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방사선 방호 전문가팀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약 3주에 걸쳐 후쿠시마 현지를 방문해 방사성 오염 조사를 벌였다. 조사팀원이 쓰시마 나미에 귀환곤란구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린피스 제공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9년 동안 일본 정부가 방사성 오염 물질을 제거해왔지만 오히려 주변 지역으로 오염이 확산됐다는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9일 공개한 ‘2020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확산 : 기상 영향과 재오염’ 보고서를 통해 “일본 현지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이동해 재오염이 진행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방사선 방호전문가로 꾸려진 조사팀이 일본에서 조사해보니, 지난 10월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하기비스의 영향으로 고준위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제염이 불가능한 산림 지역에서 주변 도로와 주택 등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이다. 이 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3주에 걸쳐 후쿠시마 현지를 조사했다.
조사팀은 일본 정부가 주민 귀환을 지시한 나미에와 이타테의 피난지시 해제 지역을 관찰했는데, 나미에 마을 내 조사지점 5581곳 가운데 강 제방과 도로의 99%가 일본 정부의 제염 목표치를 웃돌았다. 이들 지점의 방사선 평균 선량은 시간당 0.8μSv(마이크로시버트)이며, 최대 1.7μSv까지 나와 사고 이전보다 20배가량 높은 수치를 보였다.
조사팀은 또 마을 안 학교 주변 지역 중 45%에서 1년동안 연속 노출될 때 최대 시간당 17mSv의 피폭을 당할 수 있는 수치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의 일반인 연간 한도 선량의 17배에 달한다. 조사팀은 이와 함께 도쿄올림픽 성화가 출발하는 ‘제이(J)빌리지’도 조사했는데, 이 지역에서 시간당 71μSv에 달하는 방사선 고선량 지점인 ‘핫스팟’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1년 사고 이전과 견주면 1775배에 이르는 것으로,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그린피스의 방사성 조사 결과 서신을 받은 일본 정부가 제염 작업을 실시했지만, 오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핫스팟은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도 45곳이 발견됐다. 그린피스 조사팀은 후쿠시마 시내 도쿄행 신칸센 탑승구 근처와 도로 등에서 시간당 5.5μSv(10cm 높이에서 측정)의 방사선 선량을 확인했다. 이들 핫스팟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위험 물질로 지정한 수치(시간당 0.3~0.5μSv)를 초과한 것이다.
스즈키 카즈에 그린피스 일본 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태풍 등 기상으로 인한 방사성 재오염은 여러 세기에 걸쳐 지속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강조하는 ‘모든 것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과 다르다. 일본 정부는 제염 작업에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숀 버니 그린피스 독일사무소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일본 정부는 올림픽 관람을 위해 이곳을 방문할 전 세계 시민과 후쿠시마 시민의 안전을 위해 오염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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