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낡은 관 탓 누수율 높아
서울시보다 비싼 요금 내는데도
지자체 적자 쌓여 정부지원 절실
기재부 “지자체 사업” 예산전액 삭감
박 대통령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의
물산업 사업비는 그대로 배정
서울시보다 비싼 요금 내는데도
지자체 적자 쌓여 정부지원 절실
기재부 “지자체 사업” 예산전액 삭감
박 대통령 지역구였던 대구 달성의
물산업 사업비는 그대로 배정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농어촌의 노후 상수도 시설 개선을 지원하는 ‘물 복지’ 사업이 134억원의 예산 확보가 안 돼 제동이 걸리게 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대구시 물산업 클러스트(집적단지) 조성 사업은 애초 계획한 예산 1035억여원을 편성받아 내년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은 한강 최상류의 강원도 정선군 주민이다. 지난해 환경부가 펴낸 <2013년 상수도 통계>를 보면, 정선군민은 1㎥에 평균 1448.3원을 내고 수돗물을 썼다. 서울시민이 낸 평균 수도요금(574원)의 두 배가 넘는다.
주민이 비싼 물값을 내도 지자체는 점점 가난해진다. 국내 최고 요금도 생산원가에 턱없이 모자란 탓이다. 정선군이 수도물 1㎥를 생산하는 데 들어간 평균 원가는 서울·부산 등 특별·광역시 평균 생산원가 671.6원의 세 배가 넘는 2281원이다. 생산원가 대비 요금현실화율 63.5%을 제외한 나머지 36.5%는 지자체의 빚으로 쌓인다. 정선군의 수돗물 생산 원가가 이처럼 높은 것은 상수도관이 낡아 도중이 물이 절반가량 새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정수장에서 나간 수돗물이 수도요금으로 돌아오는 비율인 유수율이 49.18%에 그친다.
대도시에 비해 높은 생산원가, 높은 수도요금, 낮은 유수율과 이에 따른 상수도 사업 적자 누적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농어촌 지자체가 겪는 문제다. 지자체에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한 곳에 수백억원씩 드는 노후 상수도 개량 사업을 중앙정부의 지원없이 하기는 어렵다. 전국에 지어진 지 30년이 넘고 정수 성능이 떨어져 주민의 식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급속여과방식의 이른바 ‘깡통 정수장’이 아직도 50개나 남아있는 까닭이다.
환경부는 농어촌 노후 상수도 개량을 지원하려고 올해 20억원을 들여 기초조사를 한 데 이어 내년에 134억원의 예산으로 우선 20개 지역·10개 정수장을 골라 설계 작업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돼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상수도 사업은 지자체 고유 사업이어서 국비 지원이 어렵다는 게 기재부의 전액 삭감 이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전한 수돗물 공급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열악한 지방 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국비 예산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상·하수도와 토양관리 예산이 전년 대비 5.2%나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박 대통령이 고향이자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인 대구 지역에 공약한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사업비 1035억여원은 그대로 배정돼 계획대로 내년 4월에 착공될 전망이다. 대구 물산업 클러스터는 달성군 구지면에 2018년까지 전액 국비인 2523억원으로 국내 물산업을 지원할 연구·기술 실증 시설을 짓는 것이 뼈대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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