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처음으로 모든 보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금강에서 모래톱이 살아났다. 물 흐름도 최대 2배 이상 빨라져 조류 발생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15일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금강의 세종·공주·백제 등 3개 보를 완전 개방한 결과, 자연성이 일부 회복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장 큰 변화는 물 흐름 속도로, 최소 72%에서 최대 222%까지 빨라졌다. 이에 따라 물이 강에 머무는 시간도 짧아져 보 개방 이전의 40.0~76.5%에 그쳤다. 물 흐름이 빨라지면서 보로 인한 고질적인 문제인 조류 발생도 크게 줄어들었다. 클로로필(a)이 예년 같은 기간보다 57~86%가 줄었고,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생태계도 회복의 기미를 보였다. 물속에선 붕어·잉어·배스·참몰개 등 물 흐름이 느리거나 정체된 곳에 주로 사는 이른바 ‘정수성(고인 물) 어종’이 줄어들고 피라미·돌마자·흰수마자처럼 물 흐름이 빠른 곳에서 사는 ‘유수성(흐르는 물) 어종’이 늘었다. 물 밖에선 백로·민물가마우지·왜가리 등 물새들이 늘어났다. 보를 개방하지 않은 한강·낙동강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었다. 보 개방으로 수위가 내려가면서 생태 환경이 달라진 결과로 해석된다.
세종보에선 모래톱 면적이 보 개방 전보다 4.6배나 늘어났다. 습지와 웅덩이 등 수변 생태 공간도 9~89%나 커진 것으로 관찰됐다. 이 덕분에 물새뿐 아니라 표범장지뱀·맹꽁이·삵·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서식 환경이 개선됐다. 물이 빠져 모래와 흙이 드러난 곳에선 각종 풀이 빠르게 자라며 정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위가 내려가면 취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금강에 있는 2개의 취수장에서 취수 장애는 일어나지 않았다. 환경부는 “대체로 보 수위 변동 폭보다 지하수위 변동 폭이 작았으나, 지하수를 많이 이용하는 백제보는 지하수위 변동 폭이 보 수위 변동 폭보다 다소 컸다”고 밝혔다. 수위가 4.4m 내려간 공주보의 지하수위는 3m 내려갔는데, 보 수위가 2.7m 내려가는 데 그친 백제보의 지하수위는 3m나 내려갔다.
4대강 사업 뒤 한 강에서 모든 보 수문을 완전 개방한 것은 금강이 처음이다. 현재도 세종보와 공주보는 계속 개방 상태이나, 백제보는 수막 재배 농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수위를 보 개방 전 수준으로 높였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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