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시민 생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담배꽁초인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꽁초를 제외하면 롯데칠성음료나 롯데제과 등 롯데 제품 관련 플라스틱 쓰레기가 제일 많았다.
환경운동연합은 5일 환경의날을 앞두고 전국의 생활 속 쓰레기 방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담배꽁초가 버려진 쓰레기 1만2055점의 54%인 6488점을 차지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조사는 지난달 31일 전국 13개 지역 215명의 시민이 거주 지역에서 약 2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워 12개 품목으로 분류해 조사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담배꽁초에는 각종 화학물질과 함께 필터 등에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돼 있어 제대로 폐기되지 않는 경우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담배꽁초 다음으로 많이 버려지는 쓰레기는 각종 과자, 라면, 담뱃갑 등의 비닐봉지 및 포장지(1965점), 일회용 종이컵(655점)과 일회용 플라스틱 컵(654점) 순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 마스크도 301점이나 발견되면서 2.1%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환경연합은 “코로나19로 일회용품 규제가 크게 완화돼 사용량이 늘면서 길거리에 버려진 배출량 또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수거한 쓰레기 가운데 브랜드를 확인할 수 있는 포장지, 캔, 유리병 등만 따로 분류해 본 결과, 롯데 제품 관련 쓰레기가 193점으로 가장 많았고, 코카콜라(70점), 해태(48점) 순이었다. 플라스틱과 캔은 롯데칠성음료와 코카콜라가 1, 2위였고, 각종 소포장 제품은 롯데제과·롯데삼강이 1위였다. 해태는 4위(소포장 제품 포장지), 6위(플라스틱 용기), 9위(캔)를 차지하면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1위인 롯데는 압도적으로 양이 많아서 2·3위를 합쳐도 롯데의 60%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칠성음료가 국내 음료 시장 1위인데다, 롯데제과와 롯데삼강 같은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순위는 그러나 기업들이 쓰레기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는 순위로 보기는 어렵다. 쓰레기가 소비자들에 의해 버려지는 것이어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브랜드일수록 많이 발견될 수밖에 없다는 점, 쓰레기종량제로 거리에서 쓰레기통이 치워져 버릴 곳이 마땅찮은 점, 기업들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따라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점 등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제품일수록 해당 기업의 책임도 무거워진다는 점에서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 백나윤 자원순환 담당자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쓰레기 분리 배출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포장재 비닐·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며 “기업들에 불필요한 포장재는 줄이고, 더 쉽게 재사용·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재를 사용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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