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람들의 건강과 아이들, 그들 자신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공론화로 결정하기로 해서 기쁩니다. 그런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흔한 일입니다.”
12일 서울 남영동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제니퍼 리 모건(51) 그린피스 국제본부 공동 사무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옳다.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원전과 에너지 문제 등의) 토론에 참여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국가, 지구의 미래를 위한 기초가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그린피스 국제본부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해온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등 한국의 주요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과 만나 지자체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과 환경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수 있는지 논의하기 위해 10일 저녁 방한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에서 진행 중이던 원전 공사를 중단하고 그 처리 여부를 공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탈원전 논의는 기술관료들의 기술적인 논의가 아니라 사회적인 논의이며, 가치에 대한 논의”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기술 전문가가 아닌 각 주 대표, 윤리 전문가, 종교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이 참여한 독일 윤리위원회가 독일의 탈원전 시기를 앞당기는 결정을 내린 것이 그런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3개월의 공론조사 기간이 너무 짧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짧지 않다. 원전에 대한 논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수십년 해온 논쟁이다. 시급성을 고려해 그동안 해온 논쟁을 함축해 시민과 사회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국내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모건 사무총장은 “미국을 뺀 나머지 19개 국가(G19)는 미국과 상관없이 파리협정을 지키기로 했고, 미국에서도 트럼프의 파리협정 철수 선언으로 오히려 주 정부와 기업 등의 기후변화와 관련한 혁신이나 창의력 의지가 촉발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이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할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 이뤄질 것이냐의 문제인 만큼 빨리 사고를 바꿔 새롭게 변화하는 경제에 합류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환경진보’라는 미국 엔지오 대표인 마이클 셸렌버거는 우리 정부에 탈원전 정책 재고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개인적으로 마이클을 아는데 최근 소식은 안타깝다. 마이클은 원전의 위험을 과소평가, 축소해 전달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주의자로서 미국 내의 문제를 더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에서는 최근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력발전단지 건설 사업을 둘러싼 환경훼손 논란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에서 나타나듯 좁은 국토 때문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에 대해 모건 사무총장은 “우선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시민들이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을 소유하게 해 에너지 생산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 독일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것”을 조언했다.
글·사진/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