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23일(현지시간) 발표된 ‘2018 환경성과지수(EPI)’ 종합 순위에서 한국이 평가 대상 180개 나라 가운데 60위를 기록했다. 2016년 80위였던 데서 20단계 상승한 셈이다. 미세먼지를 포함한 환경보건 부문의 대기질 순위는 173위에서 119위로 54단계나 뛰어올랐다. 이런 순위 향상은 실제 환경성과보다 평가기준 변경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환경성과지수는 미국 예일대 환경법·정책센터와 컬럼비아대 국제지구과학정보센터가 각 나라의 대질, 위생,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수자원, 농업 등 환경보건과 생태계 지속성 관련 분야 실태와 개선 노력에 점수와 순위를 매기는 것으로, 2년마다 세계경제포럼 개막에 맞춰 발표된다.
예일대가 인터넷에 공개한 2018 환경성과지수 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은 100점 만점인 종합평가에서 62.30점을 얻어 튀니지와 아제르바이잔에 이어 60위를 기록했다. 종합 1위는 87.42점을 얻은 스위스가 차지했고, 일본 20위·미국 27위·중국 120위 등의 순위가 정해졌다.
환경성과지수의 부문별 성적을 보면, 한국은 생물다양성과 서식지(144위), 대기질(119위), 기후와 에너지(110위) 등의 분야에서는 하위권이었다. 그러나 납 노출을 지표로 한 중금속(11위), 수자원(15위), 물과 위생(20위), 대기오염(22위) 등은 상위권에 들었다. 대기질이 하위권인데도 대기오염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두 분야의 평가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대기질 평가는 미세먼지와 가정의 고체연료 사용에 의한 인체 피해에 초점을 맞춘 반면 대기오염 평가는 이산화황(SO₂)과 질소산화물(NOx)에 의한 생태계 영향에 촛점을 맞춰 이뤄졌다.
2016년 1월 환경성과지수 발표로 한국은 국내외에 최악의 대기오염 국가로 부각됐다. 한국의 대기질 수준이 세계 180개 나라 가운데 173위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 세계 최하위권이었던 한국의 공기질 순위가 2년 만에 54단계나 치솟은 것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하는 대기질 관측 결과는 물론 고농도 미세먼지에 시달리며 사는 시민들의 경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일까?
2018년 환경성과지수 대기질 분야 평가 기준은 노출되는 인구 가중 평균 미세먼지 PM2.5 농도,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 이상의 PM2.5에 노출된 인구 비율, 가정의 고체연료 사용과 그에 따른 조기사망과 장애 발생을 고려한 장애보정손실년수(DALYs) 등이었다. 이 세 기준 가운데 한국은 미세먼지 농도와 노출 인구 기준에서는 174위와 169위였으나 고체연료 사용 관련 기준에서는 다른 나라들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미세먼지 관련 두 개 기준에서 모두 174위를 기록하고, 고체연료 사용 관련 기준에서 공동 1위를 기록한 2016년 성적과 큰 차이가 없다. 달라진 것 하나는 2016년에 한국이 네델란드, 벨기에와 함께 공동 꼴찌로 평가받은 이산화질소(NO₂) 노출 기준이 2018년 대기질 평가 기준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환경성과지수 평가는 항목별로 기준년도가 다른 자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오염도를 체계적으로 측정하지 않는 나라들 때문에 미세먼지 농도는 인공위성 관측으로 계산한 추정치를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다보니 국가별 비교를 위한 지표로서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 평가 항목과 기준의 잦은 변경으로 실제 환경성과와 무관하게 각 나라의 순위가 요동치는 일이 빚어지면서 환경성과지수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다. 2014년까지 환경성과지수가 발표될 때마다 별도 설명자료를 내던 환경부도 “환경성과지수는 개선을 위한 국가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지만, 평가과정에 일부 불합리한 점이 있어 국제적 공신력은 높지 않은 편”이라며 2016년부터는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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