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대공원 해양관에서 큰돌고래 ‘태지’가 들것에 실리고 있다. 이날 태지는 제주 퍼시픽랜드로 보내졌고, 서울대공원은 선진국 동물원처럼 ‘돌핀 프리’(돌고래가 없는) 동물원이 되었다. 남종영 기자
‘어푸, 어푸.’
들것에 실린 태지가 고개를 공중으로 올리더니, 이내 힘을 빼고 사육사들에게 몸을 내줬다. 서울대공원의 마지막 돌고래. 동료 돌고래들은 모두 고향인 제주 바다로 떠났고, 태지는 20일 오후 무진동차와 항공기에 실려 제주 퍼시픽랜드로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났다.
서울대공원 큰돌고래 ‘태지’가 남방큰돌고래 불법 포획으로 논란이 됐던 수족관인 제주 퍼시픽랜드로 돌아갔다. 이기섭 서울동물원장은 이날 “큰돌고래 태지를 제주 퍼시픽랜드로 위탁 관리하도록 했다”며 “돌고래쇼를 안 하는 조건으로 퍼시픽랜드가 5개월 동안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퍼시픽랜드는 태지의 ‘서울~제주 항공운송비’ 45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고, 5개월 뒤 서울대공원이 소유권을 포기하면 태지를 갖는 걸로 했다. 퍼시픽랜드는 1990년대부터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등을 불법 포획해 문제가 됐던 수족관이다.
태지는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방사를 위해 고향인 제주 바다로 떠나면서, 지난 5월부터 서울대공원에 혼자 남게 됐다. 서식지가 ‘돌고래 학살지’로 악명 높은 일본 다이지여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남은 태지는 시멘트 바닥 위로 오르고 고개를 반복적으로 흔드는 등 정형행동이 심해졌다.
서울대공원은 태지를 울산 남구가 운영하는 고래생태체험관에 영구 위탁하려 했으나, 일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다른 수족관을 수소문한 끝에 퍼시픽랜드에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서울대공원이 5개월 뒤 소유권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돌고래 공연 풀장을) 돌고래와 고래를 보여주는 영상관으로 개조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핫핑크돌핀스,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환경단체가 모인 ‘돌고래 바다쉼터 추진위원회’는 원래 서식지로 돌아갈 수 없는 태지 같은 돌고래들을 바닷가의 만에 보호하는 ‘바다쉼터’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돌고래 수족관에서 국내에 서식지가 없는 돌고래는 큰돌고래와 흰고래, 큰돌고래-남방큰돌고래 혼혈종 등 38마리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태지는 단순히 돌고래 한 마리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돌고래를 바라볼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해양수산부가 나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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