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공단서 상수관망 정비 사업
낡은 수도관 교체 새는물 잡아
5년새 유수율 3배 가까이 올려
가뭄때마다 겪던 물부족 해결
낡은 수도관 교체 새는물 잡아
5년새 유수율 3배 가까이 올려
가뭄때마다 겪던 물부족 해결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강원 삼척시 광동댐을 상수원으로 쓰는 정선군 사북·고한읍과 남면 지역 주민들은 2009년 겨울 가뭄 때 현재 충남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과 같은 제한급수로 큰 불편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가뭄에는 수돗물 누수를 줄이는 사업을 통해 오히려 예전보다 물을 풍족하게 쓰면서도 이런 걱정에서 벗어났다. 가뭄에 따른 물부족 해결에는 새누리당이 내세우는 4대강 사업의 2차 사업인 거창한 지류·지천 사업보다 새는 수돗물부터 잡는 사업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선군은 2011년 월평균 100만㎥의 수돗물을 생산했다. 이 가운데 가정을 비롯한 수돗물 사용 시설까지 도달해 수도요금으로 되돌아온 수돗물은 36만㎥, 유수율 34.7%에 불과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정수 처리해 공급한 수돗물의 65.3%가 계량기를 돌리지도 못하고 낡은 상수도관 틈새를 통해 땅속으로 새나간 것이다. 새나간 수돗물 생산비만큼 늘어나는 군의 재정적자는 주민들의 부담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의 2013년 <상수도 통계>를 보면 정선군의 가정에서는 수돗물 1㎥를 서울시 가정의 두 배 가까운 709원을 내고 마셨다.
한국환경공단이 나서 낡은 수도관을 바꾸고 누수 지점을 틀어막는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시작한 지 만 5년이 안 된 올해 6월 유수율은 91.3%로 세 배 가까이 올라갔다. 군은 수돗물을 4년 전의 절반인 49만㎥만 생산해도 됐다. 그럼에도 중간에 새나가는 물이 없다 보니 주민들은 4년 전보다 많은 45만㎥의 수돗물을 쓸 수 있었다. 인근 영월군도 마찬가지다. 상수관망 정비사업을 펼친 결과, 2011년 월평균 33.3%이던 유수율이 지난 6월 94.4%를 기록했다.
정선군청 수질환경사업소 상수도 담당 김홍섭 주무관은 “예전엔 수돗물 40을 쓰려면 광동댐에서 100을 뽑아 와야 했는데, 이젠 새나가는 물을 다 잡아서 쓰니까 필요한 만큼만 받아 오면 된다”며 “가뭄이 몇 달 더 가도 수돗물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댐을 새로 짓거나 다른 지역에서 물을 끌어오는 것보다 땅속으로 새나가는 물부터 막아야 한다는 점은 상수도 전문가들뿐 아니라 환경부도 강조해온 이야기다. 전국 상수관로 18만688㎞ 가운데 깔린 지 20년이 지나 낡은 관로는 30.6%인 5만5312㎞나 된다. 이는 특히 물 사정이 좋지 않은 군 지역 유수율이 2013년 기준 평균 64%를 밑돌게 만드는 주범이다. 새나가는 물이 36%가 넘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은 막을 엄두를 내기 힘들다.
다른 토목사업에는 쉽게 주머니를 여는 정부는 수돗물사업에 대해선 수익자 부담 원칙을 내세워 국비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정선·영월군의 상수관망 개선은 환경부가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사업비 751억여원의 50%를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기로 해 가능했다. 대부분의 다른 지자체들은 부러워하며 쳐다볼 수밖에 없는 예외적인 사례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강원도 영월·정선군 유수율 변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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