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기자
새만금 개펄을 삶터로 해 살아가는 어민들이 새만금 개펄 생태지도를 만들었다. 환경단체의 도움을 받아 만든 이 지도에는 썰물 때 어디까지가 물 밖에 드러나고, 어느 곳에 어떤 조개가 많이 사는지 등이 그림으로 자세히 표시돼 있다.
내용의 풍부함이나 정밀성을 따져보면 전문가들이 만드는 생태지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민에게 특별하게 쓸모가 있을 법하지도 않다. 김제시 안하어촌계장 김종수(61)씨의 말대로 “새만금에서 고기 잡고 조개 캐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어민들이 지도에 붙이는 의미는 다른 데 있다. “후손에게 새만금이 어떤 곳이었는지 지도가 쉽게 말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새만금 방조제는 4월 말에 완전히 막힌다. 그러고 보면 지도는 방조제가 막히기 이전의 새만금 개펄에 대한 어민의 마지막 기록이자, 방조제로 막혀 죽어갈 개펄이 어민의 손발을 빌려 남기는 유품인 셈이다.
새만금 개펄은 아직도 왜 자신이 죽어가야 하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 간척한 드넓은 땅의 용도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땅은 논이 될 수도 있고, 공장 마당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전라북도의 뜻대로 된다면 골프장이 될 수도 있다.
세월이 흐른 뒤 새만금을 찾은 후손이 우연히 어민들이 만든 지도를 보고 “저기 골프장 들어선 곳이 백합이라는 조개가 그렇게 많이 나던 개펄이었네” 하고 놀란 표정으로 속삭이는 모습을 그려본다. 놀란 그들의 머릿속에 이어질 생각이 대역사를 이룬 조상에 대한 자랑스러움일지, 생명 넘치는 개펄을 덮어버린 어리석음에 대한 안타까움일지 궁금해진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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