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의한 서식지 축소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눈표범(Panthera uncia). 세계자연기금(WWF)-영국 제공
현재 추세로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되면 아마존과 갈라파고스처럼 지구에서 특히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에서 서식하는 생물종의 절반이 다음 세기가 되기 전 지역적 절멸에 직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기 말까지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직전 대비 섭씨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한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의 목표가 달성될 경우 이들 지역에서의 지역적 절멸 위협은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의 이스트앵글리아대학과 호주의 제임스쿡대학, 세계자연기금(WWF) 연구팀이 함께한 이 연구 결과는 14일 국제 학술지 <기후변화>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연구는 전 세계에서 특히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적으로 민감한 아마존, 갈라파고스, 마다가스카르, 수마트라, 보르네오, 바이칼, 북극 등 세계 35개 지역과 그 곳에 서식하는 8만여 동식물 종에 작용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기후변화 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인류가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해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직전 대비 섭씨 4.5도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는 조사 대상 35개 지역의 평균 면적 67%가 조사 대상 생물종이 그대로 살아가기에 부적합한 환경으로 바뀌어 33% 면적이 생물종의 피난처가 돼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특히 아프리카 미옴보 삼림지대에서는 양서류의 90%, 조류와 포유류의 각각 86%와 80%가 지역적 멸종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아마존에서는 식물종의 69%, 남서 호주에서는 양서류의 89%가 멸종할 수 있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모든 종의 60%가 멸종할 위험이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진은 연구 보고서에서 평균 온도 증가와 점점 잦아지는 이상 강우 등이 ‘뉴 노멀’이 되면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의 환경을 변화시켜 생물종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격하게 줄어들 강수량이 하루에 150~300ℓ의 물을 마셔야 하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생존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해수면 상승이 인도 순다르반스 호랑이 번식지의 96%를 침수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타냐 스틸 영국세계자연기금(WWF) 대표는 세계자연기금 누리집에 실린 이 연구 소개 글에서 “기후변화로 우리 어린이들의 생애 동안 아마존 밀림과 갈라파고스 섬 같은 곳이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종 절반이 사라져 알아볼 수 없게 변해 버리고, 지구 모든 생명의 기초가 되는 수천종의 식물과 작은 생명체들은 물론 아무르호랑이, 자바코뿔소와 같이 아름답고 상징적인 동물들이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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