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유해화학물질에 포위돼 살아간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사용하는 치약과 비누부터 걸치는 옷, 쉬고 일하는 공간 주변의 다양한 물건, 심지어 먹는 음식에도 농약이나 식품첨가물에서 비롯된 갖가지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넘지 않더라도 들어 있기 십상이다.
어머니 뱃속의 태아조차 이런 유해물질에서 안전하지 않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문제 연구 단체인 환경워킹그룹이 2004년 신생아 10명의 제대혈을 조사했더니 그 속에서 각종 발암물질, 뇌와 신경계 유독물질, 발달장애를 일으키는 물질 등 무려 287종의 화학물질이 발견됐다. 미국화학회의 화학물질등록시스템 카스(CAS)에 매일 새로 등록되는 신물질이 1만5000여종, 제품화돼 시장에 나오는 신물질도 매년 2000여종이나 돼 지금 다시 조사한다면 발견되는 화학물질 종류는 훨씬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몸속에 들어온 유해화학물질은 몸 밖으로 다시 배출되기도 하지만 미처 배출되지 않고 쌓이기도 한다. 이렇게 몸속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이 이른바 ‘바디버든’이다. 바디버든을 구성하는 유해화학물질들은 다양한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임종한 환경독성보건학회장(인하대 의대 교수)은 “바디버든이 암, 기형, 당뇨병, 불임, 자궁내막증 등 다양한 질병을 발생시키거나 악화시킨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고, 월경불순과 아토피, 노인성 치매 등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보고가 많다. 바디버든은 몸에 들어온 유해화학물질을 해독하고 배출하는 능력이 약한 어린이들과 이런 능력이 쇠퇴한 노인들에게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바디버든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 살면서 바디버든을 모두 덜어내기는 불가능하더라도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겨레>는 아이쿱생협 자연드림과 함께 13일부터 일반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는 것을 통해 바디버든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보는 체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자연드림이 전국을 14개 권역으로 나눠 모집한 참가자들은 권역별로 시차를 두고 2주 동안 △유해물질 함유 가능성이 높은 제품의 사용을 피하는 ‘노출 줄이기’ △충분한 물 마시기와 적당한 운동을 통한 ‘적극 배출하기’ △사용하는 제품에 바디버든을 증가시키는 성분이 없는지 ‘꼼꼼히 살피기’ 등 바디버든을 줄이기 위한 3가지 실천지침에 따라 생활한 뒤 체험 참여 전후 바디버든의 변화를 살펴보게 된다.
변화를 측정할 지표로는 인체 내분비계에 이상을 일으키는 대표적 환경호르몬인 페놀류 18종과 프탈레이트류 11종이 사용된다. 이들을 추적 대상으로 삼은 것은 단기간의 회피 행동으로 체내 농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다 간단한 소변검사로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분석팀장은 “두 종류의 물질은 반감기가 6~48시간에 불과해 최소 3일 정도만 회피해도 감소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 참가자 500명의 바디버든 변화를 분석한 최종 보고서는 6월말 공개될 예정이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은 자연드림이 운영하는 캠페인 누리집(bodyburden.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