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흥중학교의 한 교실 뒤에 놓여 있는 지렁이 화분들. 화초가 심어진 화분 밑단의 큰 화분이 지렁이들의 집이자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작업장이다.
지렁이가 나를 바꿨어요
인천 부평 부흥중 3학년 반마다 지렁이 화분 3개씩…
점심반찬 남기기 줄고 환경감수성 쑤~욱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에는 사료화, 퇴비화, 소각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 방법들 가운데 특히 지렁이를 활용한 퇴비화는 정부의 별다른 정책적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불교수행공동체인 정토회와 YWCA 등 민간단체의 보급 노력만으로 힘들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렁이로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량 자체는 아직 통계로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지렁이 기르기의 진짜 가치는 다른 데 있다. 그저 꿈틀대기만 할 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미물의 미덕이 종의 벽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다. 지렁이 기르기는 사람들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도록 만들고, 자연스럽게 지구 환경문제를 생각하도록 이끈다. 교육현장에서 지렁이 기르기를 환경교육에 연계시키는 것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부평에 있는 부흥중학교 도서실에서는 ‘꼬불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환경교실 발표회’라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지렁이를 활용한 환경교육에 앞장서 ‘꼬불이 학교’로 불리는 이 학교의 성과를 외부에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부흥중에서 지렁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부터다. 환경과 권영미 선생님이 YWCA의 후원을 받아 자신이 가르치는 3학년 10개 학급 교실에 3단짜리 지렁이 화분 3조씩을 들여놓은 것이다. 이렇게 30조로 출발한 지렁이 화분은 현재는 1·2학년을 포함한 전학급 34개 교실과 교무실, 양호실까지 들어가 110여조로 늘었다. 지렁이 화분 1조는 화분을 2~3단으로 쌓아 올려 아래쪽 화분들에는 일주일에 한 두번 음식물 쓰레기를 적당히 넣어 지렁이를 기르고, 지렁이 화분의 덮개 역할을 하는 맨 위 화분에는 화초를 키우는 형태로 구성된다. 권 교사가 지렁이 화분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일부 선생님들의 반대는 의외로 완강했다. 교실에 지렁이를 들여놓으면 사표를 내겠다는 교사도 있었다. 하지만 권 교사의 끈질긴 설득과 이 학교 김병섭 교감 선생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지렁이 화분은 어렵사리 교실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렁이 화분을 직접 관리하는 학생들은 환경실천반 학생 20여명과 학급별로 1~2명씩 지정된 전담 학생들이다. 하지만 교실에서 지렁이에게 먹이를 주고, 이들이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학생들에게서 변화가 나타났다. 우선 급식을 남기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렁이를 기르게 한지 보름쯤 뒤부터 학급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량이 서서히 줄기 시작하더니 최대 15%까지 감소한 것이다.
가장 소중하고 값진 변화는 학생들의 의식의 변화였다. 김 교감은 “지렁이 기르기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줄였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환경 감수성에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며 지렁이 퇴비화 프로그램의 환경교육 활용도를 높이 평가했다.
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감수성은 지렁이처럼 하찮아 보이는 생명도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과 더불어 자라났다. 이 학교 2학년3반 임용운군은 강화도 갯벌에 다녀온 소감문에서 “갯벌생물들의 멸종상태도 알았으니 좀더 적극 실천을 해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던 것 보다 갯벌에 사는 것이 많아 이제 갯벌에 갈 때는 조심해야겠다”고 적었다.
부흥중 교사와 학생들의 이날 사례 발표는 지렁이 화분을 들여놓기를 고민하던 참석자들에게 자신감을 준 듯 했다. 참석자들에게 분양하기 위해 준비한 지렁이 화분 20조는 금세 모두 주인을 만났다. “지렁이 화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지렁이를 기르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는 총신대 유아교육과 졸업반 정호경씨도 “발표를 듣고 용기를 냈다”며 한 조를 챙겨갔다.
행사를 주관한 서울YWCA 허수진 간사는 “음식물 쓰레기를 받아 먹고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지렁이를 새로운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가 삶 속에 지렁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속도로 우리의 삶을 바꿔간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평/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점심반찬 남기기 줄고 환경감수성 쑤~욱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에는 사료화, 퇴비화, 소각 등 여러 방법이 있다. 이 방법들 가운데 특히 지렁이를 활용한 퇴비화는 정부의 별다른 정책적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불교수행공동체인 정토회와 YWCA 등 민간단체의 보급 노력만으로 힘들게 퍼져나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지렁이로 처리하는 음식물 쓰레기량 자체는 아직 통계로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지렁이 기르기의 진짜 가치는 다른 데 있다. 그저 꿈틀대기만 할 뿐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대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미물의 미덕이 종의 벽을 넘어 인간의 마음을 두드리는 것이다. 지렁이 기르기는 사람들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도록 만들고, 자연스럽게 지구 환경문제를 생각하도록 이끈다. 교육현장에서 지렁이 기르기를 환경교육에 연계시키는 것에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인천 부평에 있는 부흥중학교 도서실에서는 ‘꼬불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환경교실 발표회’라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지렁이를 활용한 환경교육에 앞장서 ‘꼬불이 학교’로 불리는 이 학교의 성과를 외부에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부흥중에서 지렁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봄부터다. 환경과 권영미 선생님이 YWCA의 후원을 받아 자신이 가르치는 3학년 10개 학급 교실에 3단짜리 지렁이 화분 3조씩을 들여놓은 것이다. 이렇게 30조로 출발한 지렁이 화분은 현재는 1·2학년을 포함한 전학급 34개 교실과 교무실, 양호실까지 들어가 110여조로 늘었다. 지렁이 화분 1조는 화분을 2~3단으로 쌓아 올려 아래쪽 화분들에는 일주일에 한 두번 음식물 쓰레기를 적당히 넣어 지렁이를 기르고, 지렁이 화분의 덮개 역할을 하는 맨 위 화분에는 화초를 키우는 형태로 구성된다. 권 교사가 지렁이 화분 이야기를 꺼냈을 때 일부 선생님들의 반대는 의외로 완강했다. 교실에 지렁이를 들여놓으면 사표를 내겠다는 교사도 있었다. 하지만 권 교사의 끈질긴 설득과 이 학교 김병섭 교감 선생님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지렁이 화분은 어렵사리 교실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발표회 참석자들이 부흥중 권영미 교사(맨왼쪽)로부터 지렁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온실형으로 꾸며진 지렁이 사육장인 ‘꼬불이 퇴비장’을 보러 들어가는 사람들.
부흥중 학생들의 지렁이 기르기 체험사례 발표를 듣고 있는 발표회 참석자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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