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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돌고래 선진국’ 된 한국…고향 간 7마리 돌고래는?

등록 2017-07-18 15:55수정 2017-07-18 16:30

야생서 잡혀온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민간업체 ‘비봉이’만 남아
한국 연안에 야생방사 힘든 수입산·혼혈종 어떻게 할지가 과제
지난달 21일 제주 함덕 가두리에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가 활어를 물고 있다.  남종영 기자
지난달 21일 제주 함덕 가두리에서 남방큰돌고래 금등이가 활어를 물고 있다. 남종영 기자
서울대공원에서 20년 가까이 돌고래쇼를 하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과 ‘대포’가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다. 한국은 수족관돌고래 7마리를 정부가 나서 야생으로 돌려보낸 흔치 않은 ‘돌고래 선진국’이 됐다.

해양수산부와 서울시는 18일 오후 금등이와 대포가 활어 적응 훈련을 하던 제주시 함덕 정주항 가두리의 그물을 걷어내고 두 돌고래를 야생 바다로 내보냈다. 두 돌고래는 각각 6번과 7번 식별 번호를 등지느러미에 새긴 뒤 바다로 나갔다.

이들이 야생 무리에 합류할지는 앞으로 한 달 안에 판명 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 5마리는 모두 야생 무리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 그러나 금등이와 대포는 수족관 사육 기간이 4~5년 안팎이었던 기존 개체들과 달리 각각 19년, 20년 수족관에 산 뒤 나가는 것이라 전문가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1984년 5월1일 대한민국 첫 돌고래쇼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초청된 시민들에게만 공개됐다.  서울사진아카이브 제공
1984년 5월1일 대한민국 첫 돌고래쇼는 전두환 전 대통령과 초청된 시민들에게만 공개됐다. 서울사진아카이브 제공
이번 야생방사는 공공기관에서 사육하던 국내 서식 돌고래를 모두 야생으로 돌려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에 돌고래쇼를 도입하고 돌고래 불법포획의 수혜를 받았던 서울대공원이 ‘돌고래 프리’ 동물원이 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국내 최초의 돌고래쇼는 1984년 5월1월 서울대공원이 문을 열면서 일본에서 수입한 ‘돌이’ ‘고리’ ‘래리’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그 뒤 1986년 퍼시픽랜드가 제주 중문에 대형 수족관을 열어 ‘한라’ ‘미래’ ‘나래’ ‘탐라’로 돌고래쇼를 시작했다. 모두 일본에서 수입한 큰돌고래였다. 하지만 1990년대 퍼시픽랜드가 제주 연안 정치망에 우연히 걸린(혼획) 남방큰돌고래를 길들이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수족관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로 대체되기 시작한다. 서울대공원은 퍼시픽랜드에 바다사자 등을 주면서 가져와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1년 해양경찰청이 불법포획 사실을 적발해 국내에 논란이 커지고, 이듬해 서울시가 불법포획된 제돌이의 야생방사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시민단체와 정부와 협력으로 남방큰돌고래를 하나씩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금등이와 대포까지 합치면 수족관돌고래 7마리가 야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외국에서 수입된 돌고래들은 여전히 쇼를 벌이고 있다. 7월 기준으로 국내 수족관 7곳에서 39마리가 산다. 제주산 야생 남방큰돌고래는 퍼시픽랜드 ‘비봉이’ 1마리뿐이며 나머지는 일본 다이지와 러시아 틴로센터에서 각각 수입한 큰돌고래와 흰고래(벨루가) 그리고 남방큰돌고래와 큰돌고래 혼혈종이다. 서울대공원은 금등이와 대포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돌고래 번식·사육을 중단했다.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지난해 추가 반입, 번식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는 어떤 이들일까? 제돌이부터 금등이, 대포까지 간략히 정리했다.

제돌(서울대공원·야생적응 성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생방사’를 선언하기 전인 2013년 2월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앞쪽).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이 ‘야생방사’를 선언하기 전인 2013년 2월 서울대공원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앞쪽).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야생방사의 큰 흐름을 만들어낸 주역이다. 2009년 5월1일 제주 신풍 앞바다에서 ‘복순이’와 함께 그물에 걸렸다. 퍼시픽랜드에서 길들여져 두 달 뒤 바다사자와 맞교환되어 서울대공원으로 가서 본격적인 쇼를 시작했다. 2012년 3월12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돌이의 야생방사를 선언했고 이듬해 7월18일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춘삼(퍼시픽랜드·야생적응 성공)

2016년 8월 야생 바다에서 출산 소식을 전해 온 춘삼이와 새끼. 이화여대-제주대 돌고래 연구팀
2016년 8월 야생 바다에서 출산 소식을 전해 온 춘삼이와 새끼. 이화여대-제주대 돌고래 연구팀
제돌이 야생방사 프로젝트에 합류해 고향 바다로 돌아간 ‘덩달이’ 돌고래. 2009년 6월23일 제주 연대에서 잡혀 퍼시픽랜드에서 쇼를 했다. 하지만 2011년 해양경찰청이 퍼시픽랜드의 불법포획을 적발하면서 재판에 넘겨졌고, 2013년 2월 대법원은 퍼시픽랜드에서 쇼를 하던 춘삼이를 비롯해 삼팔이, 태산이, 복순이에 대해 몰수 결정을 내렸다. 해양수산부와 서울시는 춘삼이를 정확히 4년 전인 2013년 7월18일 제돌이와 함께 방사했다. 2016년 8월 춘삼이가 새끼를 낳아 데리고 다니는 것이 이화여대-제주대 돌고래 연구팀에 의해 확인됐다.

삼팔(퍼시픽랜드·야생적응 성공)

2016년 4월 새끼와 함께 헤엄치는 삼팔이.  이화여대-제주대 돌고래 연구팀
2016년 4월 새끼와 함께 헤엄치는 삼팔이. 이화여대-제주대 돌고래 연구팀
역시 ‘덩달아’ 바다로 돌아간 돌고래다. 그러나 삼팔이는 가두리에서 미리 ‘탈출’해 자유를 찾았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2013년 6월22일 태풍에 찢긴 가두리 그물 틈을 빠져나가, 닷새 뒤인 27일 야생 무리와 함께 다니는 게 목격됐다. 삼팔이의 탈출과 야생적응 성공은 방사를 앞둔 제돌이와 춘삼이의 청신호가 됐다. 2016년 4월 삼팔이의 새끼 출산이 최종 확인됐다. 수족관돌고래가 야생에서 번식한 것이 확인된 것 세계 최초다.

복순(퍼시픽랜드·야생적응 성공)

2015년 6월 제주 함덕 정주항에서 가두리로 향하는 배에 태워진 돌고래 복순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2015년 6월 제주 함덕 정주항에서 가두리로 향하는 배에 태워진 돌고래 복순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대법원의 몰수 결정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돌고래. 활어 적응 훈련을 할 가두리가 넓지 않았고, 입이 비뚤어지는 등 건강 문제도 제기됐다. 먹이를 간혹 거부하고 소심해서 ‘우울증 돌고래’로 불렸다. 결국 2009년 5월1일 제돌이와 같은 그물에 잡혔지만, 제돌이와 달리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야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해양수산부의 노력으로 2015년 7월6일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태산(퍼시픽랜드·야생적응 성공)

남방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서울대공원에서 고등어 활어를 입으로 잡아먹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남방돌고래 태산이와 복순이가 서울대공원에서 고등어 활어를 입으로 잡아먹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복순이와 수족관 생활을 줄곧 함께 했던 돌고래. 복순이와 마찬가지로 1차 방사 때 고향에 가지 못했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졌다가 복순이와 함께 2015년 제주 바다로 돌아갔다.

대포(서울대공원·18일 야생방사)

지난달 21일 제주 함덕 가두리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대포. ‘눈병’이 나서 한동안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남종영 기자
지난달 21일 제주 함덕 가두리 안에서 헤엄치고 있는 대포. ‘눈병’이 나서 한동안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남종영 기자
서울대공원의 터줏대감 돌고래. 약 20년 전인 1997년 9월9일 제주 대포 앞바다에서 잡혔다.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돼 돌고래쇼를 한 건 2002년 3월. 금등이와 함께 2000년대 서울대공원 돌고래쇼를 이끌었다. 공소시효 때문에 대법원 몰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서울대공원의 결정에 따라 18일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금등(서울대공원·18일 야생방사)

지난달 21일 제주 함덕 가두리에서 사람을 쳐다보고 있는 금등이.  남종영 기자
지난달 21일 제주 함덕 가두리에서 사람을 쳐다보고 있는 금등이. 남종영 기자
대포와 함께 역시 서울대공원 터줏대감. 1998년 8월20일 제주 금등리에서 잡혀 1993년 서울대공원으로 이송돼 돌고래쇼를 했다. 금등이와 대포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제돌이, 복순이, 태산이를 지켜보기만 했던 ‘아버지뻘’ 돌고래였다. 18일 대포와 함께 제돌이와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 태산이가 있는 바다로 돌아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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