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충의 암수 성비를 교란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친환경 해충 방제를 하는 방안이 국내에서 추진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국내 딱정벌레를 대상으로 성비 교란을 일으키는 미생물 볼바키아(Wolbachia) 감염 실태를 조사했다며 29일 이같이 밝혔다. 생태원은 국가장기생태연구의 하나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201종의 딱정벌레 유전자를 받아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볼바키아 감염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12.8%인 26종이 볼바키아에 감염돼 있었다. 이 가운데 7종은 꼬마긴다리범하늘소 등 나무를 해치는 산림 해충이며, 3종은 오이잎벌레 등 밭작물에 해를 주는 농업해충이었다.
볼바키아는 곤충·선충류에서 흔히 발견되는 미생물로, 곤충과 선충의 세포 내에서만 살 수 있으며 이들의 성비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란의 유형은 크게 4가지인데 수컷을 감염시켜 그와 짝짓기한 암컷의 알을 모두 죽이거나(세포질 불합치), 수컷을 암컷으로 둔갑시키고(자성화), 수컷인 알을 발생 초기에 죽인다(웅성사망). 또 감염된 암컷이 짝짓기 없이 암컷인 알을 낳게 하기도 한다(단위생식).
생태원 설명을 보면 미국과 호주,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에선 이런 볼바키아 감염 현상을 해충 방제에 쓰고 있다. 호주에선 뎅기열의 자연감염사례를 거의 0%로 낮추었고, 미국에선 숫모기들을 볼바키아에 감염시켜 방제 효과를 보기도 했다. 볼바키아는 절지동물과 선충류 등 무척추 동물에서만 발견되며, 척추동물에는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용목 국립생태원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특정 곤충 종이 돌발적으로 대량 발생해 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친환경적 방제를 이용해 생태계 안전을 지키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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