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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술렁이는 새만금

등록 2005-11-29 20:12수정 2005-11-30 13:58

새만금 방조제 가운데 아직 트여 있는 2공구의 2개 구간 가운데 남쪽 구간을 부안쪽 방조제에서 본 모습. 사진 왼편의 방조제 끝과 멀리 바다 가운데 섬처럼 보이는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방조제 사이의 거리는 1.6㎞다. (위 작은 사진 왼쪽)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 인근에 건설 중인 골프장 진입로 입구에서 마을 앞 개펄의 백합조개 폐사에 대한 대책과 골프장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어민들. (위 작은 사진 오른쪽)23일 저녁 부안군 계화면 계화리 자율방범대 사무실에서 부안군, 김제·군산시 등 새만금 주변 3개 시·군 어민 지도자들이 방조제 끝물막이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새만금 방조제 가운데 아직 트여 있는 2공구의 2개 구간 가운데 남쪽 구간을 부안쪽 방조제에서 본 모습. 사진 왼편의 방조제 끝과 멀리 바다 가운데 섬처럼 보이는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방조제 사이의 거리는 1.6㎞다. (위 작은 사진 왼쪽)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 인근에 건설 중인 골프장 진입로 입구에서 마을 앞 개펄의 백합조개 폐사에 대한 대책과 골프장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어민들. (위 작은 사진 오른쪽)23일 저녁 부안군 계화면 계화리 자율방범대 사무실에서 부안군, 김제·군산시 등 새만금 주변 3개 시·군 어민 지도자들이 방조제 끝물막이를 저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내년 3월 끝물막이 공사” 통보

다음달과 내년 3월로 각각 예정된 새만금 소송 항소심 선고와 새만금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점차 다가오면서 새만금 주변이 눈에 띄게 술렁이고 있다.

조개잡이철을 맞아 한창 개펄에서 ‘그레’를 끌고 있어야 할 전북 부안군 계화면 계화리 어민들은 지난달 24일부터 교대로 청와대 앞에 올라와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산시 옥서면 선연리 하제마을 어민들이 마을 인근 골프장 진입로에 천막을 치고 새만금 개펄 오염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새만금 방조제가 물 흐름을 바꿔놓는 바람에 얕아진 수심과 골프장에서 내보낸 폐수가 상승작용을 일으켜 마을 앞 개펄의 백합조개가 전멸하게 됐다는 것이 이들이 주장이다.

지난 2월 ‘새만금 사업계획을 취소하거나 변경하라’는 취지의 새만금 소송 1심 판결 뒤 새만금을 떠났던 환경단체와 생명운동 지도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조계사에서 새만금을 주제로 ‘긴급 대화마당’을 연 것도 새만금 주변의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1심 법원의 ‘일부승소 판결’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반대운동 현장이나 일상으로 돌아갔던 이들은 이날 “안이한 대응으로 새만금의 생명줄을 놓칠 수도 있게 됐다”고 반성하고, 다시 마음을 모아 새만금 살리기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지난 23일 저녁 7시 부안군 계화리의 자율방범대 사무실에 굳은 얼굴의 어민 20여명이 모여 앉았다. 새만금의 바다와 개펄에 기대 살아가는 부안·김제·군산 등 3개 시군의 어촌 마을 이장과 어촌계장, 청년회장 등이었다. 이들을 이날 한 자리에 모은 것은 이달 초부터 각 어촌의 어촌계장들 앞으로 날아든 한 통의 편지였다.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이 보낸 이 편지에는 내년 3월24일부터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를 시작하려고 하니 방조제 안쪽에 있는 어선들을 방조제 바깥 바다쪽으로 빼달라는 ‘협조요청’이 적혀 있었다.

“마지막 물막이로 우리 어민들의 목을 조여오는데 이대로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아서 함께 의논해 보자고 간담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사회자 역할을 맡은 김진태 계화도 어촌계장이 자리를 정리하고 말문을 열었다. 마지막 물막이란 4개 공구 33㎞에 이르는 새만금 방조제 공사구간 중에서 아직 트여 있는 가력도 북쪽과 신시도 남쪽의 두 곳 2.7㎞ 구간을 막는 작업을 가리킨다. 이 공사는 새만금 사업을 추진해 온 농림부와 전북도청, 농업기반공사에는 15년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새만금 개펄과 그곳에 깃들어 사는 생명체들에게는 가늘게 열려 있는 마지막 숨통을 끊어내는 공사인 셈이다.

조개잡이 철인데도 손놓고 번갈아 상경시위 중
항소심 결심도 내달로 성큼… 달빛 어스름한 저녁
수수방관하던 어민들도 모여 앉았다

새만금 간척사업 현장 밖에서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과 법정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도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현장 안에서는 그런 논쟁은 아랑곳 없다는 듯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돼 왔다. 끝물막이가 안 된 것도 정확히 말하면 미룬 것이 아니라 끝물막이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갑문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일 뿐이다. 23일 가력도 북쪽의 방조제 공사현장을 찾았을 때도 현장에서는 끝물막이 공사에 들어갈 바윗돌을 실어나르는 트럭들이 바삐 오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방조제 공사가 전면 중단됐던 것은 새만금 소송 1심 재판이 끝난 직후 사흘간이 전부”라면서 “3월까지 갑문을 완공한 뒤, 조수의 변화 폭이 가장 적은 4월24일을 완료시점으로 잡고 끝물막이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김학원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 공무팀장의 말투에서는 밖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새만금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전해졌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생계의 터전을 잃게 될 새만금 주변 어민들의 간척사업에 반대하는 마음은 한가지지만 이들의 행동에는 적잖은 차이가 있었다. 개펄의 조업환경이 급변하고 그에 따라 어패류 어획이 줄어드는 등의 방조제 공사에 따른 피해가 먼저 나타난 어촌의 어민들은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도 먼저 깨달았다. 따라서 간척사업 반대운동에도 적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조제 공사에 따른 영향이 아직은 심각하지 않은 어촌과 나날의 생업이 급했던 어민들 가운데는 새만금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간담회는 이들 사이에 혹 있었을지 모를 앙금이 씻겨지는 자리이기도 했다.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어촌 지도자들이 “청와대까지 올라가 그렇게 욕을 보고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부끄럽다”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반대운동에 앞장 섰던 어촌 지도자들이 이에 “새만금을 표를 얻는데 써먹는 정치인들에게 모두가 이용당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이렇게 나서주니 정말 고맙다”고 손을 맞잡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어촌 지도자들은 “희망을 가지고 끝까지 새만금을 지켜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대책기구를 마련해 힘을 합치기로 결정했다.

주용기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단체와 일부 어민들이 중심이 돼 온 새만금 간척사업 반대운동에 새만금 주변 3개 시·군 어민들의 조직인 어촌계에서 조직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은 새만금을 살릴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안·군산/글·사진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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