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쓰레기 줍던 화포천 습지보호지역 된다

봉하마을 인근 화포천 습지 37만여평 23일 지정
인근에 난립한 소규모 공장들로 오염 심했으나
주민·지자체 노력으로 44번째 습지보호지역 돼

23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는 화포천 습지의 일부 환경부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고향인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귀향한 직후부터 화포천 정화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노무현재단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 뒤 환경보전 활동을 펼치던 경남 김해 봉하뜰 앞 화포천 습지가 23일 습지보호지역이 된다. 습지보호지역은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거나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 동식물이 서식해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높은 습지를 대상으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장관, 시·도지사 등이 지정한다. 순천 동천하구와 순천만 갯벌, 창녕 우포늪, 제주 동백동산 습지 등이 그런 예다.

환경부는 경남 김해시 진영읍 설창리와 한림면 퇴래리 일대의 화포천 중하류 습지 1.24㎢를 23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고 22일 밝혔다. 환경부 지정 습지보호지역으로는 24번째, 해수부와 지자체 지정까지 포함하면 44번째다. 환경부는 화포천 습지가 수달, 귀이빨대칭이, 노랑부리저어새, 삵, 백조어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3종과 낙지다리, 수염마름 등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 5종이 서식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우수하고, 일본에서 인공부화해 방사한 멸종위기종 황새가 찾아오고 있어 황새 서식지 보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환경부 제공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4월26일 화포천 환경 지킴이 봉하마을 감시단 발대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있다. 노무현재단 제공

낙동강 지류인 화포천 습지는 2000년 이후 상류 지역에 소규모 공장이 난립하면서 심하게 오염됐다가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정화 노력에 힘입어 하천형 습지보호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황새까지 날아드는 곳으로 바뀌었다. 이런 노력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귀향한 뒤 가끔 화포천 습지를 찾아 쓰레기를 줍는 등 하천 정화활동을 펼친 바 있다. 화포천 습지는 봉하마을에서 남동쪽으로 1㎞ 가량 떨어져 있다.

화포천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환경부가 2007년부터 추진했다. 하지만 홍수피해방지사업부터 먼저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막혀 중단됐다가 경남도와 김해시가 지난해 9월 환경부에 화포천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건의하면서 다시 추진돼 이번에 성사됐다. 환경부는 화포천 습지보호지역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습지보전관리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37만여평에 이르는 보호지역 전체 면적의 74%에 이르는 사유지를 단계적으로 매입해 하천습지 생태계를 보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3월 화포천 습지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황새 ’봉순이' 연합뉴스

박연재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장은 “화포천 습지처럼 오염이 심했던 지역이 복원 노력을 통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드문 사례”라며 “어려운 여건에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만큼 낙동강 배후습지로서 창녕군 우포늪과 함께 습지 보전 관리와 현명한 이용의 모범사례로 육성해 생태관광명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