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저감장치 소프트웨어가 불법 조작된 폴크스바겐 경유차에 대한 리콜(결함시정)이 유럽과 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다음달 6일부터 이뤄지게 됐다.
환경부는 12일 폴크스바겐이 지난해 10월 제출한 티구안 2개 모델(2.0 TDI와 2.0 TDI BMT) 2만7010대의 리콜 계획서를 검증한 결과 리콜 승인 요건을 충족해 이날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이에 따라 폴크스바겐이 전국 31개 서비스센타에서 리콜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6일부터 리콜을 시작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불법 조작으로 적발된 아우디를 포함한 폴크스바겐 그룹의 승용차 15개 모델 12만5515대 가운데 나머지 13개 모델 9만8505대는 배기량과 엔진출력 등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누어 리콜계획서를 받아 검증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국내 시판 차량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같은해 11월 아우디·폴크스바겐 15개 차종 12만5천여대에서 같은 형태의 조작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해 인증취소와 판매정지, 과징금 141억원 부과, 리콜 명령 등의 조처를 내린 바 있다. 이 조처 가운데 인증취소, 판매정지, 과징금 부과는 이행됐으나, 리콜은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제출한 리콜계획서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해 시작되지 못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10월 폴크스바겐이 다시 제출한 리콜계획서를 접수해,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와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에 맡겨 검증을 벌여왔다.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은 △‘배출가스재순환장치’를 실내 인증 조건에서만 작동하게 하고 실제 도로주행 조건에서는 작동하지 않도록 설정된 불법 소프트웨어를 실내·외 구별 없이 배출가스재순환장치를 정상 작동시키는 소프트웨어로 교체하고 △연소효율과 차량성능을 높이기 위해 연료 분사압력을 증대시키고, 연료 분사방식을 1연소행정(흡기→압축→연소·팽창→배기) 마다 1회 분사에서 2회 분사(스플릿분사)로 변경하며 △1.6L 차량(1개 차종 1만대)에는 공기흐름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연소효율을 높이기 위한 흡입공기제어기 추가 장착하는 내용이다.
환경부는 이 리콜 계획에 따라 불법 소프트웨어가 정상 소프트웨어로 교체된 상태에서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과 자동차 성능, 연비 변화를 검증해봤더니 질소산화물 배출이 개선되고 가속능력, 등판능력, 연비는 리콜 전·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통환경연구소가 한 배출가스 검증 결과, 불법 소프트웨어 제거에 따른 배출가스재순환장치 가동율 증가에 따라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실내에서 28~59%, 도로주행에서 20~33% 감소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지상태에서 40·60·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을 나타내는 가속능력과 40·60km/h에서 경사로를 오르는 등판능력도 소프트웨어 교체 전·후 큰 변화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자동차안전연구원의 소프트웨어 교체 전후 연비시험에서는 실내 공인연비는 변동이 없었고, 도로 주행 연비만 과징금 부과 기준(5%) 이하인 1.7%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측정됐다. 이처럼 공인연비 측정에서 리콜 전·후 연비 차이가 발생하지 않은데 대해, 환경부는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에는 ‘배출가스재순환장치’외에 연료를 분사해줘야 하는 ‘질소산화물저장·제거장치’가 추가 장착돼 있으나 국내에 시판된 차량에는 이 장치가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의 차량들이 주행 중 오염물질을 과다 배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획대로 리콜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차량 소유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에 리콜 이행기간인 18개월 동안 리콜이행율을 미국 폴크스바겐 리콜 이행률 목표와 동일한 85%까지 높일 방안에 대한 보완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폴크스바겐은 리콜차량 픽업·배달서비스, 교통비 제공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홍동곤 과장은 “분기별 리콜이행 실적을 분석하여 리콜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에는 추가적인 리콜 보완방안을 마련키로 했다”며 “폴크스바겐이 제시한 리콜이행율 제고방안 외에 차량 소유자들이 폭크스바겐 쪽에 제시한 100만원 상당의 쿠폰을 수령하기 위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때 리콜을 함께 실시할 경우 리콜이행율 85%는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리콜이 승인된 차량은 2년 1회 이상 결함확인검사(연간 50∼100개 차종) 차종에 포함시켜 결함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 차량과 동일한 유로5 차량을 판매한 유럽에서는 2016년 1월 이후 차례로 리콜을 승인하여 2016년 12월 14개 그룹 전체에 대해 리콜을 승인하였으며, 한국에 비해 엄격한 사양(배출기준이 유로5에 비해 4배 강함)의 차량을 판매한 미국은 2017년 지난 6일 2015년 모델 차량에 대해 리콜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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