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설악산 케이블카 예정 구간에 설치된 무인카메라에 찍힌 산양.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케이블카로 인해 산양의 무리 크기가 줄면서 기존 서식지에서 밀려난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 국내 최초의 야생 영장류 연구자인 김산하 박사(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등 동물행동학, 진화심리학자 7명은 이같은 외국 연구결과와 국내 산양 모니터링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산양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동물행동학자들이 눈여겨 본 것은 폴란드 타트라 국립공원 사례였다. 2007년에 이 국립공원의 주봉인 카스프로비 비에르흐(Kasprowy Wierch)에는 기존 케이블카를 개선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실어나를 수 있는 고속 케이블카가 개통됐다. 이렇게 되자 한해 탐방객이 50% 늘어나면서 270만명에 이르렀다. 국립공원 측은 케이블카 현대화 이전인 1999~2001년과 이후인 2008~2010년의 알스프산양의 행동을 비교 분석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케이블카는 알프스산양을 몰아내고 있었다. 알프스산양은 케이블카 터미널에서 평균 693m 떨어진 지역에서 발견됐으나, 새 케이블카가 들어선 뒤엔 평균 1664m 밖으로 더 밀려났다. 케이블 선로를 따라 설치된 지주에서는 기존 468m에서 1415m 멀리까지 쫓겨났다. 알프스산양 무리의 크기도 평균 5.3마리에서 3.9마리로 줄었다.
(관련 논문 P?ksa, Ł., Ciach, M. 2015. Negative effects of mass tourism on high mountain fauna: the case of the Tatra chamois Rupicapra rupicapra tatrica)
또한 알프스산양의 스트레스를 측정한 다른 연구도 같은 결론을 보여주고 있었다. 스트레스 지표인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석한 결과, 관광객 교란이 높은 지대에서 그렇지 않은 지대보다 코르티솔 농축 정도가 2~3배가 높았다.
(관련 논문 Zwijacz-Kozica et al. 2013. Concentration of fecal cortisol metabolites in chamois in relation to tourist pressure in Tatra National Park (South Poland))
이같은 연구 결과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미칠 수 있는 산양의 영향에 대해서 시사점을 던져준다. 기존 국내 연구를 보면, 설악산 산양의 활동범위 영역은 0.88㎢다. 즉, 가로 세로 1㎞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평생을 산다는 얘기다. 폴란드 사례에서 알프스산양들이 케이블카 때문에 1㎞ 가까이 밀려난 걸 고려하면, 설악산 산양은 사실상 서식지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지난해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강원 양양군 오색리~끝청봉 하단(3.4㎞) 구간에 설치하는 것으로 승인을 받았다. 현재는 천연기념물인 산양 피해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남겨둔 상태다. 그간 케이블카 추진 지자체인 양양군은 이 구간이 산양의 주서식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왔고, 최근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서도 국내 송전탑, 케이블카 건설지 주변에 야생동물이 발견된다며 케이블카가 포유류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자들은 “어린 개체의 촬영 자료로 번식이 확인됐고, 정주성 포유류에서는 일반적으로 서식지와 번식지가 구별되지 않는다”며 “케이블카 통과 지역을 주서식지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