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문화재위원회 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부가 케이블카 사업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 조속한 사업 추진을 돕는 규제완화 계획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포함된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자료를 보면, 정부는 지금까지 케이블카 사업자가 지방자치단체와 관계부처에 개별적으로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하는 케이블카 사업 절차를 지자체가 관계부처와 협의해 승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궤도운송법을 개정해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궤도사업 허가만 이뤄지면 도시계획시설 실시계획인가, 개발행위 허가 등 6개 인·허가 사항을 의제처리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런 정부의 계획에 대해 환경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계획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이 충분한 환경성, 경제적 타당성 검토 없이 졸속 추진되게 만들어 환경훼손과 사회적 갈등만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금은 산지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고 할 경우 사업자가 산림청과 직접 접촉해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발표대로 궤도운송법이 개정되면 사업지역 지방자치단체가 산림청과 산지전용 문제를 협의해 케이블카사업 승인을 내주면 따로 산지전용허가는 받지 않아도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처럼 산지전용허가가 공공기관간의 협의 사항으로 바뀌면 민간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심의 없이 공무원들 판단만으로 산지 전용이 가능하게 돼 산지 전용이 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공유수면점용이나 농지전용 등 정부가 궤도운송법을 고쳐 의제처리하겠다는 6가지가 모두 마찬가지다.
현재 정부의 임기와 정국 상황을 볼 때 현 정부의 계획대로 이런 규제완화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토부는 6가지 인허가 사항을 의제처리하기 위한 궤도운송법 개정을 올 4분기에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궤도운송법을 고쳐 의제처리하겠다는 6가지에 환경부의 자연공원법이나 문화재청의 문화재보호법은 빠져 있다. 지금 설악산이나 지리산 등에 케이블카를 쉽게 설치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자연공원법에 따른 공원계획변경, 환경영향평가, 문화재현상변경 등의 절차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한 규제완화 계획들이 다음 정부에서 그대로 이어진다고 하면, 설악산이나 지리산과 같은 자연공원은 아니라도 목포 유달산, 진안 마이산 등 전국에 30곳 이상 추진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이 충분한 환경성, 경제성 검토 없이 졸속 추진되게 만들어 사회적 갈등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녹색연합은 27일 성명에서 “모든 케이블카사업의 인허가와 승인을 ‘완-스톱’으로 처리하고, 법으로 보장된 각 부처의 승인과 허가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겠다는 것은 지역주민을 포함해 국민 모두를 거짓으로 우롱하고, 소중한 자연환경을 유린하고, 막대한 예산을 소수에게 몰아주고,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양산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범 정부차원에서 제1의 과제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막개발로 향하는 케이블카 특혜를 전면 폐기하라”고 주장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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