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환경부는 2일 “선진국 사례와 그간의 물가 상승,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빈 병 보증금을 새 병 제조원가의 70%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3일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판매점들이 빈 병 회수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려고 주류회사가 도소매점에 지급하는 빈 병 취급수수료도 인상할 방침이다. 보증금 지급을 거부하는 판매점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신고자한테 5만원의 신고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빈 병 보증금과 취급수수료 인상이 이루어지면, 현재 85%인 빈 병 재사용률이 선진국 수준인 95%대로 높아지리라는 게 환경부의 기대다.
환경부 계획대로 빈 병 보증금이 인상되면 시민들이 판매점에서 소주를 살 때 지불해야 하는 금액도 10%가량 인상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주류산업협회는 2일 설명자료를 내 “소비자가 소매상을 통해 빈 병을 반환하지 않으면 보증금 인상액은 고스란히 소주·맥주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 부담을 증가시키게 된다”며 인상 계획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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