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국내외 31개 주요 아이티기업 환경성 평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벌인 환경성 평가에서 한국 기업들이 C에서 낙제점인 F에 이르는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그린피스는 10일 미국, 한국, 중국, 대만 등 4개 나라 31개 주요 아이티기업들의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실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 <2017 깨끗하게 클릭하세요>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애플·구글·페이스북은 A, 네이버는 C, 삼성에스디에스는 D,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F를 받았다. 에스케이텔레콤도 보고서에는 F로 평가됐으나,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임대 사용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돼 발표 당일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린피스는 미국 애플사는 이미 전 세계 자사 데이터센터 운용에 들어가는 전력을 모두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구글은 내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을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용할 계획이라는 점을 들어 각각 A로 평가했다.
반면 엘지 시엔에스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F를 받았다. 삼성 에스디에스는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대한 공개적 약속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D를, 네이버는 공개 약속은 했지만 이후 재생가능에너지 확충을 위한 추가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로 C를 받았다.
이런 평가를 두고 국내 기업들은 “국내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전기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항변하고 있다. 실제 한국의 전력 생산량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비중은 1%로, 중국 5%, 대만 4.2% 보다도 낮은 실정이다.
2015년 그린피스가 국내 정보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캠페인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일부 변화는 보이고 있다. 삼성에스디에스가 재생가능에너지 구매가 가능해질 경우 우선 구매하겠다는 내용을 사칙에 담고, 데이터센터를 빌려 쓰는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운영사에게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 등이 그런 예다. 하지만 앞서가고 있는 해외 아이티기업들에 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평가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가 춘천에 수열과 수상태양광을 통해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 건립을 추진 중이어서 주목된다. 조만간 입주 기업 유치에 들어가려는 이 데이터센터 단지의 수상태양광 설비용량은 200MW(메가와트)로, 아이티기업 5~6곳의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이 가능한 규모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이현숙 선임 캠페이너는 이 재생가능에너지 데이터센터 단지 건립을 두고 “그동안 국내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어렵다고 강조해온 국내 아이티기업들에게 그들의 의지를 증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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