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사전 집회를 마친 뒤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 까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손팻말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산양 등 멸종위기종 훼손 논란을 일으킨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추진 계획이 문화재위원회에서 부결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문화재위원회는 28일 천연기념물 분과 회의를 열어 강원도 양양군이 신청한 문화재현상변경안을 부결했다고 밝혔다. 야생동물인 산양(천연기념물 217호)과 까막딱따구리(천연기념물 242호) 등이 서식하는 설악산은 그 자체로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71호)으로 지정된 국가문화재다. 케이블카 건설 등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때에는, 문화재위원회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10명의 위원 전원이 참석한 이날 회의에서는 동물, 식물, 지질, 명승 등 4개 소위원회가 벌인 현장 조사 결과 등을 담은 보고서를 중심으로 심의가 벌어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케이블카 건설로 인한 발파 작업, 헬기 운행으로 인한 소음 진동이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서식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는 점이 고려됐다”며 “이 밖에도 야생동물과 식물, 경관 등의 변화를 종합 분석한 결과, 케이블카 설치는 안 된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문화재청이 진행한 조사에서 사업 지역 주변에서 56마리의 산양이 확인된 바 있다.
1997년 덕유산에 설치된 스키 리프트 이후 국립공원에서는 환경 훼손 등의 우려로 케이블카 설치가 전면 중단되어 왔다. 2012년과 2013년에도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신청서가 제출됐지만, 제1차 허가권을 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이를 모두 반려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 조기 추진을 하라는 발언을 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강원 양양군 오색리~끝청봉 하단 3.5㎞ 구간의 사업 승인을 내줬다.
이번 심의에서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 환경에 대한 훼손 우려가 크다는 것을 부결 이유로 밝혔다. 문화재위가 우려한 사업을 정작 환경 소관 부처인 환경부가 승인을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양양군은 설악산 케이블카를 기정사실화 하고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그때 환경부의 사업 승인은) 탐방객들의 답압(밟는 압력)에 의한 훼손을 막기 위해 케이블카 설치를 허가한 측면이 있었다. 문화재위에서 부결된 이상 더이상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다. 관련 협의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가 모인 설악산국민행동은 “환경부의 잘못된 결정으로 1년 반의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둘러싼 그동안의 과정을 교훈 삼아, 앞으로 보호구역의 올바른 보전과 관리를 모색하는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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