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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김천 반달곰’ 미스터리…사육곰인가? 야생곰인가?

등록 2017-06-16 17:00수정 2017-06-16 17:01

①사육곰 농장 탈출했다?…주변 농장 없어 설득력 떨어져
②농장에서 버렸다?…스스로 야생적응 가능할까
③야생 반달곰?…지리산부터 80㎞ 이동했다는 얘기
15일 밤, 지리산 관리시설 이송…일주일 뒤 DNA 결과 나와
15일 경북 김천 수도산 정상부에서 포획된 반달곰이 마취주사를 맞고 이송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15일 경북 김천 수도산 정상부에서 포획된 반달곰이 마취주사를 맞고 이송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14일 오전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된 반달곰이 포획되어 지리산국립공원의 반달곰 관리시설로 이송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6일 “공단 산하 종복원기술원 사육장으로 15일 밤 이송해 보호 중”이라며 “일주일 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야생곰인지 사육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산 주변에 사육곰 농장이 없다는 점, 그리고 인적이 드문 산 정상부에서 발견됐다는 점 때문에 이 반달곰이 야생곰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야생 반달곰 서식지는 이곳에서 약 80㎞ 떨어진 지리산국립공원이 유일하다.

‘김천 반달곰’은 14일 아침 7시께 김천시 대덕면 수도산 정상 750m 지점 등산로 정비작업을 하던 중 발견됐다. 곰은 초코파이를 먹고 달아났지만, 이날 오후 설치한 원통형 트랩(통덫)에 생포됐고, 이튿날 오전부터 진행된 생포, 운송 작업을 통해 지리산 종복원기술원으로 옮겨졌다.

반달곰은 순순히 원통형 트랩에 들어와 갇혔지만, 반달곰을 운반하는 작업에는 난항이 이어졌다. 애초 대구지방환경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헬기를 사용해 이송하려고 했으나, 동물의 안전 문제가 제기돼 포기했다. 결국 원통형 트랩에서 곰을 꺼내 마취시킨 뒤 사람이 들것에 싣고 내려오는 방법을 택했다. 이송 중간에 마취 주사를 놓아야 했다. 반달곰이 산 아래로 내려온 건 15일 오후 7시께였다. 원래 경북권의 사육곰 농장에 임시보호하려고 했는데, 유전자 검사 등 편의를 위해 지리산 종복원기술원으로 데리고 갔다. 반달곰은 약 3살로 추정되고, 건강한 상태다.

초코파이를 먹고 사라진 김천 반달곰은 원통형 트랩에 들어와 포획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초코파이를 먹고 사라진 김천 반달곰은 원통형 트랩에 들어와 포획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반달곰이 놀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에 수건을 덮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반달곰이 놀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얼굴에 수건을 덮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제공
김천 반달곰의 정체는 크게 세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사육곰 농장에서 탈출한 개체라는 추정이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전국 36개 농가에서 곰 660마리가 웅담 채취를 위해 사육되고 있다. 사육곰 탈출 사건도 빈번해서, 2000년부터 올해 4월까지 14차례 발생했다. 2012년 탈출한 곰은 사람을 물어 피해를 줬으며, 지난 4월 경기 김포에서는 사육곰이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천 수도산 주변에 사육곰 농장이 없어서, 이 반달곰이 도심과 주거지를 뚫고 수도산에 입산했다는 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둘째, 누군가 버리고 간 개체라는 추정이다. 사육곰 농장이나 기타 사육시설에서 수도산에 유기한 것이다. 곰은 짧은 시간이나마 야생에 적응했고, ‘반 야생곰'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야생 반달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설악산에서 반달곰의 죽음이 확인된 이후, 야생 곰이 명징하게 확인된 적은 없었다. 다만 지리산에서 곰 추정 동영상이 찍히면서 야생방사 사업이 전개되었고, 현재 지리산에는 45마리의 반달곰이 살고 있다. 수도산에서 애초 살았던 야생곰일 가능성은 희박하고, 다만 지리산 반달곰이 덕유산 등 소백산맥을 따라 김천까지 갔을 가능성은 있다. 숲을 따라갈 경우 약 80㎞의 거리다. 수도산은 인적이 드물어서 야생동물이 은신하기 좋은 공간이다.

문광선 종복원기술원 부장은 16일 “보통 사육곰은 민가 근처에서 먹을 것을 구하는데, 이 반달곰은 해발 700m 이상 정상부에서 발견됐다”며 “그런데 이 반달곰은 초코파이를 먹었고, 크게 도망은 안 갔다. 사람 손을 탄 곰인지 아직 정확지 않다.”고 밝혔다.

종복원기술원은 반달곰의 모근을 채취해 유전자 검사에 들어갔다. 문광선 부장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주일 정도 걸린다. 한반도 아종으로 나오면 우리(지리산 야생 반달곰) 개체일 확률이 높고, 그렇지 않으면 사육곰일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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