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생명의숲이 지원하는 자활영림단 단원들이 지난달 30일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마을 산에서 숲 가꾸기를 한 뒤, 작업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들을 어려운 복지시설에 난방용으로 전달하기 위해 트럭에 싣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저소득 여성가장들로 구성된 시흥시 작은자리자활영농사업단 단원들이 지난 10월 초 시흥시 계수동에 있는 온실에서 기르는 채소에 액체비료를 주고 있다. 단원들이 지난달 중순께 무우를 다듬고 있다. 단원들이 지난 10월 초 시내 계수동에 있는 배추밭에 영양제를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환경과 농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토론회’ ‘환경과 농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네트워크 준비모임’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저소득 여성가장들로 구성된 시흥시 작은자리자활영농사업단 단원들이 지난 10월 초 시흥시 계수동에 있는 온실에서 기르는 채소에 액체비료를 주고 있다. 단원들이 지난달 중순께 무우를 다듬고 있다. 단원들이 지난 10월 초 시내 계수동에 있는 배추밭에 영양제를 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흥사단 강당에서 열린 ‘환경과 농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토론회’ ‘환경과 농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네트워크 준비모임’ 제공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경제와 함께하지 않는 환경이야기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지난 9월7일 오후 한 환경단체가 ‘경제성장률의 신화’를 주제로 개최한 포럼이 열리고 있던 서울 정동 배재학술지원센터 세미나실. 경제성장률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주제발표가 끝난 뒤 발언에 나선 토론자가 던진 이 한 마디는 포럼에 참석한 환경운동단체 관계자들을 잠시 당혹케 했다.
“환경이란 것도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된 뒤의 문제가 아니냐?”라는 물음은 사실 환경운동이 시작된 뒤부터 계속 환경운동에 던져져 온 오래된 질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환경운동에서는 이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하려고 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고용과 복지는 국가의 영역이고, 환경운동은 환경운동 고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었다.
“일자리 100만개 목표”
하지만 최근 환경운동 내부에서 이런 기존 인식의 틀을 깨고, 환경과 고용·복지의 결합을 통해 이 질문에 발전적으로 대답하려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환경운동 내부의 이런 움직임은 국가가 고용과 복지 문제의 주 해법을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건설 등 대규모 토건사업을 통한 경기부양에서 찾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국토와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 뻔한 이런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기 위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성 때문이다.
환경부문서 일자리 창출 시도
건물옥상 녹화해… 관리 맡겨
실직자들이 국유림 숲 가꾸기 지난달 28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발족된 ‘환경과 농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네트워크 준비모임’은 환경운동 내부의 이런 고민의 1차 결과물이다. 지난 9월부터 환경정의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생명의숲 등 일부 단체 사이에서 오가던 논의에서 출발한 이 모임에는 환경운동연합,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한국기독교청년회(YMCA)전국연맹, 한살림, 여성환경연대 등 모두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환경과 농업을 고용과 결합시키는 모델이 환경운동과 농촌운동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도심 건물 옥상을 소생물서식공간(비오톱) 개념으로 녹화하고, 자활후견기관 소속 자활지원 대상자들에게 비오톱 관리교육을 시켜 출장 관리하도록 하는 사업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생명의숲은 2001년부터 춘천, 강릉, 태백 등지에서 실직자나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로 자활영림단을 꾸려 국유림 숲 가꾸기 사업을 대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울산에 조직됐던 자활영림단은 별도 법인으로까지 독립해 활동하고 있다. 또 농업부문에도 고령자나 저소득층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자활영농단이 전국적으로 98개가 활동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경기도 시흥시에서 지난해 9월 출범한 작은자리자활영농사업단은 10명의 단원이 모두 농삿일에 경험이 없는 도시 저소득층 여성가장임에도, 친환경 농업을 경제적 자립의 수단으로 선택하고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빈민운동단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과 농촌운동 단체들의 ‘사회적 일자리 네트워크 준비모임’ 발족은 일부 단체에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런 실험 차원의 시도를 전체 환경운동의 과제로 삼아 체계적인 공동 노력을 펼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환경과 농업 부문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환경단체들의 구체적 구상은 발족식과 함께 열린 토론회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다. 류휘종 환경정의 기획실장은 “현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을 해결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불문의 과제이며, 현재 우리 사회 대중들의 가장 큰 아픔은 실업문제”라고 주장하고 환경 희생이 없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하천오염 감시인력 확충 등을 통한 생태계 보전 강화, 유기농산물 학교 급식 확대를 통한 유기농 활성화, 자원 재활용 확대 등을 제시했다. 류 실장은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분의 고용창출 효과는 여러 선진국에서 잘 입증되고 있다”며 풍력, 바이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분에 대한 투자로 2002년 현재 이 부문의 고용인원이 12만명으로 4년 만에 배 이상 증가한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생명의숲은 김재현 사무처장의 발제를 통해 지역교류, 지역해설, 지역복원 등의 분야별로 마을 활동가, 자원 조사원, 숲길 레인저, 숲길 조사원 등의 일자리 수요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단기적으로 하고 말 사업이 아니라 2015년까지 환경, 농업, 지역, 복지 등의 부문에서 사회적 일자리 100만개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장기적 사업으로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선진국에서 효과 입증”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경제학)는 “경제축을 고려하지 않는 생태축, 경제와 함께 붙어 있지 않은 환경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의 이런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건물옥상 녹화해… 관리 맡겨
실직자들이 국유림 숲 가꾸기 지난달 28일 서울 대학로 흥사단 강당에서 발족된 ‘환경과 농업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네트워크 준비모임’은 환경운동 내부의 이런 고민의 1차 결과물이다. 지난 9월부터 환경정의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생명의숲 등 일부 단체 사이에서 오가던 논의에서 출발한 이 모임에는 환경운동연합, 지방의제21전국협의회, 한국기독교청년회(YMCA)전국연맹, 한살림, 여성환경연대 등 모두 13개 단체가 참여했다. 환경과 농업을 고용과 결합시키는 모델이 환경운동과 농촌운동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도심 건물 옥상을 소생물서식공간(비오톱) 개념으로 녹화하고, 자활후견기관 소속 자활지원 대상자들에게 비오톱 관리교육을 시켜 출장 관리하도록 하는 사업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생명의숲은 2001년부터 춘천, 강릉, 태백 등지에서 실직자나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로 자활영림단을 꾸려 국유림 숲 가꾸기 사업을 대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울산에 조직됐던 자활영림단은 별도 법인으로까지 독립해 활동하고 있다. 또 농업부문에도 고령자나 저소득층에게 일거리를 제공하는 자활영농단이 전국적으로 98개가 활동중이다. 특히 이 가운데 경기도 시흥시에서 지난해 9월 출범한 작은자리자활영농사업단은 10명의 단원이 모두 농삿일에 경험이 없는 도시 저소득층 여성가장임에도, 친환경 농업을 경제적 자립의 수단으로 선택하고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빈민운동단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과 농촌운동 단체들의 ‘사회적 일자리 네트워크 준비모임’ 발족은 일부 단체에서 단편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런 실험 차원의 시도를 전체 환경운동의 과제로 삼아 체계적인 공동 노력을 펼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환경과 농업 부문에서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환경단체들의 구체적 구상은 발족식과 함께 열린 토론회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다. 류휘종 환경정의 기획실장은 “현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을 해결하는 것이 시민운동의 불문의 과제이며, 현재 우리 사회 대중들의 가장 큰 아픔은 실업문제”라고 주장하고 환경 희생이 없는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 확대, 하천오염 감시인력 확충 등을 통한 생태계 보전 강화, 유기농산물 학교 급식 확대를 통한 유기농 활성화, 자원 재활용 확대 등을 제시했다. 류 실장은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분의 고용창출 효과는 여러 선진국에서 잘 입증되고 있다”며 풍력, 바이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분에 대한 투자로 2002년 현재 이 부문의 고용인원이 12만명으로 4년 만에 배 이상 증가한 독일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생명의숲은 김재현 사무처장의 발제를 통해 지역교류, 지역해설, 지역복원 등의 분야별로 마을 활동가, 자원 조사원, 숲길 레인저, 숲길 조사원 등의 일자리 수요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2만여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은 “단기적으로 하고 말 사업이 아니라 2015년까지 환경, 농업, 지역, 복지 등의 부문에서 사회적 일자리 100만개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 장기적 사업으로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선진국에서 효과 입증” 유철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경제학)는 “경제축을 고려하지 않는 생태축, 경제와 함께 붙어 있지 않은 환경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환경단체들의 이런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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