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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다음생엔 앨버트로스로 태어나 플라스틱 못먹게 하고 싶다”

등록 2018-08-28 01:29수정 2018-08-28 20:08

[짬] 환경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 크리스 조던

지난 22일 서울 마포 영상자료원에서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 시사회를 연 크리스 조던 감독. 사진 안예은 교육연수생
지난 22일 서울 마포 영상자료원에서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 시사회를 연 크리스 조던 감독. 사진 안예은 교육연수생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시사회. 영화가 끝나도 박수 하나 없이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인류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로 죽어간 생명을 애도한 작품이었다. 영화의 주인공인 철새 ‘앨버트로스’는 수십일 장거리 비행을 하면서 바다 표면에 떠오른 먹이를 낚아채 먹고 산다.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인 줄 알고 집어 수백㎞를 돌아와 새끼에게 먹이는 ‘플라스틱 유전의 삶’이 지금 그들을 위협한다.

앨버트로스 최대 번식지인 태평양 미드웨이섬에서 8년 넘게 찍은 다큐멘터리 <알바트로스>를 들고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의 초청으로 한국에 온 크리스 조던(55) 감독을 23일 만났다.

앨버트로스 최대 서식지 미드웨이섬
플라스틱 먹고 죽은 ‘주검’ 사진 고발
8년간 영상 기록해 ‘알바트로스’ 제작
“슬픔 본질은 사랑…세상에 전한 선물”

서점 인디고 초청으로 방한 ‘시사회’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다큐’ 무료공개

크리스 조던이 지난 2009년 ‘미드웨이- 자이어로부터의 메시지’ 제목으로 첫 공개한 북태평양 미국령 미드웨이섬의 플라스틱 먹고 죽은 앨버트로스의 주검 사진.
크리스 조던이 지난 2009년 ‘미드웨이- 자이어로부터의 메시지’ 제목으로 첫 공개한 북태평양 미국령 미드웨이섬의 플라스틱 먹고 죽은 앨버트로스의 주검 사진.
주로 사회 비판적인 사진 작업을 했던 그는 2003년 사진전 <참을 수 없는 아름다움>에서 미국 대량소비주의의 그늘을 조명했고, 2009년 <숫자 실행>에서는 통계 수치를 이용해 미국의 어두운 자화상을 표현했다.

미드웨이섬에는 100만마리가 넘는 앨버트로스가 살고 있고,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사체의 앙상한 뼈와 썩어 없어진 위장 자리에 남은 플라스틱 조각이 있다. 최근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얘기하면서 자주 볼 수 있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조류의 주검 사진도 그의 작업이다. 지난해 완성된 이번 영화도 그 작업의 연장선이다.

―사진을 하다가 영상으로 전환한 이유가 궁금하다.

“처음 미드웨이섬에 방문한 이유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새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앨버트로스들이 이미 바다로 떠나서, 살아있는 새를 보지 못했다. 내가 찍은 새의 주검 사진을 보고 많은 이들이 절망감을 느끼더라. 슬픔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섬에 갔다. 비행기 문이 열린 순간 앨버트로스가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을 봤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앨버트로스는 어떤 새인가.

“앨버트로스는 바다 위를 비상하면서 3~5년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산다. 또, 새끼를 낳을 때가 되어 섬에 돌아오면 자신이 태어났던 둥지를 정확히 찾는 새이기도 하다. 암수가 짝을 짓는데, 거울 보듯이 똑같이 춤을 춘다. 암수가 번갈아 알을 품는데, 한 마리는 알을 품고 다른 한 마리는 먹이를 구하러 장거리 비행한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누가 둥지를 틀고 앉을 것이냐를 두고 싸움을 벌인다. 장거리 비행은 힘드니까. 보통 먹이를 가져온 새가 이긴다. (웃음) 8년 동안 찍은 영상이 400시간 분량이다. 이 모습들을 영화에 다 담지 못해 아쉽다.”

―영화에서 아주 가까이서 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근접 촬영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

“늘 땅을 기어서 다가갔고 누운 자세로 촬영했다. 처음에는 새가 불안해 하더라. 그래서 렌즈를 눈으로 인식하길 바랐다. 나중에는 호기심을 가지고 렌즈를 들여다봤다. 나중에는 새 얼굴이 렌즈에 맞닿을 정도가 됐다.”

―플라스틱 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앨버트로스만 보여준다.

“앨버트로스의 죽음을 보면서, 슬픔의 본질이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 환경운동은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려 하지만, 무엇도 해결할 수 없었다. 플라스틱 문제를 이야기하고 당장 바닷가에 가서 쓰레기를 줍는 게 중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의 크기를 느껴야 하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논리적인 사실이 아닌 깊은 슬픔을 전달하려고 했다. 사회운동은 선과 악의 이분법적 구도를 갖고 있지만, 예술가는 정치적 장벽을 넘어 보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문제의 복잡성도 인식하면서 말이다.”

―앨버트로스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건 어떤 것일까. 답을 찾았나.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다. 다음 생에 앨버트로스로 태어나면 좋겠다. 그러면 새들에게 플라스틱을 먹지 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웃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자료를 보면, 1950~2015년 지구촌에서 폐기된 플라스틱이 63억t에 이른다.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동물과 새를 위협한다. 크리스 조던은 자신의 영화를 ‘세상에 내놓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인터넷 ‘앨버트로스 프로젝트’ 페이지(albatrossthefilm.com)에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안예은 교육연수생,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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