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 공동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금강, 영산강 등 5개 보의 처리방안 제시안을 심의한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부가 4대강에 설치된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 실행계획을 연구하는 용역을 발주하면서 완료기한을 지나치게 긴 22개월로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용역 뒤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보 해체 작업에 착수조차 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금강·영산강 일부 보 철거 방침을 내놓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소속 민간위원들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문제제기에 나설 조짐이다.
13일 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를 보면,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4대강 보 처리방안 세부실행계획 수립’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예산 25억원짜리 일반경쟁입찰 사업으로, 입찰기간은 15~19일이다. 용역의 주요 내용은, 해체가 결정된 보의 해체 기간과 공법, 수계별 자연성 회복 목표 및 방향 등 보 해체의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고 해체하지 않는 보의 활용방안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문제는 과도한 사업기간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은 용역의 납품기한을 “계약 후 660일(22개월) 이내”라고 밝혔다. 평가단은 단독입찰 등 유찰 사유가 생기지 않으면 4월 중 낙찰업체와 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로부터 22개월 뒤는 2021년 2월이다. 용역 결과가 나오더라도 곧장 보 철거 작업을 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야 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보 철거와 같은 대규모 사업을 앞두고 하는 환경영향평가는 사계절을 거치는 동안의 현장 조사 결과 내용을 모두 담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모두 거치면 사실상 보 해체 작업은 아무리 서둘러도 차기 대통령 선거(2022년 3월)가 임박한 시점에야 가능하다. 정부가 과연 보 처리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이런 절차를 모두 생략하고 보 건설, 강바닥 준설, 직강화 작업을 해서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환경부가 설치한 민관 합동 기구인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위원은 “환경부가 4대강 보 철거 반대 등의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해 소극적 대처를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지난번 위원회 간담회 때 일부 위원이 ‘이대로라면 보 철거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는 내용으로 이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다른 민간위원은 “국민들이 보 처리 결과보다 그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형식에 신경을 많이 쓰니까, 정부가 거기에 트라우마가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간위원도 “환경부가 이번 정권에서 보를 철거했다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 정치적 고려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은 “이번 용역은 4대강 전체를 아우르는 자연성 회복이란 정책비전과 16개 보별 구체적인 실행계획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금강·영산강뿐만 아니라 한강·낙동강 보에 대한 처리방안 제시와 국가물관리위원회 확정 일정까지 염두에 둬 용역기간을 660일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공주보 부분해체 안정성 조사 등과 같이 시급히 매듭지을 사안은 시기에 맞게 결과물을 도출하고 금강·영산강 수계의 보 세부실행계획은 먼저 마련하는 등 용역 결과물을 단계적으로 도출하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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