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 목표 후퇴
정부가 올해로 만료되는 제1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 동안 기업들에 할당할 수 있는 배출권 총량을 애초 15억9773만톤에서 16억1474만톤으로 1701만톤 늘리기로 결정했다. 배출권 총량이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으나 대기 중 온실가스 배출은 그만큼 더 늘어나면서 기후변화 대응도 뒷걸음치게 됐다.
정부는 24일 국무회의를 열고 배출권 총량 확대분 1701만톤과 거래제 시행 이전의 조기감축 실적 인정분 5139만여톤 등 모두 6800여만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추가 할당하는 내용의 ‘배출권거래제 제1차 계획기간(2015~2017) 3차 이행연도 배출권 할당계획’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할 ‘제2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를 일정량 이상 배출하는 기업들한테 정부가 배출권을 나누어준 뒤, 할당받는 배출권 범위 안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모자라거나 남는 배출권은 시장에서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해 국가 전체적으로 가장 비용 효율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게 하려는 취지의 제도다. 이 제도의 다른 이름이 ‘캡 앤 트레이드’인 데서도 알 수 있듯,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캡’, 즉 엄격한 배출권 총량 상한선 유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할당되는 배출권이 실제 필요로 하는 양보다는 부족한 상태여야 기업들이 감축 행동이나 배출권 구매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 감축실적 5139만톤 인정 등
올해 할당량 6800만톤 늘리기로
기업 배출량 600만톤 남아도는데
거래시장 수급 불균형 이유 들어
전문가 “기업에 부당이익 주는 셈” 정부가 올해 추가 할당하기로 한 배출권 6800여만톤 가운데 5139만여톤은 배출권 총량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화 조처나 조기감축 실적 인정, 새로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이 될 기업이나 시설 등을 고려해 이미 떼어 놓은 예비분 8882만여톤의 일부로 총량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01만톤 추가 할당은 총량에 포함돼 있지 않던 순수한 추가 할당이어서, 온실가스 배출권 총량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기업들이 그만큼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배출권 총량을 늘리게 된 것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반영해 이뤄진 조처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2015년 6월 유엔에 ‘202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에서 ‘203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 대비 37% 감축’으로 수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하며 “기존 계획보다 진전된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조처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아래서 기업들에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까지의 정부 설명과 달리 바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앞선 감축 목표보다 후퇴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정부는 배출권을 추가 할당하게 된 이유로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배출권의 절대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배출권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지 않고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2015년 현재 배출권거래 시장의 총 배출권 수량은 5억4900만톤인 반면, 기업들의 실제 배출량은 5억4300만톤이어서 시장 전체적으로 600만톤의 배출권 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정부가 배출권 과다할당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을 보면서도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배출권 추가 할당은 일부 기업들에 부당이익이 될 뿐 아니라 제1차 계획기간 이후로 이월되는 배출권을 늘려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기업들한테 전량 무상 할당했던 배출권을 2018년부터는 3%까지 경매 방식으로 유상 할당해, 수입을 친환경 분야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과거 배출실적을 기준으로 삼아온 할당 방식도 친환경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를 미리 감축해온 기업들에 유리하게 바꾸기로 했다. 기업들이 해외 감축 노력을 통해 확보한 배출권의 거래 가능 시기를 2021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기고,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이 아닌 기업이나 시설에서 감축한 양도 배출권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김정수 조계완 기자 jsk21@hani.co.kr
올해 할당량 6800만톤 늘리기로
기업 배출량 600만톤 남아도는데
거래시장 수급 불균형 이유 들어
전문가 “기업에 부당이익 주는 셈” 정부가 올해 추가 할당하기로 한 배출권 6800여만톤 가운데 5139만여톤은 배출권 총량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시장 안정화 조처나 조기감축 실적 인정, 새로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이 될 기업이나 시설 등을 고려해 이미 떼어 놓은 예비분 8882만여톤의 일부로 총량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701만톤 추가 할당은 총량에 포함돼 있지 않던 순수한 추가 할당이어서, 온실가스 배출권 총량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기업들이 그만큼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이처럼 배출권 총량을 늘리게 된 것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반영해 이뤄진 조처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앞서 2015년 6월 유엔에 ‘202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에서 ‘2030년까지 배출량 전망치 대비 37% 감축’으로 수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출하며 “기존 계획보다 진전된 내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조처로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아래서 기업들에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까지의 정부 설명과 달리 바뀐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앞선 감축 목표보다 후퇴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정부는 배출권을 추가 할당하게 된 이유로 국내 배출권 거래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배출권의 절대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배출권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지 않고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2015년 현재 배출권거래 시장의 총 배출권 수량은 5억4900만톤인 반면, 기업들의 실제 배출량은 5억4300만톤이어서 시장 전체적으로 600만톤의 배출권 여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정부가 배출권 과다할당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유럽연합을 보면서도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배출권 추가 할당은 일부 기업들에 부당이익이 될 뿐 아니라 제1차 계획기간 이후로 이월되는 배출권을 늘려 배출권거래제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기업들한테 전량 무상 할당했던 배출권을 2018년부터는 3%까지 경매 방식으로 유상 할당해, 수입을 친환경 분야 투자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과거 배출실적을 기준으로 삼아온 할당 방식도 친환경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를 미리 감축해온 기업들에 유리하게 바꾸기로 했다. 기업들이 해외 감축 노력을 통해 확보한 배출권의 거래 가능 시기를 2021년에서 내년으로 앞당기고, 배출권거래제 적용 대상이 아닌 기업이나 시설에서 감축한 양도 배출권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김정수 조계완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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