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야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25일 강원도 평창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탄소 중립’의 친환경 올림픽으로 치르기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다. 탄소 중립이란 어떤 활동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한 만큼의 온실가스를 다른 활동으로 제거(상쇄)해 실제 대기 중에서 온실가스가 증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일컫는다. 미리 공개된 협약서에서 두 기관은 각자 주관부서를 두고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 상쇄와 친환경 자동차 보급 협력, 캠페인 전개 등을 통한 친환경 소비생활 확산을 공동 협력사업으로 펼치기로 약속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환경올림픽’을 대회 목표로 삼고, 대회 기간 중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 159만t의 온실가스를 상쇄해 친환경 올림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 연구·개발, 환경산업 육성과 함께 환경마크 등 친환경 제품·기술 인증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환경부 산하 기관이다. 환경산업기술원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이번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평창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으로 인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업무협약서는 환경올림픽 개최를 위한 대내외 홍보도 두 기관의 공동협력사업의 하나로 명시했다. 협약 체결을 계기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으로 적극 홍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환경산업기술원이 미리 밝힌 협력 사업 내용을 뜯어보면 친환경 올림픽을 뒷받침할 대단한 프로그램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앞세우는 것은 선수들을 포함한 올림픽 참가자들이 대회 참가를 위해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을 나무 심기나 탄소배출권 구매 등의 방법으로 상쇄할 수 있도록 탄소상쇄기금 접수처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 친환경 경기관람과 친환경 숙소생활을 위한 안내책자 제작, 저탄소 생활실천 홍보관의 설치·운영, 환경산업기술원이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 차량 지원 등이 계획된 정도다.
며칠간의 올림픽 활강 경기 준비를 위해 가리왕산에서는 울창함 원시림이 잘려나갔다. 올림픽용으로 설계된 다른 시설들도 지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남아 있게 된다. 경기장 사이에 전기차가 돌아다니고, 참가 선수단이 탄소상쇄기금을 기부한다고 평창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리왕산을 지키기 위해 달려갔던 많은 이들에게는 날카로운 전기톱 소리와 아름드리 거목들의 무참하게 토막난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하다. 이렇게 준비된 평창올림픽에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모든 ‘친환경’을 웃음거리로 만드는 ‘녹색 분칠’인 셈이다. 강원도는 평창올림픽 경기장 건설을 위해 훼손된 가리왕산의 복원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친환경 올림픽 ‘완장’까지 차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듯싶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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