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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북극의 눈물, 이번엔 닦아줄까

등록 2015-12-03 22:53수정 2015-12-04 10:22

유엔 기후협약 파리 총회 4가지 쟁점
지난달 30일(현지시각)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140여개 나라 정상들은 제각기 격정적 연설을 남기고 떠났다. 3일 나흘째로 접어든 회의에서는 새 기후체제의 설계도를 마무리할 임무를 띤 각 나라 대표단 협상가들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회의는 합의문과 결정문 한 줄을 위해 밤을 새우고, 회의 기간을 넘기는 것이 통례인 치열한 협상이다. 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주요 쟁점들을 짚어본다.

쟁점1 기여방안의 법적 구속력

온실가스 감축목표 ‘공약→기여’로 후퇴
EU “구속력 갖춰야” 미·중 “반대, 유보”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지구촌 시민사회와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걱정하는 산업계가 함께 가장 주목하는 쟁점은 새 기후체제에서의 나라별 ‘기여방안’(INDC)에 대한 국제법적 구속력 부여 여부다. 1일 현재 185개 나라가 유엔에 제출한 이 방안에 담긴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표현하는 용어부터 현행 교토의정서 체제에서의 ‘공약’(commitment)에서 ‘기여’(contribution)로 약화돼 있다. 이번 총회에서 국제법적으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임을 명확히 하지 않고는 그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럽연합(EU)은 기여방안을 파리 회의에서 채택하려는 합의문에 부속서 형태로 포함시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게 하자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이에 반대하며 기여방안을 합의문에 넣지 말고 별도 문서로 관리하자고 맞서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이런 주장은 의회 비준에 대한 고려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새 기후체제가 출범하려면 파리 회의에서 나온 합의문을 각 정부가 국내로 가져가 비준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1997년 7월 미국 상원에서는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한 어떤 조약도 중국·인도·한국 등 주요 개발도상국이 함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담하지 않거나, 미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경우 비준하지 않기로 하는 ‘버드-헤이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이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는 같은 해 교토의정서 채택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선 정작 의정서를 의회에 보내지도 못했고, 이후 부시 정부가 교토의정서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행 기후체제가 크게 약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 결의안과 공화당이 점령한 의회 분위기를 고려할 때 기여방안이 합의문에 포함되면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우려다.

기여방안의 국제법적 구속력 논쟁에서 개도국들은 유보적이거나 미국에 동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1일(현지시각) 총회에서 국제법적 구속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으나, 이는 새 기후체제의 원칙과 절차에 대한 구속력을 강조한 것일 뿐 기여방안을 두고 한 발언은 아니다. 최재철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파리로 떠나기 직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국제법적 구속력이 부여되면 많은 나라들이 목표를 하향 조정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의욕적 감축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쟁점2 감축 목표 갱신과 투명한 검증

감축계획 이행돼도 기후변화 계속 ‘불편한 진실’
“새 기후체계 출범뒤 목표치 강화 수단 합의를”

파리 기후변화 회의의 가장 불편한 진실 하나는 회의에 참석한 모든 나라들이 기여방안에서 약속한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이행해도 기후변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지난달 각국이 제출한 기여방안을 종합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보도자료를 통해 “기여계획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7도 주변에 머무르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제안한 2도를 훌쩍 넘어버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후체제 출범 이후에 이 목표치를 계속 강화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수단에 대한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기후협상에 간여해온 전문가인 이상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파리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져도 합의문에 각 나라가 계속 야심찬 감축 목표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유도책이 부족하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각 나라가 감축 약속을 이행하면서 점차 약속 수준을 높이도록 유도할 수단으로 이행 실적에 대한 투명한 검증 방안과 주기적인 목표 갱신을 논의해왔다. 국제법적 구속력 대신 이행 실적을 공개해 ‘창피 주기’로 감축 목표 달성을 압박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의 기후체제는 이행 점검을 위한 투명성 수단의 핵심인 측정·보고·검증(MRV)을 선진국에만 의무화하고 개도국에는 최소한만 요구하는 이원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들은 새 기후체제에서도 이 구조를 유지하자는 주장인 반면 선진국들은 모든 나라가 감축에 참여한다는 취지에 맞게 일원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제출된 기여방안을 기초로 주기적인 목표 갱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는 가운데 갱신 주기가 5년으로 수렴되고 있다. 애초 10년 주기를 주장하던 유럽연합은 미국이 주장한 5년 주기를 지지하고 있다. 10년 주기를 지지해오다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섰던 중국은 지난달 2일 프랑스-중국 기후변화 공동선언에서 5년 단위 점검 절차에 합의한 상태다.

쟁점3 기후체제 참여국가별 차별화

교토의정서는 미·EU 등 선진국만 감축 의무
개도국들 “이분법적 차별화는 계속 유지돼야”

파리 회의에서 타결지으려는 새 기후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부유한 나라와 적게 배출하는 가난한 나라가 함께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런 선진국과 개도국의 공조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후협상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차별화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부의 진단이다.

차별화는 1992년 체결된 기후변화협약에 담겨 있는 기후변화 대응 원칙의 하나다. 기후변화협약 제3조는 당사국들이 “공통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과 각자의 능력”에 따라서 기후 시스템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유럽연합, 동유럽 시장경제 전환국들로 구성된 ‘부속서Ⅰ 국가’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도록 차별화했다.

대부분의 개도국은 기후변화협약의 국가 분류에 따른 이런 차별화의 구조가 새 기후체제에서도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난화의 역사적 책임에 근거를 둔 이 차별화는 온실가스 감축 분야뿐 아니라 적응, 재원, 기술, 역량 배양, 투명성 등 새 기후체제의 뼈대를 이루게 될 6가지 핵심 분야에서 모두 논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 10월 독일 본에서 열린 파리 회의 합의문 초안 작성을 위한 특별작업반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베네수엘라 등 26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유사입장개도국(LMDCs) 그룹은 기여방안의 이행 현황을 점검하는 것에서도 차별화를 요구했다. 선진국에는 좀더 엄격하고 개도국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맞서 선진국들은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1992년 이후의 상황 변화를 고려할 때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단순히 이분화하는 차별화는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 기여도 증가와 대응 역량이 확대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별화는 여러 쟁점 가운데 우리나라에 특히 민감한 이슈다.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구분하는 기존 체제가 유지될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이면서 의무감축국에서 빠져 있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그룹에 포함돼 더 큰 부담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쟁점4 기후재원과 시장 메커니즘

구체적 지원 규모 제시요구에 선진국들 난색
탄소 배출권 ‘시장 메커니즘’ 도입도 논란일어

“우리에겐 돈이 없다. 약속한 돈을 달라.”

이번 파리 회의에서 연단에 오른 저개발국가와 군소 도서국가 정상들은 한목소리로 선진국들에 자금 지원 청구서를 내밀었다.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원 문제는 기후회의 때마다 가장 첨예한 쟁점이 돼왔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변화협약 제4조는 선진국들에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기후회의 때마다 약속의 보따리를 풀어놓곤 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선진국 11개 나라는 지난달 30일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한 나라들에 2억4800만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내놨다. 독일과 노르웨이 등은 같은 날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감축에 5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에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아프리카에 향후 5년간 20억유로를 투자하겠다는 프랑스의 발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들은 이런 약속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선진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 당사국총회에서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의 기후 재원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10월 발표한 2013~2014년 기후재원 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3년에 520억달러, 2014년에 620억달러의 기후 재원이 조성됐을 뿐이다. 그나마 민간 부문에서 나온 투자액까지 포함해서다.

개도국들은 파리 회의에서 선진국들에 정량화된 재원 조성 목표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그 재원은 민간 부문이 아닌 공공 부문 재원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과 미국 등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를 조성하기로 한 것 이외의 다른 정량화된 재원 조성 목표 설정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또 공공 재원뿐 아니라 민간 재원도 중요하며, 선진국 이외에 역량이 있는 개도국들도 공여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장 메커니즘 도입은 2020년 이후 전체 온실가스 감축의 약 3분의 1을 탄소시장을 활용해 해결할 계획인 우리나라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쟁점이다. 선진국들은 도입에 찬성하는 데 반해,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개도국은 선진국이 개도국에 감축 책임을 전가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유보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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