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경기 안성에서 사나운 맹견의 일종인 ‘로트바일러’ 개가 전기톱에 의해 절단돼 죽은 사건이 발생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말 동물을 잔인하게 죽였을 경우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토요판] 생명
또순이 전기톱 살해 사건
또순이 전기톱 살해 사건
▶ 사나운 맹견 중 하나인 로트바일러가 전기톱에 의해 절단된 채 죽어서 발견됐다. 2013년 회자된 이 사건은 법원 판결이 차례로 뒤집어지면서 법적으로도 중요한 사례가 되어가고 있다. 동물은 물건인가, 아닌가? 법적으로 물건일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특별한가? 법학자들은 이에 대해 논의해왔다. 법은 우리의 인식과 세계관을 반영하고 때로 추동한다. 세계적으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다르게 보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2013년 3월 경기 안성의 한 주택가. 신문배달원이 탄 오토바이를 따라 개 두 마리가 언덕을 올라간다. 독일산 중대형견인 ‘로트바일러’(로트와일러)다. 약 10분 뒤, 두 마리가 언덕에서 저벅저벅 걸어온다. 갑자기 한 마리가 푹 쓰러진다. 보호자가 발견했을 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또순이’라고 불렸던 사체의 모습은 처참했다. 뒷몸뚱이가 정교하게 잘라졌기 때문이다. 경찰 조사가 시작됐고 피의자가 지목됐다. 찜질방을 운영하던 김아무개씨가 저지른 일이었다. 전기톱의 시동을 걸어 개의 몸뚱이를 내리친 것이다.
이 사건은 당시 ‘로트바일러 전기톱 살해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을 달궜다. 무엇보다 전기톱을 사용한 절단 사건이라는 점이 충격적이었고, 한편에서는 로트바일러가 사나운 맹견인 점을 들어 정당방위(긴급피난)냐 아니냐는 논쟁이 불거졌다. 소란은 잦아들었지만 전문가들은 법원의 결정에 주목했다. 지난 1월말 대법원이 원심을 파기환송하기까지 법원 판결은 여러 번 뒤집어졌다.
정당한 방위와 전기톱
2013년 수원지검이 낸 보도자료와 지난 1월 대법원 판결문 등을 참고하면, 이 사건은 사람 간의 갈등이 반려견의 죽음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찜질방을 운영하는 김민기(가명)씨는 이웃에서 요양원을 운영하는 박철수(〃)씨와 주변 공사 등의 문제로 마찰이 잦았다. 찜질방 주인은 진돗개를 길렀고, 요양원 주인은 로트바일러를 길렀다. 개들 사이에서도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사건 당일인 3월28일 김씨는 찜질방 땔감을 만들기 위해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고 있었다. 개 짖는 소리가 나서 달려가니, 요양원의 로트바일러가 자신의 진돗개를 물어뜯고 있었다. 김씨는 이들을 떼어놓기 위해 전기톱의 시동을 걸어 내리쳤다고 경찰 조사에서 밝혔다.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김씨는 동물학대 혐의(동물보호법 위반)로 고발됐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었다. 다만 김씨 쪽은 로트바일러가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체중 40~50㎏의 로트바일러는 과거에는 목장에서 양떼를 몰거나 수레를 끌던 맹견으로 요즈음에는 경찰견 등으로 이용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로트바일러나 도사견, 핏불테리어 등 맹견은 밖에 나갈 때 목줄이나 입마개 등 안전장치가 채워져 있어야 한다.
전기톱으로 몸뚱이 절단된
맹견 로트바일러 ‘또순이’
정당한 방어인가, 아닌가
재물손괴인가, 동물학대인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대법원서 ‘동물학대죄’로 봐
생명으로 보는 세계적 흐름 속
녹색당도 ‘민법 개정’ 공약 검찰은 5월22일 이례적으로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김씨의 행위는 긴급피난(물건에 의한 위험이 발생해 부득이 취한 행위, 사람에 의해 위험이 발생해 대항하면 정당방위다)인가, 아닌가? 둘째, 김씨가 전기톱으로 개의 몸뚱이를 동강낸 것은 재물손괴인가, 동물학대인가? 케어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는 김씨가 동물학대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시민위에 참고인으로 나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를 묶어놓지 않았다는 사실이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인 사건의 본질을 넘어서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민위원들은 동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씨를 기소할 것을 만장일치로 권고했고, 검찰은 동물학대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는 엎치락뒤치락했다. 2013년 10월 1심은 김씨가 로트바일러에게 공격당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견인 로트바일러의 외출 시 목줄·입마개 등의 안전조치가 없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개와 함께 공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긴급피난’이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이듬해 2월 2심은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았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등 다른 방법으로 피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전기톱을 작동해 죽인 것이므로 긴급피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2심은 김씨가 박씨의 ‘물건’(로트바일러 개)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무죄인 원심을 파기하고 재물손괴죄로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검찰이 주장한 동물학대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월말 대법원은 이 사건이 ‘동물학대죄’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기톱을 사용한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피해견의 척추를 포함한 등 부분에서 배 부분까지 절단함으로써 내장이 밖으로 다 튀어나올 정도로 죽인 사실”로 보아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인간중심주의의 선입견 법률에서 모든 대상은 ‘인간’과 ‘물건’ 둘 중 하나다. 따라서 다른 사람 소유의 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면 ‘물건’을 파손한 것이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동물을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된다고 세계 각국의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 주로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에 대한 학대, 상해, 살생을 규제한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서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규정한다. 동물학대를 저지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그간 동물학대 사건을 다루는 사법 현장에서는 동물학대죄보다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경찰과 검찰 등 현장 수사인력이 ‘형법’에 익숙해 재물손괴죄로 기소되기 때문이다. 책 <동물법 이야기>를 쓴 김동훈 변호사는 18일 이 사건을 두고 “대법원이 동물을 물건으로 다룬 형법이 아니라 동물보호법의 조항을 구체적으로 따져 판결을 내린 흔치 않은 경우”라며 “앞으로 이 판례가 현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동물을 ‘죽일 만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동물학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개를 몽둥이로 때려 죽였을 경우 과거 식용이라는 사유가 있으므로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가 지배했었는데, 잔인하게 죽이는 것만으로 동물학대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근대적 이원론의 세계에서 동물은 물건 취급을 받아왔다. 이 세계에서 삼라만상은 ‘인간’과 ‘인간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평생 정을 주고받은 개가 차에 치여 죽었다면, 애견가게의 시세대로 ‘개값’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근대 법률 체계다. 그런데 동물이 상품가치로 환원되는 물건이어야만 할까? 최근 들어 동물은 고통과 감정을 느끼므로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1990년 민법을 개정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특별히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도 비슷한 조항을 민법에 두고 있다. 2002년 독일은 헌법을 개정해 ‘국가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감에서 자연적인 생활환경과 동물들을 헌법에 적합한 질서의 범위 내에서…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에서 동물을 물건 아닌 인격체로 정의해 법질서 내에서 권리를 부여한 건 아니다. 하지만 헌법이나 민법에 선언적으로나마 명시함으로써 동물이 일반적인 물건과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펼쳐지는 중이다. 녹색당은 4·13 총선을 앞두고 헌법적 차원에서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민법에도 동물을 물건이 아닌 보호 대상인 ‘생명’으로 명문화하고, 동물복지와 동물보호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동물보호소나 개인 간에 ‘분양’되는 동물복지 선진국과 달리 애견가게나 대형마트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게 태반인 국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동물학대적인 동물 번식·판매업 금지를 위한 로드맵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맹견 로트바일러 ‘또순이’
정당한 방어인가, 아닌가
재물손괴인가, 동물학대인가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대법원서 ‘동물학대죄’로 봐
생명으로 보는 세계적 흐름 속
녹색당도 ‘민법 개정’ 공약 검찰은 5월22일 이례적으로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해 시민위원들의 의견을 들었다. 사건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김씨의 행위는 긴급피난(물건에 의한 위험이 발생해 부득이 취한 행위, 사람에 의해 위험이 발생해 대항하면 정당방위다)인가, 아닌가? 둘째, 김씨가 전기톱으로 개의 몸뚱이를 동강낸 것은 재물손괴인가, 동물학대인가? 케어와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보호단체는 김씨가 동물학대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시민위에 참고인으로 나온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를 묶어놓지 않았다는 사실이 잔인한 방법으로 개를 죽인 사건의 본질을 넘어서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시민위원들은 동물단체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씨를 기소할 것을 만장일치로 권고했고, 검찰은 동물학대 혐의로 김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 결과는 엎치락뒤치락했다. 2013년 10월 1심은 김씨가 로트바일러에게 공격당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견인 로트바일러의 외출 시 목줄·입마개 등의 안전조치가 없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개와 함께 공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긴급피난’이 인정된다고 봤다. 반면 이듬해 2월 2심은 긴급피난을 인정하지 않았다. “몽둥이를 휘두르는 등 다른 방법으로 피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전기톱을 작동해 죽인 것이므로 긴급피난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2심은 김씨가 박씨의 ‘물건’(로트바일러 개)에 손해를 끼쳤으므로, 무죄인 원심을 파기하고 재물손괴죄로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검찰이 주장한 동물학대죄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월말 대법원은 이 사건이 ‘동물학대죄’에 해당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전기톱을 사용한 행위는 동물보호법 제8조 1항의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피해견의 척추를 포함한 등 부분에서 배 부분까지 절단함으로써 내장이 밖으로 다 튀어나올 정도로 죽인 사실”로 보아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죄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결이었다. 인간중심주의의 선입견 법률에서 모든 대상은 ‘인간’과 ‘물건’ 둘 중 하나다. 따라서 다른 사람 소유의 동물을 함부로 죽이거나 상해를 입히면 ‘물건’을 파손한 것이다. 형법 제366조의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동물을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된다고 세계 각국의 법률이 규정하고 있다. 주로 동물보호법과 야생생물보호법을 통해 동물에 대한 학대, 상해, 살생을 규제한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에서는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이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규정한다. 동물학대를 저지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그간 동물학대 사건을 다루는 사법 현장에서는 동물학대죄보다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 경찰과 검찰 등 현장 수사인력이 ‘형법’에 익숙해 재물손괴죄로 기소되기 때문이다. 책 <동물법 이야기>를 쓴 김동훈 변호사는 18일 이 사건을 두고 “대법원이 동물을 물건으로 다룬 형법이 아니라 동물보호법의 조항을 구체적으로 따져 판결을 내린 흔치 않은 경우”라며 “앞으로 이 판례가 현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동물을 ‘죽일 만한 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잔인하게 동물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동물학대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크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개를 몽둥이로 때려 죽였을 경우 과거 식용이라는 사유가 있으므로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는 견해가 지배했었는데, 잔인하게 죽이는 것만으로 동물학대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근대적 이원론의 세계에서 동물은 물건 취급을 받아왔다. 이 세계에서 삼라만상은 ‘인간’과 ‘인간 아닌 것’으로 분류된다. 평생 정을 주고받은 개가 차에 치여 죽었다면, 애견가게의 시세대로 ‘개값’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근대 법률 체계다. 그런데 동물이 상품가치로 환원되는 물건이어야만 할까? 최근 들어 동물은 고통과 감정을 느끼므로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 한다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은 1990년 민법을 개정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특별히 법률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도 비슷한 조항을 민법에 두고 있다. 2002년 독일은 헌법을 개정해 ‘국가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감에서 자연적인 생활환경과 동물들을 헌법에 적합한 질서의 범위 내에서…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그렇다고 이들 나라에서 동물을 물건 아닌 인격체로 정의해 법질서 내에서 권리를 부여한 건 아니다. 하지만 헌법이나 민법에 선언적으로나마 명시함으로써 동물이 일반적인 물건과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펼쳐지는 중이다. 녹색당은 4·13 총선을 앞두고 헌법적 차원에서 국가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민법에도 동물을 물건이 아닌 보호 대상인 ‘생명’으로 명문화하고, 동물복지와 동물보호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반려동물이 동물보호소나 개인 간에 ‘분양’되는 동물복지 선진국과 달리 애견가게나 대형마트에서 ‘상품’으로 거래되는 게 태반인 국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동물학대적인 동물 번식·판매업 금지를 위한 로드맵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