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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백두대간 숲, 축구장 107개만큼 사라졌다

등록 2016-07-31 13:14수정 2016-07-31 22:20

녹색연합, 백두대간 지리산~진부령 조사
등산객 방문으로 ‘숲의 사막’이 되어버려
백두대간 ‘조령~하늘재’ 구간의 등산로. 조사원이 들고 있는 측정도구의 빨간색, 하얀색 한 칸이 20㎝로, 상하좌우로 1m 넘게 침식됐다.  녹색연합 제공
백두대간 ‘조령~하늘재’ 구간의 등산로. 조사원이 들고 있는 측정도구의 빨간색, 하얀색 한 칸이 20㎝로, 상하좌우로 1m 넘게 침식됐다. 녹색연합 제공

사람이 그저 땅을 밟고 지나가는 것만으로 자연은 큰 피해를 입는다. 백두대간 종주 인파로 축구경기장 107개 면적에 달하는 숲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해 9월부터 백두대간 마루금(주능선)을 전수조사해 분석한 결과, 마루금 등산로 일대의 풀 한포기 없는 땅(나지)이 축구장 107개 크기인 769,5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15년 전인 2001년 조사했을 때 면적 633,975㎡보다 약 21% 늘어난 것이다.

녹색연합은 백두대간 지리산 천왕봉(경남 산청)부터 강원도 진부령(강원 고성)까지 732.92㎞의 마루금 등산로를 46개 구간으로 나눠, 200m 간격으로 측정하면서 나아갔다. 전체 측정지점 3629곳 중에서 뿌리가 노출된 지점은 42.4%였고, 암반이 노출된 곳은 24.9%였다. 침식 깊이는 2001년 11.8㎝에서 10.8㎝로 1㎝ 줄었지만, 등산로 폭은 112㎝에서 128㎝로 16㎝로 넓어졌다. 가장 큰 훼손 원인은 사람 발자국의 압력(답압)이었다. 사람의 체중이 실려 땅에 전달되는 압력은 땅속 공기층을 사라지게 하면서 땅을 단단하게 만든다. 시멘트처럼 굳어진 땅은 비가 와도 물이 스며들지 않고 식물이 살 수 없는 ‘숲의 사막’이 된다.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땅은 집중호우 때 물골로 바뀌고, 토양이 쓸려내려가면서 나무 뿌리가 드러나게 된다. 산사태 위험도 가중된다.

등반객이 자주 다니면서 물골이 생겨 나무뿌리가 드러난 궤방령~작점고개 구간.  녹색연합 제공
등반객이 자주 다니면서 물골이 생겨 나무뿌리가 드러난 궤방령~작점고개 구간. 녹색연합 제공
배제선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은 가장 심한 구간으로 조령~하늘재와 궤방령~작점고개 구간을 꼽았다. 그는 “조금이라도 물골이 생기면 물이 흙을 싣고 내려오면서 침식이 커졌다. 미리 배수로라도 만들어놨으면 피해가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조사 당시 이미 훼손이 심각했던 지리산 노고단~정령치 구간은 돌계단, 나무데크 등의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등산로 시설 정비 비율이 75%로 흙을 밟을 수 없는 땅이 되어버렸다.

백두대간은 1980~90년대부터 종주객이 드나들면서 자연 훼손이 시작됐다. 2005년 백두대간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국가보호지역이 되었으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는 국립공원 외의 지역(450㎞·종주구간의 65%)은 산림청 인력 부족 등으로 관리가 힘든 실정이다. 녹색연합은 “전담 관리조직을 신설하고 선진국과 같이 예약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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